얼마전에 Portland, Oregon에 결혼식을 다녀왔다. 우리는 신랑 부모님과 오랜세월 알고 지내는 사이다. 처음 미국에 와서 지내던 남부의 한 인디안 거류지에서 만난 미국 가정이었고, 신랑 아버지가 한국 평양에서 선교사 부모로부터 태어났으며, 그 거류지의 병원 원장이었다.
그 당시 그 거류지에는 나 외에도 필리핀, 독일에서 온 젊은사람들이 일하고 있었고, 원장 부부는 이들을 자주 자기집으로 초대를 했다. 원장부부에게는 어린 아들 넷이 있었고, 이번에 결혼한 아들이 셋째이다. 원장 부인은 전업 주부로써 신앙심이 깊은 분으로 예일대를 나온 엘리트였고, 남편의 출생 나라에서 온 나에게 각별히 친절했다. 따라서 원장가정과의 관계는 내가 거류지를 떠난 후에도 지속되었다.
원장 부인은 나의 멘토, 친구로 20여년을 지냈고, 미국에 친척이 별로 없는 우리 가족은 명절에는 원장집으로 가곤 했었고, 원장 부인은 여름방학이면 동북부로 아들들을 데리고 우리 학교 기숙사 아파트, 그 후는 우리 집에 들리곤 하셨다. 그 중에서도 유학 초기에 안정이 안된 시절, 남편이 출장을 자주 갔었는데, 원장 부인은 내가 어린애들과 객지에서 혼자 지내기 힘들거라면서 자기 집으로 오라고 해서, 애 둘을 데리고 석달을 같이 그 집에서 9명의 식구가 서로 집안일을 도우며 지냈다.나는 이러한 원장 부부의 특수한 배려를 살면서 잊을 수가 없다.
나는 이 가정을 통해서 미국 생활을 배웠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예를 들어 부엌과 욕실/변소에 대한 고정관념을 바꾸게 되었고, 자녀교육에도 한국, 미국식을 절충하려고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안방과 소위 응접실을 중요시 했던 일로 기억이 나는데, 이곳에서는 부엌이 가족이 모이는 곳으로, 식사외에 식구들끼리 대화, 애들 숙제 등을 하는 곳으로 매일 정돈해놓고, 욕실 역시 다른 곳과 다름없이 깨끗했다. 한편 식구마다 수건을 각자 쓰니, 빨래 기계가 어떤 날은 장시간 돌아간 기억이 난다.
식구끼리는 찌개를 한그릇에 같이 먹는 환경에 온 나에게는 각개인 위생에 대해 각별히 깨닫게 되고, 개별화 문화를 실생활에서 보았다.
그리고 또 육아에도 문화적 차이가 현저했는데, 그 부인은 애들한테도 나쁜 아이 (bad child)혹은 좋은 아이 (good child)라고 명명하지 말고, 그건 좋은 일이다 (good thing to do) 혹은 이건 나쁜 일이다 (bad thing to do) 라고 해야지, 긍정적인 자신을 갖고 자란다고 했다. 내가 애들을 키우는동안 늘 기억한 얘기다.
또 원장 부인은 여름 방학때는 애들을 캠프에 보냈는데, 들어보니 그 비용이 상당할 뿐더러, 가끔 캠프 방문 기회가 있어서 가보면 애들이 고생이 심해 보였다. 그 당시 나는 이런 캠프에 왜 애들을 보내는지 이해하지 못하고 혼동이 오가기도 했다. 우리 아이들도 크면서 캠프를 갔는데, 방문 가보면 집보다 고생 스러워 보였는데 애들은 좋아했다.
그러던 중 부인은 1980년 말에 심장마비로 갑자기 돌아가셨다. 부인 사망이후 우리는 가족 여름휴가로 그 거류지에 가서 재상봉을 했고, 그 이후 큰아들과 할러데이 카드를 교환 하다가, 최근에는 그것마저 끊어져 있던중, 세째 아들 결혼으로 재상봉을 하게 됐다.
결혼식에서 원장과 네 아들을 재상봉했고, 처음에 원장의 변한 모습을 보고 너무 충격을 받았다. 키가 크고 신체가 당당했던 분이었는데, 허리가 굽었고, 수척해 보였다. 결혼식 다음날 원장 가족과 점심 식사를 같이 하면서, 다시 보니 원장의 옛모습을 찾을 수 있었다.
큰 아들은 나의 참석으로 인해서 결혼식에서 자기 어머니의 임재함을 느꼈다며, 자기 아버지 계신동안만이라도 자주 방문 오라고 했다. 원장 역시 결혼식이 끝날 무렵 부인 이야기를 나에게 했다. 비록 우리가 나이 들어 가는 것은 막을 수 없어도, 우리의 아름다운 추억은 세월과 무르익어 더 아름답게 간직 되어 있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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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병남(전직대학카운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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