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핵 고도화 맞서 ‘핵우산’ 넘어서는 다양한 논의 고개들 듯
▶ 선제타격론도 탄력받을 가능성…비확산 진영은 ‘한국 핵무장론’ 경계
북한의 `수소탄' 핵실험 발표를 계기로, 미국 워싱턴D.C.의 정책서클 내에서 한국의 대북 핵 억지력을 대폭 증강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커질 조짐이다.
현 단계에서는 미국이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는 핵우산(확장 억지)을 제공하고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북한의 도발 의지를 무력화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주장이 다시 고개를 들 개연성이 높아진 것이다.
갈수록 고도화되는 북한의 핵 개발에 맞서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식으로 대응하기 위해 1990년대초 한국에서 철수된 전술핵무기를 재배치하거나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을 사전에 차단하려면 선제타격 능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금기시된' 논의가 힘을 얻을 소지가 있다.
또 그동안 수면 아래로 내려가있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한반도 배치 논의도 다시 부상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워싱턴 외교소식통들은 6일 "북한이 실제로 수소탄 실험에 성공했다면 이는 국면이 크게 달라지는 '게임 체인저'가 될 수밖에 없다"며 "북한의 핵보유국화를 막는다는 목표가 현실화되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가정 하에 한국의 핵 억지력을 다양한 형태로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커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 소식통은 특히 "이번 사건을 계기로 그동안 주류에서 금기시했던 주장들이 고개를 들 수 있다"며 "사드를 서둘러 한반도에 배치해야 한다는 주장은 말할 것도 없고 전술핵을 다시 한국에 들여놓거나 한국이 북한의 핵도발 징후가 발견되면 선제타격을 가해야 한다는 다양한 주장들이 제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워싱턴 일각에서는 전술핵 재배치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공개으로, 또는 익명으로 조심스럽게 제기된 바 있다. 수년 전까지만 해도 '황당한 주장'이라고 일축돼온 전술핵 재배치론이 제기되는 데에는 현실적으로 고도화되는 북한의 핵능력 대처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자리하고 있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클라크 머독 선임 연구원은 지난해 5월 발표한 '프로젝트 아톰' 보고서에서 장기적으로 한반도에 전술핵무기를 재배치해야 한다는 취지의 보고서를 내놓은 바 있다.
당시 머독 연구원은 북한의 핵개발을 억지하고 주요 우방국에 실효성 있는 핵우산을 제공하기 위해 한국 등에 전술핵과 같은 차별화된 핵전력을 전진 배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전술핵무기의 전진 배치는 북한에 '핵으로 도발하면 즉각 대응한다'는 보다 분명한 메시지를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머독 연구원은 "2025년 이후 미국의 안보공약이 적들과 동맹들에게 어느 정도 신뢰를 얻을지 모르겠다"며 "북한이 2013년 2월 3차 핵실험을 하고 미국이 '한국에 전술핵 재배치를 하지 않겠다'고 한 이후 (2013년 아산정책연구원 여론조사 결과) 66%의 한국 국민이 한국의 핵무기 획득을 지지했다"고 밝혔다.
물론 이 같은 주장은 주류 싱크탱크의 전문가들은 현 단계에선 명시적으로 반대하고 있어 공론화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에번스 리비어 전 미국 국무부 동아태 수석부차관보는 연합뉴스에 보낸 논평에서 "한반도에 전술핵을 배치하는 것은 북한의 위협에 대처하는데 불필요하다"며 "미국은 필요할 경우 언제든지 핵억지 능력을 제공할 수 있으며 언제든지 신속하게 파견될 수 있다"고 밝혔다.
스콧 스나이더 미국 외교협회 선임연구원은 "전술핵 재배치 주장은 미국의 확장억지 능력을 불신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비확산 진영의 '대부'로 불리는 헨리 소콜스키 비확산교육센터 소장은 워싱턴 일각에서 제기되는 전술핵 재배치 주장을 경계하면서 "한·미 안보협력을 강화하는 길이 아니다"라고 밝히고 있다.
미국 비확산 진영에서는 이번 `수소탄' 실험을 계기로 한국과 일본 등 미국의 동맹국들이 독자로 핵무장에 나설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찰스 퍼거슨 미국과학자협회(FAS) 회장은 지난해 5월 "미국과 중국이 북핵 문제를 계속 방치하거나, 일본이 핵무기 획득을 시도하려고 할 경우 한국이 자체적인 핵무기 개발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특히 "한국은 이미 일반 원자로에서 수백 개의 핵폭탄을 제조할 분량의 플루토늄을 확보한데다가, 핵탄두 설계 기술과 첨단 운반체계 능력까지 구축하고 있어 마음만 먹으면 단기간 내 수십 개의 핵폭탄을 만들 수 있다"고 밝혀 당시 큰 파문이 일었다.
이번 `수소탄' 실험을 계기로 북한의 핵도발 능력을 사전에 무력화시켜야 한다는 선제타격론도 또다시 주목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빌 클린턴 행정부 당시 국방부에서 비확산정책 부차관보를 지낸 미첼 월러스타인 미국 뉴욕 시 바룩대학교 총장은 지난달 조지워싱턴대학교 회보에 실은 글에서 북한이 추가 도발에 나설 경우 선제타격에 나설 수 있음을 경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월러스타인 총장은 "북한이 추가적인 핵실험이나 미사일 실험을 한다면 '2차적 제재'(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의 기업, 은행, 정부 등을 제재한다는 의미)를 부과하고 군사적 선제 타격에 나설 것이라는 점을 명백하게 밝힐 시점이 됐다"고 역설했다.
월러스타인 총장은 자신이 펜타곤에서 근무할 당시인 1994년 북한 영변 원자로 파괴를 준비하기 위한 비상계획을 수립했으나, 제네바 합의에 따라 이를 폐기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워싱턴 일각에서는 애슈턴 카터 현 국방장관이 2006년 6월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대포동 2호 시험발사를 공언한 직후 윌리엄 페리 전 국방장관과 함께 선제타격론을 공개로 제기했다는 점에서 이번 수소탄 실험을 계기로 펜타곤의 대북 전략이 보다 강경해질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특히 주목되는 움직임은 북한의 미사일 능력에 대처하기 위한 첨단 미사일 방어시스템인 사드를 서둘러 배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급격히 고조될 가능성이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연구원은 연합뉴스에 "한국의 전통적 미사일 방어체계로는 북한의 점증하는 핵·미사일 능력을 대처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며 "사드를 조속히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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