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변호사가 ‘난민 소송’ 결과 알려주지 않아 항소도 못한 채 고국행

휘날리는 남아프리카공화국 국기. <<연합뉴스 DB>>
남아프리카공화국 국적을 가진 마두 폴리누스 치분나(43)씨는 2년 6개월 전인 2013년 7월 관광·통과(B-2) 체류자격을 얻어 한국에 왔다.
남아공에서 그의 아버지는 사망 직전 모든 재산을 아내와 마두씨에게 물려주겠다는 유언을 남겼다.
이 유언으로 유산 상속자에서 빠지게 된 마두씨의 형제는 부친의 재산을 물려받지 못하게 되자 마두씨를 위협하기 시작됐다.
2012년 겨울부터는 할례를 강요했다. 할례는 남녀의 성기 일부를 절제하거나 절개하는 의례다.
남아공에서는 성인 통과의례로 3주간 할례식을 치르고 여러 가지 생존 테스트를 받는 풍습이 있다.
할례 시술 도중 과다 출혈로 사망하거나 에이즈에 걸리는 경우도 있었다.
2013년에는 성인 할례식을 치른 남아공 청년 23명이 비슷한 시기 숨지기도 했다.
마두씨가 한국에 들어오기 직전인 2013년 6월 그의 형제는 마을 사람들을 시켜 강제로 그를 할례 장소에 데려가려다가 신고를 받고 출동한 현지 경찰이 제지하는 일도 벌어졌다.
할례 위협과 유산 강탈을 피해 지옥 같던 고국을 등지고 그가 찾은 곳이 한국이었다.
마두씨는 한국에 입국한 지 한 달여만인 2013년 7월 20일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에 난민인정 신청을 했다.
남아공으로 돌아가면 그의 형제에게 유산을 빼앗기고 마을 사람들로부터 할례 위협을 다시 받는 게 겁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는 심사를 거쳐 마두씨의 난민지위를 인정하지 않았다.
마두씨는 지난해 8월 소송구조 절차를 통해 변호인을 선임하고 서울행정법원에 '난민불인정결정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그의 꿈은 이번에도 좌절됐다. 재판부는 지난해 11월 6일 마두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당시 재판부는 "난민으로 인정하기 위해서는 본국에서 박해를 받을 만한 충분한 근거의 공포가 있다고 인정돼야 한다"며 "박해는 인종, 종교, 국적, 특정 사회집단 구성원의 신분, 정치적 의견'과 관련돼야 한다"고 밝혔다.
법원은 유산강탈이나 할례 강요는 사적인 분쟁이어서 난민으로 인정하기 위한 박해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문제는 마두씨가 패소한 소송 결과를 법원 선고 후 두 달이 지나도록 모르고 있었다는 것이다.
마두씨는 소송이 진행 중인 지난해 9월 11일 대표 변호사와 연락을 주고받은 뒤 패소 판결 후 두 달이 지난 올해 초까지 변호사로부터 어떤 연락도 받지 못했다.
그 사이 10월 2일과 10월 6일 2차례 변론기일과 11월 6일 선고기일이 있었는데도 한국에 머물던 마두씨는 재판에 참석하지 못했다.
그는 지난해 12월 7일 판결 결과가 궁금해 직접 변호사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냈는데도 답장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변호를 맡은 모 법무법인 관계자는 "보통 난민 신청을 하기 위해 한국에 머무는 외국인들은 선불폰을 사용하며 휴대전화를 자주 바꾸는데 담당 변호사가 판결 선고 전과 후 휴대전화로 연락했는데 연락이 닿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재판 과정을 까맣게 몰랐던 마두씨는 판결 패소 후 2주 안에 신청해야 하는 항소 기회를 놓쳤다.
결국 그는 한국에서 더는 난민 지위를 얻을 수 없게 됐고 최근 남아공으로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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