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년간 1,200억원 투입… ‘전시성 이벤트’에만 몰두
▶ 한식당 가이드북 출판 행사 1인 식비 1,000달러 쓰기도

한식재단이 지난 2013년 2월 LA 한인타운에서 개최한 ‘한식당 가이드북 출판 기념 및 코리안 쌈데이’ 행사에서 한인 셰프가 한식메뉴를 소개하고 있다. 당시 이 행사는 1인당 식비가 1,000달러가 넘는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한식 세계화 무엇이 문제인가
‘한식 세계화’ 사업은 MB 정부 시절 1,200억원의 예산을 쏟아 부으며 저돌적으로 추진한 국가적인 사업이었다. 국민의 자긍심과 국가 이미지를 제고하고, 산업적인 효과까지 기대됐던 이 사업은 전통적이며 창의적이고 의미 있는 사업으로 기대를 모으며 국민들로부터 상당한 지지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총체적인 부실사업이라는 평가가 나오기 시작하면서 한식 세계화 사업은 방향을 잃은 채 표류하고 있다. 여전히 헛발질을 하고 있는 ‘한식 세계화’ 사업의 문제점을 진단했다.
첫 단추부터 잘못 꿰진 ‘영부인’ 사업 의혹
시작은 국가 브랜드 제고의 연장선상에서 한식의 중요성이 제기되면서 MB 정부 시절이던 2009년 사업이 본격화됐다. 앞서 2008년에는 ‘세계인이 즐기는 우리 한식’이라는 비전 선포식이 있었고, 2017년까지 한식을 세계 5대 음식화한다는 한식 세계화 기본계획이 수립됐다.
하지만, 여기에 대통령 영부인의 역할이 추가되면서 단추가 잘못 꿰어지기 시작했다.
한식 세계화와 대통령 영부인이 연결되기 시작하면서 막대한 예산이 투입돼 예산지출에 브레이크를 걸기가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2009년 민관합동의 ‘한식세계화 추진단’이 출발하는 데 여기에 영부인이 명예회장으로 이름을 올리자 여기에 권력의 힘이 실리게 됐다. 사업 타당성도 없었던 50억짜리 ‘뉴욕 프래그십 한식당’ 사업이 ‘영부인 식당사업’으로 불리며 무리하게 추신됐던 이유이기도 하다.
전시성 행사에 1,200억 혈세 줄줄
지난 2009년부터 2015년까지 6년간 한국 정부가 한식 세계화 사업에 투입한 예산은 무려 1,200억원에 달하며, 올해도 한식재단에 100억원이 넘는 예산이 배정됐다. 해마다 수백억원의 예산이 투입돼 이 사업은 이권사업으로 변질돼 추진과정에서 예산을 흥청망청 써도 되는 사업이라는 인식도 있었다.
2011년 ‘영부인 식당’ 사업으로 불리며 혈세 50억원으로 추진되다 무산된 ‘뉴욕 플래그십 한식당’ 사업이 있었고, ‘떡볶이’를 대표 한식으로 지정해 관련 산업을 육성한다며 140억원을 투입했다 사업을 중단한 일도 있었다. 한식을 홍보한다며 초호화판 파티를 벌여 손가락질의 대상이 된 적도 있다.
지난 2013년 LA 한인타운에서 ‘한식당 가이드 LA' 출간 기념행사를 하면서 미 주류 언론과 블로거, 식품업계 관계자들을 초청해 1인당 1,000달러가 넘는 한식을 선보였다 빈축을 산 적도 있다. 당시 농식품부는 1인당 식비는 300달러에 불과했다는 해명자료를 내놓기도 했다.
또, 뉴욕, 파리, 런던, 베이징 등에서 열린 한식 다과체험 행사에는 1인당 식비가 최고 4,400달러까지 사용됐다는 사실이 공개돼 파문이 일기도 했다. 한식 스타셰프를 양성한다면서 현직 공무원을 대거 선발해 최고급 무료 요리교육을 시킨 경우도 있었다.
11억원의 예산으로 한식재단이 제작한 ‘유럽 한식당 가이드 북’이 관광안내소가 아닌 식당 창고에 처박혀 있는 모습이 공개되기도 했고, 영부인 저서 ‘김윤옥의 한식 이야기’에 5억원의 예산이 투입된 사실이 밝혀진적도 있다.
감사원은 “막대한 예산을 배정받은 관련 정부기관이나 단체들이 예산을 사용할 곳을 찾지 못해 승인 내역과 다른 곳에 예산을 흥청망청 사용했고, 홍보에만 치중했던 부실한 사업이었다”는 한식 세계화 사업 감사 보고서를 내놓기도 했다.
사업 추진 놓고 부처간 불화도
한식 세계화 사업이 방향을 찾지 못하고 표류하고 있는 데에는 정책 컨트롤 타워 없이 우왕좌왕하고 있는 한국 정부의 정책 부재와 부처 간 불화도 한몫하고 있다.
민관 합동 ‘한식 세계화 사업단’이 주도했던 사업이 농식품부로 이관돼 농수산물 유통공사(aT)와 한식재단으로 이원화 된데다, 청와대까지 개입하는 난맥상이 나타났다.
이후 aT에서 한식재단으로 사업이 이관됐지만 난맥상을 정리하지는 못했다. 한식재단은 민간 업자들 위주로 구성됐지만 농식품부의 100% 예산지원을 받고 있어 정부 주도 성격은 더 강화됐고, 한식 비전문가들로 채워져 있어 재단에 전문성을 기대하기도 어려웠다.
사업 추진 방향을 놓고 정부 부처간 불화와 갈팡질팡하는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 이 사업을 포기하는 대신 해외에서 인기 있는 한국산 음식 소위 ‘K-푸드’ 수출확대 정책으로 가야한다는 주장이 나오는가 하면, 농식품부는 식자재 수출에, 외교부는 ‘K-브랜드’ 만들기에 중점을 두고 있어 불협화음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한식 세계화 재검토해야
한식 세계화 사업이 필요한 일이고 일부 긍정적인 역할도 하고 있지만 현재의 ‘보여주기 식’ 전시성 이벤트 중심 사업은 탈피하는 전반적인 사업 재검토가 필요하다.
값비싼 궁중음식을 외국인들에게 보여준다거나 전시관이나 체험관을 짓거나 최고급 한식당을 건립하는 것과 같은 전시 행정 수준에서 벗어나 문화적 식견을 갖춘 한국 음식 문화 사업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 전문가는 “단기간에 가시적 성과를 내려는 조급증으로 정부가 주도하는 한식 세계화 사업은 이미 신뢰를 잃었다.”며 “문화적 식견을 갖춘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한류 문화 세계화 차원에서 사업이 추진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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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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