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음악은 고대인의 소통도구 언어보다 더 오래됐다”는 신경과학자 주장에 무게감
▶ 차·개 짖는 소리엔 반응 안해 음악을 왜 좋아하는지 무엇이 자극하는지 아직 베일

음악에 반응하는 뇌 신경은 귀의 바로 위쪽 측두엽에 위치한 청각피질 사이에 끼어 있는 고랑에서 발견됐다.
음악은 인간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출퇴근하는 길에, 저녁에 집에서 쉴 때, 혹은 이웃집에서 드론을 가지고 노느라 수선을 피울 때마저도 미국인들은 하루에 평균 4시간 가까이 음악을 듣고 있다. 미국만이 아니라 세계 어느 나라 사람들도 음악을 자기 삶에서 가장 중요한 즐거움과 감정의 원천이라고 말한다.
우리는 결혼할 때도, 졸업할 때도, 죽을 때도 음악과 함께 한다. 고대의 모든 문화권에서 음악을 창조했던 사실을 알 수 있으며 이제껏 발견된 예술활동과 관계된 가장 오래된 오브제는 4만3,000년 전의 것으로 추정되는 맘모스 뼈를 깎아 만든 가느다란 플루트이다. 이는 라스코 동굴의 벽화가 그려진 것보다 2만4,000년 전이나 앞선 것이다.
이처럼 음악은 인류의 시작 때부터 세계 어디서나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고 있으므로 많은 학자들은 인간의 뇌 속에 음악을 관장하는 방이 있어서 감미로운 소리의 시그널을 감지하고 해석하는 대뇌피질 구조가 존재할 것이라고 오랫동안 추정해왔다.

과학의 눈부신 발전에도 우리가 왜 음악을 좋아하고, 왜 들으면 춤추고 싶어지는지는 아직도 규명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기존의 뇌스캔 기술로는 음악과 관련된 특별한 영역이 존재한다는 증거를 발견하는데 실패했고, 본질적인 인간 열정의 신경 기저를 이해하려는 노력도 수포로 돌아가곤 했다.
그런데 이제 매서추세츠 테크놀러지 인스티튜트(MIT)가 과거의 연구들이 놓쳤던 것을 밝혀줄 수 있는 새로운 두뇌 이미지에 접근하는 혁신적인 방법을 고안해냈다. 비슷한 활동 패턴을 보이는 뇌 세포의 청각 피질과 클러스터 그룹의 스캔을 수학적으로 분석하여 오직 음악의 소리에만 반응하는 신경 회로를 찾아낸 것이다.
바흐, 힙합, 빅밴드, 블루그래스, 줄리 앤드류스 등 어떤 소리든지 싫어하거나 좋아하거나에 상관없이 음악에만 반응하는 부분이다. 듣는 사람이 그 음악을 좋아하건 싫어하건 관계없이 어떤 음악이든 흘러나오면 듣는 사람의 청각 피질의 고랑 속에 끼어있는 일련의 신경세포들이 화들짝 반응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이 부분은 반대로 다른 소리들, 개 짖는 소리, 자동차 끼익하는 소리, 화장실 물 내리는 소리에는 반응하지 않았다.
MIT 신경과학 교수들인 낸시 캔위셔와 조시 H. 맥더모트 등이 ‘뉴론’ 저널에 발표한 이 연구결과는 앞으로 수많은 학자들에게 인간의 음악성의 윤곽을 탐험하는 새로운 지평을 열어줄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왜 음악을 하는가? 우리는 왜 음악을 그렇게 좋아하고 그걸 들으면 춤추고 싶어지는가? 음악에 대한 감성은 얼마나 일찍 개발될 수 있으며, 경험으로 조정 가능한 것인가?” 하는 것이 과학자들이 가장 먼저 알고 싶어하는 의문점들이다.
특별히 MIT 연구팀은 모든 소리를 해석하는 뇌의 청각 피질에서 언어와 음악의 회로는 다른 부분에 위치해 있으며 서로 각자의 소리에는 반응하지 않는다는 점을 입증했다. 물론 가사가 있는 노래에 대한 반응에서는 겹치는 부분이 있었지만 말이다.
조지타운 대학의 신경과학과 인식 통합 연구실 디렉터인 조셉 라우셰커는 인간의 뇌에서 음악적 감수성이 언어 인식보다 더 기본적일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음악이 언어보다 더 오래됐다는 이론이 있다. 어떤 이는 언어능력이 음악에서 진화된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고 말한 그는 고대인들에게 음악은 언어보다 훨씬 파워풀한 소통도구였을지도 모른다고 주장한다. 그는 집단 응집을 위한 도구로 음악이 사용됐으며 한 부족 안에서 음악을 함께 만드는 것은 아주 오래된 인류의 생존임무였을 것으로 추정했다.
아칸소 대학의 음악인식 연구실의 디렉터인 엘리자베스 헬부스 마굴리스는 “전에 신경과학자들이 뇌에서 음악 관장 부분을 찾지 못했을 때는 수많은 이유를 들어 그 결과를 합리화했다”면서 “음악은 뇌의 모든 부분에서 나오는 이해를 취합한 결과로 인식된다”라는 식으로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심지어 음악은 다른 중요한 의사전달 욕구를 끌어내는 놀이, 심지어 ‘청각의 치즈케익’이라고 무시했다고 전한 그는 이 연구는 언어보다 먼저 음악에 반응하는 아주 특정한 회로를 찾아낸 쾌거라고 덧붙였다.
닥터 캔위셔의 연구실은 인간의 시각분야에서 선구적인 업적으로 널리 알려진 곳이다. 캔위셔 연구는 주어진 환경에서 사람의 얼굴이나 인체의 부분과 같이 몇가지 중요한 특정물체들을 즉각적으로 알아보는 시각피질의 중심부분을 발견한 것이다.
이제 학자들은 청각 시스템에서도 그처럼 범주에 따라 청각을 오거나이즈 할 수 있는지를 연구하고 있다. 만일 그럴 수 있다면 음악에서 가장 중요한 카테고리는 무엇일까? 시각에서 사람의 얼굴이나 다리를 금방 인식하는 것에 맞먹는 청각에서 가장 필수적인 소리와 음의 요소는 어떤 것일까 하는 것이다.
클럽과 라디오의 디스크자키로 일한 적이 있는 닥터 맥더모트와 수준급 클래식 기타리스트인 닥터 노먼-헤이니어는 일상에서 들을 수 있는 모든 종류의 소리를 취합하기 시작했다. 음악, 말, 웃음, 울음, 속삭임, 자동차 끼익 소리, 깃발 날리는 소리, 접시 달그락거리는 소리, 화염이 타오르는 소리, 풍경이 바람에 딸랑이는 소리 등.
수많은 곳을 돌아다니며 모든 종류의 소리를 다 듣고 담으려고 노력한 그들은 엄청나게 많은 소리를 모았다. 그들은 소리의 리스트를 아마존 미캐니컬 터크(Amazon Mechanical Turk)의 크라우드소싱에 올린 다음 어떤 소리들이 사람들에게 가장 쉽게 인식되고 자주 듣는 소리인지를 대중투표를 통해 가려냈다. 거기서 165개의 식별 가능한 소리들을 각 2초간 들려주는 세트를 만들었고, 10명의 볼런티어(음악가가 아닌)에게 165개의 소리 세트를 여러번 들려주었다.
귀의 바로 위쪽 측두엽에 위치한 뇌의 청각 영역에 집중하여 과학자들은 신경의 흥분과 조용한 패턴을 감지하는 수학적 이미지의 3D 화소인 보셀을 분석했다. 컴퓨터의 데이터 분석 결과 6개의 반응 패턴이 나왔다. 즉 외부 소리에 뇌가 반응하는 6개의 다른 범주다.
연구팀은 또 이 패턴을 연구했는데 그중 4개는 소리의 일반적인 물리적 성질, 즉 음의 고저와 빈도에 관련된 것이었다. 5번째는 언어의 감지였고, 6번째는 모든 음악에 반응하는 신경의 핫스팟을 청각피질 사이에 있는 틈 혹은 고랑에서 발견한 것이다.
닥터 노먼-헤이니어는 “드럼 솔로나 휘파람, 팝송, 랩 등 멜로디나 리듬과 같이 음악적인 요소를 가진 거의 모든 소리가 그 부분을 작동시켰다”고 말했다.
연구진이 아직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한 것은 음악의 어떤 특징이 그 고랑을 자극하는가 하는 점이다. 일관성 있는 악보의 피치인지, 하모니의 오버레이인지, 음악의 종류에 따른 것인지.
닥터 맥더모트는 “사전적인 정의를 내리기는 어렵다”고 말하고 “음악은 그 전형(example)에 의해 가장 잘 정의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수프림 코트의 포터 스튜어트 판사는 포르노그래피를 보는 것과 마찬가지로 설명한다. 그걸 봐야만 포르노인줄 안다는 것이다. 음악에 대한 신경과학은 이제 시작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좀더 자세한 연구가 이루어져야 하지만, 어쩌면 음악은 결국 치즈케익 같은 것이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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