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글 인공지능 ‘알파고’ 이세돌 9단에 2전 2승 “패착 분석조차 어려워”
▶ ‘학습능력’ 잠재적 위험 부상, 윤리적 가치 잠식 우려도

구글의 인공지능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이 세기의 대국을 진행하고 있다.
‘인간 바둑에서 나올 수가 아니네요'
지난 9일 구글의 인공지능(AI) 프로그램 알파고와 이세돌 9단과의 세기의 대국 제2번기는 인간의 설욕전을 목표로 했지만 결국 탄식 속에 허무하게 끝났다.
이번 제2국에서도 알파고는 철저한 계산 아래 둔 한수 한수로 직관·유연성·과감함 등 인간의 고유 영역을 잘 모방했음을 재확인했다. 프로기사들이 이해 못 할 기발한 수를 잇달아 선보인 것이다.
‘첫 승부에서 방심했다'며 절치부심한 이세돌 9단이 두터움으로 맞섰지만 알쏭달쏭하게 판을 뒤흔드는 알파고 변칙수 앞에서는 효과가 없었다. 경기를 해설하는 프로기사들이‘이세돌 9단의 패착을 분석하기 어렵다'고 할 정도로 기상천외한 수들이 여러개 나왔다.
■알파고 넘어설 수 없나
제1국과는 달리 실수 없는 완벽한바둑을 선보인 이세돌 9단을 알파고가 다시 무릎 꿇리자 벌써부터 인공지능이 5경기 모두를 이기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다른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세돌 9단이 전열을 가다듬어 2승 정도는 건질 것이란 예측도 있지만 이는 3:2로 인공지능의 승리인 것은 마찬가지다.
2연승을 거두며 알파고는 인공지능으로서 세계 최고의 성능을 다시한번 입증했다. 바둑처럼 정해진 상황에서 직관적 탐색과 추론 등을 척척 해내 인간의 지적 노동을 대체할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경영대의허순영 교수(IT경영학)도 “바둑은 경우의 수가 너무 많아 아무리 대규모계산을 해도 사람의 직관을 흉내 못낼 줄 알았는데 지금 보니 완전히 오판이었다"고 감탄했다.
■가공할 인공지능 미래는
알파고가 바둑의 인간 최고수 이세돌 9단을 상대로 2연승을 거두자 인공지능이 결국 인간의 두뇌를 뛰어넘어 세계를 정복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김명자 전 환경부 장관은 “과학자이자 한 인간으로서 예상보다 훨씬 빨리 인공지능이 발전한 것 같아 흥분된다"면서도 “이번 알파고의 승리로 기술의 가치가 인간의 가치를 압도하는 게 아닌가 하는 두려운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소설가 이문열씨는 “기계가 인간을 압도하는 것은 공상과학 영화에서나 가능하다고 생각했는데 현실이 된 것 같아 기분이 으스스하다"고 했다.
알파고가 보여준 가장 흥미롭고도 잠재적으로 위험스러운 측면은 바로학습 능력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이런 우려를 불식시키려는 듯 알파고 개발자인 데미스 허사비스는 인공지능이 인간의 삶을 위험에 빠뜨리지는 않을 것이라며 알파고가 더 강력해지면 인간의 바둑 실력 향상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대체로 인공지능이 인류를 뛰어넘을 수는 없다는 의견을 내놨다. 베이징 이공대학 정보전자학과장 왕융톈은 알파고는 인간이 만들었고, 그것은 과학의 엄청난발전 속도를 증명하는 것이라며 인간의 위엄에 대한 모욕이라고 받아들이기보다는 인류의 승리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 바둑팬은 “컴퓨터가 미래에 인류를 압도할 수도 있겠지만, 컴퓨터가 바둑의 예술적 경지를 이해하는 감정은 결코 가질 수 없을 것"이라는 의견을 온라인에 올리기도 했다.
■불공정 게임 지적도
이번 세기의 대국을 두고 광케이블로 인터넷에 연결돼 컴퓨터 자원을 무한정 사용하는 알파고가 사실상 무제한의 훈수꾼을 두고 바둑을두므로 게임 조건이 애당초 인간에게 턱없이 불리한 불공정 게임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법무법인 한얼의 전석진 변호사는지난 2월9일 자신의 SNS에 올린 글에서 구글이 추진한 이번 대국이 ‘희대의 사기극'이라고 주장하면서 ‘이세돌 필패론'을 제기했었다.
전 변호사는 “광케이블로 인터넷에 연결시켜 바둑을 둔다는 것은 실시간으로 새로운 학습과 새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는 의미"라며 이는 “이미 훈련시킨 수십 수백 대의 알파고를 이세돌 9단이 둔 수를 기초로 실시간으로 다시 학습시키면서 동원할 수도 있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구체적으로는 알파고가 모든 경우의 수를 다 탐색하는 알고리즘인 브루트 포스(Brute force)를 일종의 ‘훈수꾼'으로 사용해 100% 승리할 수밖에 없다며, 이는 일대일 대결이라는바둑 원칙에도 어긋나는 것이라고지적했다.
그는 “구글이 이세돌에게 10억을걸었지만 구글이 이기면 인공지능 분야에서 가장 앞서는 회사가 되어 시가총액이 수조원 상승할 것인 만큼구글이 수조원을 걸고 하는 게임"이라며 “구글이 승산없이 수조원을 건다고 생각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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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 프로그램 알파고 개발 3인방. 구글 딥마인드 창업자 데미스 허사비스 (왼쪽부터) CEO, 셰인 레그, 무스타파 슐레이만.
■천재 3인방 자가학습‘딥마인드’ 를 만들다
세계 바둑계 최강자인 이세돌 9단을 상대로 인공지능(AI) 프로그램 알파고가 2승을
먼저 따내면서 알파고 개발자들이 덩달아 주목받고 있다.
알파고를 개발한 구글 딥마인드는 2010년 영국에서 데미스 허사비스 최고경영자(CEO)와 셰인 레그, 무스타파 술레이만 등 세 명이 공동 창업한 회사다. 애초 사명은 ‘딥 마인드 테크놀로지'였지만 2014년 구글에 인수되면서 ‘구글 딥마인드'로 바뀌었다.
현재 직원 100여명 규모인 구글 딥마인드는 머신러닝(기계학습)과 신경과학을 기반으로 스스로 학습할 수 있는 컴퓨터 알고리즘을 개발하고 있다.
미리 프로그램된 인공지능과는 달리 ‘딥 러닝’으로 불리는 머신러닝을 통해 정보를 처리함으로써 특정 분야에 국한하지 않고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는 범용 학습 알고리즘을 만드는 것이 중점 연구 분야다.
당시 구글은 인수가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으나 일부 외신은 4억달러가량을 썼다고 전했다. 구글이 최근 수년간 인공지능 분야에 투자를 확대하면서 딥마인드의 가능성을 일찌감치 파악하고 핵심 동력으로 삼은 것이다.
이 회사의 창업자 면면을 들여다 봐도 흥미롭다. 허사비스 CEO는 영국에서 아끼는 ‘천재'다. 1976년 출생한 그는 13세 때 세계 유소년 체스 2위에 오르며 일찌감치 천재 소리를들었다. 15세 때 고교 과정을 마쳤고 17세에는 수백만개의 판매고를 올린 시뮬레이션 게임 ‘테마파크'를 개발하면서 유명세를 치렀다.
22세의 나이에 영국 케임브리지대 컴퓨터공학 학사 과정을 마쳤고 바로 비디오게임 회사인 ‘엘릭서 스튜디오'를 차려 글로벌 게임 업체들과 협업해 다양한 게임을 출시했다. 다섯 차례 세계 게임 챔피언 자리에 오르기도 했다.
33세 때인 2009년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에서 인지신경과학 박사 학위를 받고서 이듬해 딥 마인드를 창업했다. 그가 쓴 뇌과학관련 논문은 2007년 과학계에서
가장 역량 있는 최상위 논문 10위권에 든 적이 있다.
또 다른 창업자 레그는 뉴질랜드 출신으로 와이카토대를 나와 오클랜드대에서 자연과학 석사, 스위스 소재 IDSIA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영국 UCL 산하 ‘개츠비 컴퓨테이셔널 신경과학 연구소' 박사 과정 연구원으로 있으면서 2010년 하사비스와 만나 딥마인드를 창업했다.
그는 인공지능과 머신러닝, 인공지능 보안 등 분야에서 이론과 실행에 두루 밝은 인물로 알려졌다.
술레이만은 19세 때 영국 옥스포드대를 자퇴하고 청소년을 대상으로 전화 상담을 해주는 비영리기관인 ‘무슬림 청소년 헬프라인'을 설립한 특이한 경력을 지녔다.
현재 딥마인드에서 인공지능 응용 부문 책임자(CPO)로서 다양한 구글 제품에 인공지능 기술을 접목하는 일을 총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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