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납^주석 섞은 조합따라 오르간 파이프 소리 달라
▶ 교회·성당·콘서트 홀 등 오르간 조율 등 복원시켜

시카고 포스 장로교회 오르간 밑에 선 크리스토퍼 소어. 3층 높이에 가장 큰 파이프는 32피트에 달한다.
큰 미국 교회나 콘서트홀에 가보면 웅장한 소리를 내는 악기-파이프 오르간이 설치돼있다. 수백 내지 수천 수만개의 파이프에 바람을 불어넣어 소리를 내는 파이프 오르간은 제작은 물론이고 보존, 관리, 복원에도 특별한 전문가가 필요하다. 월스트릿 저널은 지난 주 파이프 오르간을 제작하고 복원하는 전문가 크리스토퍼 소어(33‧Christopher Soer)와 그가 최근 재건축한 시카고 포스 프레스비테리안 처치의 오르간에 대해 특집기사를 실었다. 그 내용을 소개한다.
“오르간은 모든 화성의 전개가 가능한 오케스트라와 같습니다. 트럼펫 소리가 나는 파이프, 오보에 소리를 내는 파이프, 잉글리시 호른 소리도 있고, 현악기와 플루트 소리를 내는 파이프도 있으니까요”

새로 제작된 시카고 포스 장로교회 파이프 오르간은 5개의 손건반과 8,000여개의 파이프를 갖고 있다.
크리스토퍼 소어는 미주리 주 워렌버그에 있는 큄비(Quimby) 파이프 오르간 회사의 제너럴 매니저로, 지난 7개월 동안 시카고에서 살면서 포스 장로교회(Fourth Presbyterian Church)의 오르간을 재건축하는 일을 책임지고 있다. 이달 말 완공되는 이 오르간은 5개의 손 건반(manual keyboards)과 8,000개의 파이프를 가진 이 도시에서 가장 큰 오르간이 될 전망이다.
소어에 따르면 오르간 파이프들은 납과 주석을 어떤 조합으로 섞었는지에 따라서 각자 독특한 소리를 낸다. “납이 많이 들어갈수록 파이프는 플루트 같은 소리를 내고, 주석이 많을수록 현악기 같은 소리를 내지요. 연주할 때 어떤 소리를 낼지는 오르간 매스터가 정하게 됩니다”
아주 큰 파이프들은 아연을 섞어서 더 단단하게 만든다고 소어는 설명한다. 포스 프레스비테리안 처치의 오르간은 3층 높이이고, 최저음은 길이가 32피트나 되는 파이프에서 나온다.
큄비사의 고객들은 대부분 교회와 성당, 시나고그, 프리메이슨 집회소, 콘서트홀 등이다. 이 회사는 지난 2008년 뉴욕에 있는 유서 깊은 성요한 성당의 오르간을 복원시킨 바 있다.
소어는 일년이면 6개월을 여행하며 오르간을 제작하거나 복원하고 조율한다. 이 일을 하기 위해서는 목수, 공학자, 배관공, 대장장이, 구두수선공, 그리고 음악인의 기술이 모두 필요하다.

크리스토퍼 소어의 연장 공구 세트의 일부.
그의 연장 세트를 보면 구시대의 도구로부터 디지털 시대의 것까지 망라한다. 조율을 위한 튜닝 나이프 세트에는 길이가 모두 다른 철봉들이 있는데 이것으로 각 파이프의 윗부분을 나무망치처럼 두드려서 길이를 조정한다.
중요한 것은 맨손으로 파이프의 금속을 건드리지 않도록 특별히 주의해야 하는 것이다. “파이프를 만지면 손의 체온 때문에 음정이 틀려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튜닝 나이프를 마치 내 팔의 일부처럼 사용하고 있지요”
베이스 튜닝 콘은 파이프의 끝을 압축시켜 짧게 만드는 데 사용된다. 보석세공인들이 쓰는 해머와 링 게이지는 높은 음을 내는 작은 파이프들을 조절할 때 요긴하게 쓰인다. 그는 이 놋쇠 용구들의 대부분을 은퇴한 스승으로부터 물려받았다. 그게 업계의 전통이다.
디지털 시대의 도구들 중에는 피터슨 스트로브 튜너(Peterson strobe tuner)가 있다. 절대음정을 내고, 압력계로 기압을 재는 도구다. 그 외에도 가죽수리 공구세트와 목수 공구들을 항상 갖고 다니면서 파이프 오르간의 페달, 크랭크, 벨로 등을 손보고 있다.
“기본적으로 이건 엄청나게 큰 루브 골드버그(Rube Goldberg, 너무 복잡하고 비실용적인 물건을 말함) 머신이지요”라고 말하는 소어는 자기 도구들을 컴팩트한 허스키 공구 가방에 넣고 다닌다. 오르간 내부의 좁은 통로와 사다리들을 오르고 내릴 때 편리한 가방이다.
그의 키는 5피트 6인치로 남자로서 크지 않은 편인데 오르간 업계에서 일하기에는 이상적인 조건이라고 소어는 말한다. “오르간 내부에서 파이프를 하나도 건드리지 않고 돌아다니려면 곡예같은 동작들을 해야 하고 작은 백을 가지고 다녀야 하지요”

파이프 오르간의 내부를 소개하는 크리스토퍼 소어. 내부의 여러개 방에는 밖에서 보이지 않는 수천개의 파이프가 설치돼있다.
큄비 사가 가장 바쁜 시즌은 크리스마스와 부활절 때다. 그 시기에는 교회 내부의 온도가 크게 바뀌기 때문에 파이프의 음정도 달라져 안 맞게 된다. “난방이 시작되는 크리스마스 직전과 에어컨디셔닝이 시작되는 부활절 직후에 조율을 해야 한다”고 소어는 설명한다.
파이프 오르간 조율을 시작하기 전 그는 꼭 소음방지용 귀마개를 챙기는데 그 이유는 당연히 오르간 소리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또 일하는 동안 엄청나게 소리도 많이 질러야 한다. 건반에서 일하는 테크니션과 오르간 내부에 들어가 파이프를 조율하는 사람이 커뮤니케이션 하려면 서로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소어는 꼭 홀 캔디를 지참하고 다니면서 목소리가 갈라지기 시작하면 캔디를 입에 넣는다.
크리스토퍼 소어는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 교외에서 성장했다. 그의 아버지는 그 지역의 소방대장이었고, 그와 형제들은 카톨릭 학교를 다녔다. 10세 때부터 피아노를 치기 시작한 그는 15세가 됐을 때는 일요일 미사에서 파타임 오르간 주자가 되었다.
대학에서 컴퓨터 사이언스를 공부했지만 그는 결국 대형 교회의 오르가니스트 직업에 안착하게 됐다. 그런데 그 교회의 오르간을 연주하면서 그는 소리가 충분히 크지 않다고 느꼈다. 더 큰 오르간을 가질 수 없겠느냐고 교회에 물었을 때 그가 들은 대답은 “당신이 제작할 수 있다면 발코니 공간을 드리죠”라는 것이었다.
소어는 온라인 에스테이트 세일에서 오르간을 찾아냈고, 하나씩 하나씩 파트를 옮겨다 놓고 교회에서 재조립했다. 그리고는 일리노이에 있는 파이프 오르간 회사에 연락해 자신이 무슨 일을 했는지 설명한 다음 조율할 수 있는 레슨을 제공하는지 물었다.
“나를 오라고 하더니 회사 투어를 해주었어요. 그리고는 잡 오퍼를 했죠”
그때부터 파이프 오르간 제작 일을 10여년 동안 해온 소어는 3년전 큄비 사에 입사했다. 그의 꿈은 매스터 오르간 제작자가 되는 것. 그러나 그러려면 앞으로도 10년은 더 걸릴 것이라고 그는 내다봤다. <사진 wsj.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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