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리아 유적 25% 사라져, 이베이에 매물로 나오기도
▶ 경보목록·보상금 내걸어도
인류 역사에서 전쟁이 그치는 날은 오지 않을 것 같다. 마찬가지로 시리아 등 중동의 내전 지역에서 일어나는 고대유물의 약탈은 국제 사법기관들과 문화단체들의 온갖 노력에도 불구하고 근절시키기가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입증되고 있다.
고대문명의 발자취가 풍요로운 지역에서 약탈이 계속되자 국제 공동체는 유물들이 거래되는 시장에 감시의 눈을 집중하고 있다. 구매자들이 겁을 먹어서 수요가 위축되면 공급도 줄어들기를 바라는 것이다.
“돈이 생기지 않으면 약탈도 없어질 것이다”라고 런던대학의 고고학 인스티튜트 강사인 캐트린 워커 터브는 말했다.
지난 몇 년 동안 불법거래를 막아보려는 노력이 강화됐다. 작년 2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2011년 이후의 시리아와 1990년 이후의 이라크에서 불법으로 유출된 문화유물의 거래를 금지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국제 뮤지엄위원회는 이라크, 시리아, 그리고 리비아에서 약탈 위험에 놓인 물품들을 기록한 ‘적색경보 목록’을 발표했다. 지난 8월 워싱턴의 미국무부는 이슬람 국가(Islamic State)의 유적지 훼손과 약탈을 막을 수 있는 정보 제보자에 대해 500만달러의 보상금을 내걸었다.
또 지난 달 유네스코는 2014년 제정된 시리아 문화유산의 비상보호 조치에 잇따른 조치로 도굴과 약탈범죄의 추적에 오랜 경험을 가진 이탈리아 경찰의 전문가들을 배치하는 특별 태스크포스를 조직했다. 아시아 소사이어티와 고대유물 연맹은 최근 ‘문화적 횡령’ 국제 컨퍼런스에서 세관 요원들에 대한 특별훈련과 유적지 로컬 정부들의 유물 분류작업 및 보호를 지원하는 필요성을 제기했다.
전쟁 지역에서 스며들어온 고대유물을 되찾는 일은 산발적인 성공을 거두기도 했다. 2015년 3월 불가리아에서 있었던 경찰 급습으로 이라크 남부 라가쉬의 고대 수메르 도시에서 가져온 것으로 보이는 조각상들과 유물들의 은닉처가 발견됐다. 같은 시기에 미국은 이라크 정부에 65점의 장물 유물들을 돌려주었다. 두바이의 한 딜러가 미국 내 뮤지엄들과 갤러리들에 팔려고 했던 것들로 위조서류까지 갖추고 있었다.
그러나 이런 수사에서 관련자들에 대한 체포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데 그 이유는 고대 문명의 광대한 지역에서 나온 유물들의 정확한 출처를 입증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밀매자들은 날조의 달인들이라 해당 유물이 익명의 콜렉터가 오랫동안 소유하고 있다가 최근 사망과 함께 시장에 나온 것이라고 주장하는 서류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증거부족 때문에 사법 당국은 물건을 돌려받는 댓가로 형사기소를 포기하는 쪽 택하고 있으며 결과적으로 불법 매매자들은 유유히 법망을 빠져나간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한편 이 문제에 관한 매스컴의 관심과 홍보는 좋은 효과를 낸다고 관계자들은 말한다. 전세계에서 유실됐거나 약탈된 미술품의 회수를 데이터베이스로 만든 런던의 아트 리커버리 그룹(Art Recovery Group) 창립자이며 디렉터인 크리스토퍼 마리넬로는 “언론의 보도는 굉장히 놀라운 효과가 있어서 이름 있는 딜러라면 누구나 조심하게 된다”고 말한다. 딜러들과 경매 하우스들이 의심스런 물건을 알려오는 일도 늘어나고, 고대유물을 다루는 카탈로그가 줄어드는 효과도 보게 된다는 것이다.
작은 물건들은 전자 상거래 사이트에 주기적으로 등장한다. 최근에는 시리아의 고고학 유적지 아파메아(Apamea)에서 나왔다는 동전 2개가 이베이에 올라왔다. 가격은 84달러와 133달러.
그러나 덩치가 크거나 가치가 높은 것은 국제적 압력 때문에 거래가 줄어들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이런 현상은 귀중한 문화재들이 중동이나 유럽의 창고에 숨겨져 세상의 관심이 줄어들 때까지 잠자고 있다는 뜻이라고 캐트린 워커 터브는 우려한다. “전세계에 수없이 많은 루트가 있으니 이런 물건들이 어디에 숨어있는지 누가 알수 있겠냐”고 그녀는 한숨을 쉰다.
프랑스의 문화재 절도 경찰반의 수사관 뤼도빅 에르아르는 르몽드지에 이른바 '피의 유물' (blood antiquities, 블러드 앤티크)들은 얼마든지 때를 기다린다고 말했다. “오랜 경험을 가진 네트웍들은 3년, 5년, 심지어 10년까지도 기다려 결국에는 합법적인 시장에 내놓고 판다”는 설명이다.
한편 이슬람국가(IS) 등의 테러집단이 중동지역의 고대유물을 약탈하는 것은 시장을 얼어붙게 하는데 도움을 준다고 마리넬로 디렉터는 말한다. “FBI가 그런 물건을 사는 사람은 국제 테러리즘 공조 혐의로 체포될 수도 있다고 경고하기 때문”이라고 말한 그는 그 때문에 구매 의사가 현저히 줄어드는 계기가 됐다고 전한다.
IS가 시리아의 팔미라 같은 유적지를 무참하게 공격하고 약탈한 것이 많이 보도돼 세인의 주목을 끌긴 했지만 사실은 또 다른 범인들도 있다. 런던대학의 고고학 인스티튜 연구원인 샘 하디는 “파괴하고 약탈하는 것은 IS만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전세계에서 가장 크고 가장 잘 보존된 로마와 비잔틴 시대 유적지 중 하나인 아파메아(Apamea)의 약탈은 산업적인 규모로 일어났으며, 위성 이미지로 내려다보면 그 지역에 5,000여개의 도굴 구덩이가 뚫려있는 것이 보인다. 그런데 이 약탈은 시리아 정부가 집권하고 있을 때 일어난 것이라고 그는 설명한다.
“약탈이 정부의 주도로 이루어졌다고 할 수는 없지만 유물 도굴로 얻은 수익이 정권에 도움을 준 것은 사실이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하디 연구원은 말했다.
미국 동양연구학회의 문화유적지 제안 2015년 보고서에 따르면 위성 이미지에 나타난 시리아 내 1,200개 고고학 유적지 가운데 25% 이상이 내전이 시작된 후 약탈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대유물 밀매에 IS가 관련된 확실한 증거는 지난 5월 미국 주도로 시리아 동부의 아부 사야프 사령관 부락을 공습했을 때 드러났다. 아부 사야프는 이 테러집단의 오일 밀반입과 유물 밀거래 책임자로 이 공습 작전에서 사망했는데 그가 소유한 것들 중에는 이라크 모술의 박물관에 있었던 상아 장식품으로부터 동전 콜렉션, 팔찌 등 움직이기 쉬운 각종 유물들이 잔뜩 있었다.
그 은닉처에서는 또한 고대유물과 같은 귀중품에 대한 20% 세금 영수증들이 나왔는데 그 세금 합계는 약 26만5,000달러였다. 이것은 유물 거래가 IS 집단의 재정 흐름에서 작은 부분에 지나지 않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그 지역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한 생존 수단이었음도 알 수 있다.
“전쟁은 언재나 문화재에게 최악의 사태”라고 마리넬로 디렉터는 말했다. 특별히 문명의 요람인 지역에서 더욱 그렇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 본사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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