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즉 영국의 유렵연합 탈퇴과정에서 눈길을 끄는 현상중 하나가 양극화된 사회구조간의 갈등이다. 사회 하층민들이 몸으로 느끼는 빈부의 격차, 직장인과 실업자, 고학력과 저학력, 노년층과 젊은층, 기성정치권에 대한 대중의 반란 등에서 생긴 갈등들이 투표 결과로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대서양을 건너 이곳 미국 대선도 예외가 아니다. 특히 경제적으로 낙후된 ‘RUST BELT’ 지역주민들의 상대적 박탈감을 대변하는 공화당의 트럼프가 표를 얻고, 17~29세 사이 젊은이들의 84%가 민주당의 샌더스를 압도적으로 지지하는 현상에서, 사회구성원 사이의 갈등이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태평양을 건너가 보면 한국에서도 이제는 모든 걸 포기하고 ‘헬조선’이라고 자조하는 현상이 젊은이들 사이에서 심각하다. 이 같은 현상들은 주로 자유민주주의를 신봉하는 자본주의 국가에서 발생하고 있다. 이런 현상이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진 것은 아니다. 오랫동안 국민의 마음속에 내재되어온 불만들이 투표라는 기회를 통하여 나타난 것이며, 여기에 무책임한 정치 선동가들이 가세하면서 문제가 실제보다 더 부풀려진 측면도 있다.
수년전 프랑스의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는 자본주의 체제하에서 자본회수율이 경제 성장률을 초과하는 경향이 계속되는 한, 경제적 불균형은 새로운 현상이 아니며 갈수록 심화되어 극단적인 충격을 줄 것이라고 예언하였다. 또한 미국의 프란시스코 후쿠야마는 27년 전 발표한 ‘역사의 종말’ (The end of history and the last man) 이후 고집스럽게 지켜오던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장밋빛 전망을 거두고, 중산층의 몰락으로 인한 자유민주주의의 종말이 올수도 있다고 2014년에 예언한 바가 있다.
1992년 빌 클린턴이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하는 데 큰 역할을 한 “문제는 경제야, 이 바보야” 라는 구호가 이제는 “문제는 배분이야, 이 바보야”로 바뀌게 될 것 같다. 우리는 오랫동안 국가의 경제가 발전하면 덩달아 일반국민들의 생활도 향상될 거란 환상 속에서 살아왔지만, 국가 경제가 발전할수록 일반국민들의 빈부격차는 더 확대되어 상대적 빈곤을 느끼는 경우를 많이 보고 있다. 불행히도 피케티와 후쿠야마의 예언들이 마침내 현실화 하는 듯한 불안감을 떨칠 수가 없다.
여기서 나는 기원전 100 년경 중국의 춘추 전국시대 사상가인 묵자를 생각하게 된다. 그의 가르침은 모든 사람을 똑같이 사랑하는 ‘겸애’(兼愛)정신, 모든 사람을 평등하게 대하고 골고루 나누는 ‘상동’(尙同)정신, 겸애와 상동만으로는 성장에 대한 이기적인 욕구가 약화될 수 있으니 다 같이 이득을 보는 동반성장이론인 ‘교상리’(交相利)의 정신, 그리고 일체의 전쟁 행위를 반대하는 ‘반전’(反戰) 사상 등으로 요약된다. 이 네 가지의 정신을 우리의 가슴속에 새겨서 실천하면, 몰락하던 중산층이 다시 살아나고, 빈부 격차는 줄어들고 평화로운 세상이 될 것이다.
현재까지 미 공화당의 새로운 정강정책 내용은 모르겠지만 7월말 필라델피아에서 개최되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샌더스의 진보적 주장이 정강정책에 많이 반영되리라는 긍정적인 소식이 들린다. 묵자가 항상 하층민, 공인, 죄인들의 이해관계를 대변하였듯이, 미래의 미국 대통령은 경제적 빈곤층, 실직자, 저학력자와 젊은 사람들의 이해관계를 더욱 관심을 갖고 대변해야 할 것이다. 그러면 묵자가 오래전 설파한 ‘애인약애기신’(愛人若愛其身, 남을 사랑하길 제 몸같이 하라)의 정신을 우리 모두가 실행하는 아름다운 자유민주주의를 향유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누가 대통령이 되던 간에 이미 표출된 국민의 의견을 광범위하게 수렴함으로써, 지금까지 유지해 온 상류층 위주의 정책을 이제는 하층민 위주로 변경하여야만 통치 권력을 유지할 수 있는 정치적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이제는 공화당의 보수냐 혹은 민주당의 진보냐 하는 차원을 떠나서 힘없는 약자들을 위한 정치를 펴야한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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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태흠 / 은퇴 동시통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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