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리엄 헨리 해리슨을 기억하는 한인은 많지 않을 것 같다. 미국의 9대 대통령인 그는 역대 45명 중 임기가 가장 짧았다. 인디언 토벌 장군 출신이자 영국 식민지 태생으로는 마지막 대통령이 된 그는 취임 30일 만에 폐렴 합병증을 일으켜 백악관에서 사망한 첫 대통령이 됐다.
그래선지 해리슨은 미국의 ‘역대 최악 대통령 10인’ 명단에 단골로 낀다. 재임기간이 고작 한달이었던 탓에 대통령으로서 그의 치적, 리더십, 품성, 과실 등을 따질 근거가 없었기 때문이다. 월드 애틀라스지가 선정한 미국의 역대 최악 대통령 10인 명단에도 윌리엄 해리슨은 딱 중간인 5위에 올라 있다.
이 명단의 맨 끝자리(10위)는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43대)이 차지했다. 취임 후 1년도 안 돼 사상최악의 9.11 테러가 터졌고, 공연히 아프간-이라크 전쟁에 개입해 막대한 손해만 입었다. 부시보다 한 단계 위(9위)인 재카리 테일러 대통령(12대)은 해리슨처럼 장군 출신으로 정치경험이 없었던 데다 역시 취임 1년만에 식중독으로 사망해 별 치적이 없었다.
최악의 대통령은 제임스 부캐넌(15대)이다. 역대 유일의 총각 대통령이었던 그는 북부 펜실베니아 출신이었지만 남부를 두둔하며 지역감정을 부추겨 끝내 남북전쟁을 촉발시켰다. 그래서 남북전쟁이 ‘부캐넌 전쟁’으로 불린다. 부정부패와 혼외정사 스캔들이 무성했던 워렌 하딩 대통령(29대)이 2위에 올랐다.
미국에도 탄핵 당할 뻔한 대통령이 여럿 있었다. 존 타일러(10대)가 첫번째이다. 취임 한달만에 사망한 해리슨을 승계한 타일러(당시 부통령)는 소속당이었던 휘그당과의 불화로 탄핵위기에 몰렸다. 암살당한 아브라함 링컨을 승계한 앤드류 존슨(17대)도 노예 시민권 부여법에 반대해 탄핵 당할 뻔 했다. 타일러는 최악 명단에서 7위, 존슨은 3위에 각각 랭크됐다.
특이한 점은 최악 대통령 10명 중 4명이 12대부터 15대까지 줄을 이었다는 사실이다. 이들은 노예제도와 서부영토 확장문제로 국론이 분열됐던 기간에 재임한 불운한 대통령들이었다.
최악 대통령 랭킹은 누가 작성하느냐에 따라 들쑥날쑥 한다. 조지 W. 부시를 1위, 워터게이트 스캔들로 탄핵이 확실해지자 사임한 리처드 닉슨(37대)을 2위, 대공황을 초래한 허버트 후버(31대)를 3위에 꼽은 명단도 있다. 섹스 스캔들로 역시 탄핵당할 뻔한 빌 클린턴(42대)도 자주 거론된다.
미국은 그렇다 치고 지구촌의 역대 최악 지도자들은 누굴까? 랭킹전문 원더스 리스트는 북한의 김정은을 단연 1위로 꼽았다. 그 뒤를 탁신 시나와트라(전 태국총리), 알-바시르(수단 대통령), 알-아사드(시리아 대통령)가 이었다.
한국은 많지도 않은 역대 대통령들이 모두 최악인 것 같아 씁쓸하다. 이승만은 남북분단 및 6?25와 불가분이고, 박정희-전두환-노태우는 30년 군사독재로 국민을 옥죄었다. 김영삼은 IMF 사태, 김대중은 지역감정 및 좌편향 딱지가 붙었고, 노무현은 퇴임 후 자살했다. 이명박은 무능한 ‘쥐박’이었다. 윤보선은 ‘정신적 대통령’이었고, 최규하는 기억에도 없다.
이들 중 최악 1순위는 아마도 박근혜 전 대통령에 돌아갈 것 같다. 탄핵당한 첫 대통령이자 퇴임 후 죄수복을 입은 세 번째 대통령이다. 평생 쌓아올린 정치경력도, 특히 사상 첫 여성대통령이 된 영예도 물거품 됐다. 한국사회 전반에 뜨겁게 일어나는 여성파워에 찬물을 끼얹었다. 차라리 해리슨, 최규하처럼 기억에 남지 않는 대통령이 되는 게 나을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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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여춘 시애틀 지사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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