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조사에 의하면 미국 대학생들은 하루 평균 페이스북에 100분, 친구들과의 문자 교환에 3시간을 보낸다고 한다. 심지어 많은 학생들은 핸드폰 문자가 계속 오는 느낌을 받는 강박관념(Phantom Vibration Syndrome)에 시달린다고 한다. IT 강국인 한국에서는 상황은 더 심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실제로 경기도 소재 초, 중, 고등학생 150만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66%가 스마트폰을 소지하고 있고 그 중 45%의 학생들은 하루 평균 1~3시간 동안 SNS를 사용한다고 한다. 5시간 이상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학생들도 무려 10%에 달했다.
잘 구축된 IT 인프라뿐만 아니라 공공(公共)사회생활 영역에서 조화와 집단주의가 강조되는 유교 문화 때문에 한국에서 SNS가 폭발적인 관심과 파급력이 있지않나 생각해볼 수 있다. 조직문화의 세계적인 권위자인 Geert Hofstede는 한국인은 조사대상 53개국 중에서 가장 집단주의적 의식을 가지고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한바 있다. 한국의 아이들은 남들이 하는 것을 따라 해야한다는 압박을 받고 살아가며 그렇지 않으면 또래집단에서 소외를 당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차원에서 접근성과 파급력 측면에서 최고의 공공 영역이라고 할 수 있는 SNS는 우리 아이들에게 이미 무시할 수도, 피할 수도 없는 영역이 되어버렸음을 볼수 있다. 안타깝게도 우리 아이들은 자신을 계발하는 시간을 투자하는 대신 본인이 SNS를 통해 남들에게 어떻게 비춰질지 신경을 쓰는데 너무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있는 것이다. 더욱 불행한 것은 이런 현상이 개인의 양심, 판단, 남들과 달리 행동하는 용기를 발휘할 수 있는 사(私)적인 영역을 점점 침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SNS의 문제점을 유교사상에 탓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유교 사상은 오히려 공(公)적인 영역과 사(私)적인 영역을 명확하게 구분함과 둘의 균형을 강조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어떻게 보면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은 학생들에게 무엇이 공적이고 무엇이 사적인지 분별하는 것을 어렵게 하기 때문에 반 유교적이며 잘못된 인식을 통해 번식하는 것이다.
누구든지 내가 게재한 글이나 사진을 볼 수 있고 평생 기록에 남는다는 사실은 심지어 우리 어른들 조차도 쉽게 잊고 살아가지 않는가? 더 심각한 문제는 SNS에 더 활발하게 참여할수록 가족이나 다른 사람과의 진정한 교류는 오히려 줄어든다는 것이다. 방문을 닫고 컴퓨터 속 화면을 보고 있을 때, 외부 세상과는 단절된 느낌이 들고 (오히려 더 공개적인) SNS는 친근한 사적인 공간처럼 느껴지기 쉬워, SNS는 공적인 것과 사적인 것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어 버린다.
SNS로 인해 발생하는 여러 가지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극단적으로는 아예 단절하는 것을 해결책으로 생각할 수 있으나 현실적인 해결책이 될 수도 없거니와 적절한 방법이 아니다. SNS는 사람들과 교류하고 정보를 공유하는 데 굉장히 효과적인 매체이며 교육적으로도 유용할 때가 많기 때문이다.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가상현실에서 공적인 것과 사적인 것을 분간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고 책임감 있고 도덕적인 디지털 시민이 되도록 자녀를 교육하고 지도하는것이다. 더 나아가, 우리 자녀 삶에서의 공적인 영역과 사적인 영역 간 균형을 다시 찾을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이런 문제들을 고민하는 부모들에게 Towson 대학의 Andrew Reiner교수는 “소셜미디어 안식일”을 추천한다. Reiner 교수에 의하면 그가 가르치는 학생들에게 4시간 동안 SNS 없이 지내보고 그 경험을 기록하는 과제를 주었다. 과제를 하면서 학생들은 나무에 올라가 혼자만의 시간을 가져보고, 그림도 그려 보았다. 4시간이 다 되었을 때 한 학생은 “마음이 참 가벼워요. 이런 느낌 정말 오랜만이에요” 라고 하면서 하루가 지나도록 핸드폰을 가방에서 꺼내지 않았다고 한다.
Reiner 교수는 이 실험을 “탈(脫) 문명의 미학”이라고 표현한다. “소셜미디어 안식일”은 단순히 우리에게 배울 수 있는 시간을 줄 뿐만 아니라 우리의 관심을 사적인 영역으로 옮겨와 배우고자하는 내용과 긴밀한 관계를 만들어 더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게 하는것이다. 이러한 사적인 영역은 도전, 깊이 있는 탐구, 독립적으로 사고 할 수 있는 공간이며 진정한 배움이 시작되는 곳을 만든다.
우리는 K-pop 가수들이 일정 기간 동안 TV에 출연하지 않고 재충전하는 시간을 갖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인기가 정점에 달할 때 활동을 잠시 중단하는 것을 이상하게 여길 수 있으나 엔터테인먼트 업계는 재충전하고 내공을 쌓는 기간이 오히려 가수가 오래 활동할 수 있는 비결임을 알고 있는 것이다. Reiner 교수의 “탈 문명”을 시도하도록 자녀에게 가르쳐 보는것은 어떨지 저자는 생각해본다. 그것은 스마트폰과 태블릿 PC에서 시선을 떼는 작은 행동에서 시작된다고 Reiner 교수는 말한다. 우리의 시선을 들어 다른 사람의 눈을 들여다보고, 나아가 본인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기회를 가질 필요가 있다. 거기에서 우리는 우리가 찾고자 하는 진정한 커넥션들을 발견하고 간직하고자 하는 것들을 선택할 수 있는것이다.
APIS는 WASC에서 인증을 받은 미국 비영리 사립 기숙학교 (K-12) 로 하와이와 서울에 캠퍼스를 두고 있다. 졸업생의 16%가 아이비리그 학교로 진학하는 명문 국제외국인학교다. www.apis.org
김의성 박사 Asia Pacific International School (APIS 서울캠퍼스/하와이캠퍼스) 설립자 및 학원장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