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탈루냐 독립 투표일에 바르셀로나 ‘무관중 경기’
▶ ‘독립 반대’ 마드리드 관중석에 스페인 국기 물결
바르셀로나, 주민투표 폭력진압에 항의 구단 폐쇄
레알 마드리드 관중들이 카탈루냐 팀인 에스파뇰과의 경기에서 스페인 국기를 치켜들고 있다. [AP]
바르셀로나의 리오넬 메시가 텅빈 관중석을 배경으로 드리블로 상대 골키퍼를 제치고 있다. [AP]
지난 1일 스페인 바르셀로나 캄프 누에서 펼쳐진 바르셀로나와 라스 팔마스의 스페인 프로축구 프리메라리가 7라운드 경기는 리오넬 메시가 2골과 1어시스트로 맹활약한 홈팀 바르셀로나의 3-0 완승으로 끝났다. 같은 날 스페인 마드리드의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벌어진 경기에서는 홈팀 레알 마드리드가 이스코의 멀티골을 앞세워 에스파뇰을 2-0으로 제압했다.
프리메라리가(이하 라리가)의 양대 강호가 홈에서 승리를 거둔 특이할 것 없는 경기들이지만, 이 두 경기의 분위기는 두 팀의 그 어떤 홈경기와도 달랐다.
바르셀로나 경기는 관객 1명 없이 텅 빈 구장에서 치러졌고, 관객이 가득 들어찬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엔 A매치가 아닌 클럽 경기인데도 불구, 스페인 국기가 넘실댔다. 스페인 동부의 카탈루냐 자치주 정부가 중앙 정부의 ‘불법’ 규정에도 불구, 카탈루냐의 스페인으로부터 분리·독립 찬반여부를 묻는 주민투표를 강행한 가운데 치러진 이날 라리가 경기는 격랑에 빠진 스페인 상황의 축소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카탈루냐 주에 속한 바르셀로나는 공교롭게도 투표 날과 겹친 이날 홈경기 일정을 변경해줄 것을 라리가 측에 여러 차례 요청했다. 그러나 요청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독립을 지지하는 카탈루냐 시위대는 경기가 강행되면 그라운드에 난입해 저지할 것이라고 공언했고, 이날 경기 직전까지도 보안 우려로 경기가 취소됐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경기 시작 25분 전 바르셀로나 구단은 경기를 예정대로 치르되 이미 경기장 앞에 도착한 수천 명 관중을 입장시키지 않기로 했다. 보안 우려 때문이 아니라 경기 연기를 불허한 라리가에 대한 항의의 뜻이었다.
주제프 바르토메우 바르셀로나 회장은 “경기를 중단시키려 애썼으나 불가능했다. 경기에 임하지 않으면 징계로 승점을 잃을 수 있었다”며 “우리가 지금 카탈루냐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에 불만이라는 것을 전 세계에 보여주기 위해 비공개 경기를 치르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여곡절 끝에 치러진 경기에서 라스 팔마스 선수들은 유니폼 오른쪽 가슴에 스페인 국기를 새긴 유니폼을 입고 경기에 나섰다. 카탈루냐의 독립시도에 맞서 하나의 스페인을 지지한다는 의미였다.
바르셀로나는 그동안 카탈루냐의 독립에 대한 지지를 공개적으로 표명하는 것은 삼갔지만, 독립투표가 정당하다는 입장은 분명히 해왔다. 하지만 바르셀로나 구단은 2일 분리·독립 주민투표를 폭력적으로 진압한 스페인 당국에 항의하는 의미로 클럽을 일시 폐쇄하기로 결정, 카탈루냐 주의 분리·독립운동에 공식으로 동참했다.
바르셀로나는 이날 홈페이지를 통해 “우리 구단은 카탈루냐 전역에서 시행하는 지방동맹파업에 참여한다”라며 “클럽을 2일 하루 동안 일시 폐쇄한다. 1군 팀을 포함한 구단 내 모든 팀은 훈련과 경기를 치르지 않고 홈구장 캄프누와 구단 박물관 등을 운영하지도 않는다”고 발표했다.
주제프 마리아 바르토메우 바르셀로나 구단 회장은 2일 성명에서 “우리 구단은 카탈루냐의 분노를 세계에 알리기 위해 무관중 경기를 펼쳤다”라면서 “몇몇 관계자들은 경기를 치르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오히려 무관중 경기를 펼쳐 우리의 입장을 전 세계에 명확히 전달했다”고 밝혔다.
바르셀로나 선수 중에서도 주민투표 지지 목소리를 강하게 내온 제라르 피케는 경기 후 기자들 앞에 서서 울먹이며 “오늘은 프로축구 선수로서 최악의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경기에 앞서 투표 인증 샷을 소셜 미디어에 올리기도 한 피케는 “난 카탈루냐인이며, 카탈루냐 사람들이 어느 때보다 자랑스럽다”며 “감독이나 연맹이 내가 스페인 대표팀에 속하는 것이 문제라고 생각하면 대표팀에서 빠져도 상관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미 스페인에서는 카탈루냐의 분리 독립을 지지해온 피케가 스페인 국가대표로 나서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마치 스페인 중앙 정부와 카탈루냐 지방정부의 대리전처럼 펼쳐진 것은 마드리드 경기도 마찬가지였다. 홈팀 레알 마드리드를 상대한 에스파뇰 역시 카탈루냐주의 수도인 바르셀로나를 연고로 한 팀이었다.
이에 따라 마드리드는 이날 경기를 앞두고 입장한 홈 관중들에게 스페인 국기를 나눠줬고, 관중은 경기 중 국기를 휘날리고 국가를 합창하며 카탈루냐 독립 반대 메시지를 던졌다. 이에 맞서 몇 안 되던 에스파뇰 팬들은 관중석에서 카탈루냐기를 펼쳐 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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