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근데 부인과 검진을 매년 받아야 하나요?” 임상시 환자들로부터 많이 듣는 말이다. “저는 벌써 폐경된 지 오래 됬는데 그래도 계속 와야 되요?”
왜 이런 생각들을 하는지 그 이유를 잘 안다. 부인과란 젊을 때 임신, 출산, 피임 등을 상담하고 또 Pap smear(자궁경부암 검사) 하러 가는 곳이라고만 생각하기 때문에. 대체적으로 한국 부인들에게 산부인과는 왠지 가까이 하기에는 너무 먼 당신처럼 한번 가려면 정말 용기를 내야하는 그런 곳일수도 있다.
미국 여성들은 산부인과 의사를 자신의 일차 진료 의사 (Primary Care Physician)로 생각한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산부인과 의사를 자주 찾는다. 건강한 십대, 이십대 여성들이 소아과 의사를 떠나 처음으로 친밀한 관계를 맺게 되는 의사는 대부분 산부인과 의사이다. 그래서 산부인과 의사는 젊고 건강한 여성의 유일한 닥터이기도 하며, 일단 상호 신뢰가 생긴 다음에는 모든 영역에서 자신의 가장 프라이빗한 고민을 상담해 줄 수 있는 친구같은 의사가 된다. 그러기 때문에 산부인과 의사는 여성들의 닥터로서 환자를 내과, 피부과, 심리 상담, 영양 상담, 물리 치료사들과 연결 시켜주는 중간 고리 역할을 하게 된다.
엄마가 딸과 함께 오거나 자매들이 같이 오는 경우도 많다. 즉 가족 주치의가 되는 것이다. 젊고 건강해서 아무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항상 바쁘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현대의 여성들은 생리 불순, 골반 통증, 과체중, 우울증 등의 많은 문제에 시달리고 있다. 사소해 보이는 이런 문제들은 섬세한 여성 호르몬 밸런스가 깨진 결과로 나중에 불임의 원인이 되기도 하고, 어떤 경우 10-20년 후의 내과적 질환을 예고하는 첫째 징조일 수도 있다. 또한 40대 후반부터 나타나기 시작하는 갱년기 증후군, 폐경 전후의 불규칙적인 출혈 등은 반드시 전문의와의 상담을 통해 이상 유무를 확인해야 한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모든 연령대의 여성에게 정기적인 산부인과적 검진은 참으로 중요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많은 여성들이 폐경 후 몸이 여기 저기 아프기 시작하고 안 좋아졌다고들 한다. 이는 폐경 후 여성의 몸이 급작스러운 여성 호르몬 감소에 의해 많은 변화를 겪게 되기 때문이다. 평소 건강했던 여성들에게도 서서히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의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하며 여성 호르몬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신체 부분들, 특히 방광, 외음부, 골격에 조직학적인 변화가 생기기 시작한다. 특히 폐경 후 흔히 발생할 수 있는 빈뇨, 야뇨 등의 과민성 방광 증상과 잦은 방광염, 외음부 건조함, 가려움증, 부부 관계의 어려움 등은 개인적인 일시적 현상이 아니고,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대부분의 여성이 거쳐가고 또 적응해야만 하는 필연적인 과정이다. 일시적인 내과적 치료보다는 전문의와의 정기적인 상담을 통한 근본적 치료가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이제는 많은 한국 여성들이 용기를 내어 적극적으로 부인과 검진을 받아보기를 권한다. 가끔씩 진료를 마치고 나가는 한국 부인들을 배웅하면서, “내년에 다시 뵐께요. 그냥 저하고 얘기하러 오신다고 생각하세요.”라고 말하곤 한다.
권혜은(산부인과 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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