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기 반환점 “무너진 나라 다시 세웠다” 강조, 전문가 “진정한 소통과 국정기조 전환 필요”
▶ 5당 대표 만찬서 황교안·손학규 대표간 고성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
임기 반환점을 맞은 문재인 대통령은 소통과 협치 행보로 후반기를 시작하는 한편 기존의 국정운영 기조를 고수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러나 대다수 전문가들은 “전반기 국정 운영의 실패를 인정하고 국정 기조를 전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문 대통령은 반환점을 돈 지 이틀째인 11일 오후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앞으로 남은 절반의 시간이 더 중요해졌다”며 “국민이 바라는 진정한 변화를 만들어내겠다”고 다짐했다. 이어 “그 과정에서 더욱 폭넓게 소통하고 다른 의견에도 귀를 기울이면서 공감을 넓혀나가겠다”면서 “남은 절반의 임기에 국민께 더 낮고 가까이 다가가겠다”고 약속했다.
문 대통령은 “임기 전반기에 씨를 뿌리고 싹을 키웠다면 후반기는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어야만 문재인정부 성공을 말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임기 2년 반에 대해 “정부는 시작부터 무너진 나라를 다시 세워 국가를 정상화했고, 정의 가치를 사회의 전 영역으로 확산시켜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후반기 국정 운영 방향에 대해 “국민이 변화를 확실히 체감할 때까지 일관성을 갖고 혁신·포용·공정·평화의 길을 흔들림 없이 달려가겠다”고 밝혔다. ‘일관성’과 ‘흔들림 없음’을 언급한 것은 국정운영 기조에 변화가 없을 것임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의 언급은 전날 노영민 비서실장과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김상조 정책실장 등 청와대 세 실장이 합동 기자간담회를 갖고 “전반기가 대한민국 틀을 바꾸는 대전환의 시기였다면 남은 후반기는 전환의 힘을 토대로 새로운 대한민국을 향해 도약하는 시기”라고 국정 성과를 강조한 것과 같은 기조였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수석대변인은 임기 전반기 총평에 대해 “한반도 평화의 길을 만들고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혁신과 공정으로 경제 체질을 개선하며 검찰 개혁 등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해 전력투구해왔다”며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었던 변화는 국민의 지지와 성원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라고 자화자찬했다.
그러나 대다수 전문가들은 문재인 정부의 전반기 성적표에 대해 “경제·외교안보 정책에서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실패했을 뿐 아니라 국론 분열만 증폭시켰다”고 비판했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문재인정부 전반기 소득주도 성장으로 대표되는 경제 정책은 완전히 실패했다”면서 “올해 경제성장률이 2%에도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진데다 분배는 악화됐고 세금으로 단기 알바를 만들어낸 것을 제외하면 일자리 창출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황 평론가는 “외교안보 분야에서도 북한 바라기에 매달리다보니 북핵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오히려 한미동맹만 흔들렸다”면서 “취임사에서 국민 통합을 약속했지만 진영 논리 집착으로 오히려 갈등만 확산시켰다”고 분석했다. 황 평론가는 “문재인정부가 후반기에 열매를 거두고 성공을 거두려면 정책 기조를 전환하고 소통과 협치를 이벤트가 아니라 실천으로 보여줘야 한다”고 주문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소득주도 성장과 반 시장·반기업 정책에 따른 주요 기업들의 마이너스 실적, 수출과 좋은 일자리 감소, 무장 해제 안보와 고립 외교, 대통령 한마디에 오락가락하는 교육 정책”이라고 문제점을 열거하면서 “국정 전 분야에서 대한민국의 근간이 무너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도 ‘청와대 3실장’의 기자간담회를 겨냥해 “낭떠러지로 향하는 고속도로임을 알고도 엔진을 더 세게 밟겠다는 것”이라고 혹평을 쏟아냈다.
그러나 야당과 전문가들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문 대통령과 ‘청와대 3실장’은 전반기 국정운영 기조를 바꾸지 않은 채 후반기에 ‘마이 웨이(My Way)’로 가겠다는 의지를 밝힌 셈이다. 즉 소득주도 성장 정책과 남북관계 진전에 주력하는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정책 기조를 계속 밀어붙이겠다는 뜻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일관성 없이 ‘갈지자’ 행보를 하는 것이 가장 안 좋은 상황”이라며 “문 대통령의 언급은 일관성 있게 담대하게 나아가겠다는 의지”리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문 대통령은 반환점 첫날인 10일 저녁 청와대 관저에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등 여야 5당 대표와 함께 2시간 40분 동안 만찬을 함께 하면서 정치·안보·경제 등 주요 국정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달 말 모친상에 조문을 왔던 여야 대표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기 위해 이 같은 자리를 마련했다.
그러나 총선을 5개월 앞둔 시점에서 선거법 개정안 문제를 놓고 고성이 오가는 등 격론이 벌어졌다. 선거법 개정이 의제로 거론되자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정부와 여당이 한국당과 협의 없이 선거법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였기 때문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한국당이 협상에 응하지 않은 게 문제”라며 “정치를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언성을 높였다.
이에 황 대표가 “그렇게라니요?”라며 맞받아치면서 분위기가 격앙되자 문 대통령이 양손을 들어 두 대표를 말리고 “국회가 이 문제를 잘 처리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19일 저녁 100분 동안 생방송으로 ‘국민과의 대화’를 갖는다. 야당 대표들에 이어 국민들과의 소통 행보를 갖는 것이다.
<
서울지사=김광덕 뉴스본부장>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