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C 조선공사관터~ 대한제국공사관~
▶ 총영사관~ 이화손 묘지 코스

지난 23일 열린 ‘한미외교 역사탐방로’ 프로그램 참석자들이 조지타운(Oaks Hill Cemetery)에 위치한 이화손 묘지를 방문해 한종수 학예사의 설명을 듣고 있다.
워싱턴 DC 로건서클에는 19세기 대한제국 자주외교의 상징인 주미대한제국공사관(1889-1905)이 자리하고 있다. 지난해 박물관으로 새롭게 문을 연 공사관은 1910년 국권침탈과 함께 일제에 단돈 5달러에 빼앗긴 아픔을 간직한 채 100년 넘게 방치되어 있다 2012년 재매입해 복원됐다.
공사관 건물은 한미외교의 역사적 가치뿐만 아니라 고증을 통해 복원된 건물 자체로서도 충분히 문화적, 미술적 가치를 평가받고 있다. 다른 어떤 박물관에서도 볼 수 없었던 19세기 미국의 모습을 그대로 옮겨놓아 전문가는 물론 무심코 방문했던 사람들의 감탄을 자아내고 있다.
그러나 DC에 나가기도 번거롭고 특히 주차도 쉽지 않아 방문을 미루는 한인들이 적지 않은 가운데 공사관에서는 ‘한미외교 역사탐방로’ 프로그램을 개발해 적극적인 홍보에 나설 예정이다. 버지니아나 메릴랜드에서 출발하는 버스를 준비해 미리 신청을 받아 19세기 한미외교의 역사적인 현장을 방문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앞두고 지난 23일 언론과 주재원 가족 등을 상대로 시험 운영이 진행됐다.
버지니아에서 출발한 버스는 최초의 조선공사관이 자리했던 O 스트릿에 도착했다. 지금은 콘도 건물로 변했지만 100여년전 언어도 문화도 낯선 미국에서 최초의 외교관으로 활동했던 박정양 공사의 비장함을 느끼며 공사관 건물로 이동했다. 10여분을 걸어 로건써클에 도착하면 공사관 건물 위에서 휘날리는 태극기를 만나게 된다. 다시 태극기가 휘날리기까지 무려 113년이 걸렸다. 당시 미주 한인사회에서는 공사관 건물 사진 위에 태극기를 그려 넣어 엽서로 사용할 만큼 공사관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보여 왔었다. 공사관 1층과 2층은 고증에 따라 복원, 재현됐으며 3층은 당시의 자료와 사진 등을 소개하는 전시장으로 만들어져 방문객의 이해를 돕고 있다.
이어 서재필 동상이 자리한 총영사관 앞을 지나 조지타운에 있는 이채연 공사의 아들, 이화손의 묘지를 방문했다. 한인들에게 서재필은 독립운동뿐만 아니라 최초의 한인시민권자로서도 남다른 의미를 담고 있으며 이화손은 미국에서 태어난 최초의 한인으로 기록돼 있다. 1889년 워싱턴에 4대 공사로 부임한 이채연 공사와 성주 배씨의 아들로 1890년 10월 태어났지만 생후 2개월 만에 습진으로 사망했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공사관 건물주였던 펠프스 가문의 도움으로 그들의 가족묘지에 묻히게 됐다. 이 공사는 워싱턴에서 태어난 아들의 이름을 당시 워싱턴의 한자였던 ‘화성돈’에서 음차해 ‘화손’(Washon)이라고 지었으며 묘비 뒷면에는 한글로 ‘조선 니화손’이라고 새겨져있다.
국무부 문서를 조사하던 가운데 2014년 무덤의 존재를 확인하게 된 한종수 학예사는 “지난해 무덤을 재정비하는 과정에서 묘비 뒷면에 새겨진 한글이 드러나게 됐다”며 “아들의 묘비에 직접 한글을 적어주었을 이채연 공사의 생생한 모습이 떠올라 남다른 감회와 전율을 느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이날 행사 참석자들은 “100년을 넘나드는 시간여행, 생생한 역사의 현장을 목격했다”며 “지금 이 자리를 거쳐 갔을 수많은 사람들, 무심코 지나쳤던 워싱턴의 살아있는 역사가 한걸음 한걸음 내딛을 때마다 새롭게 다가온다”고 소감을 전했다.
주미대한제국공사관(관장 김상엽)은 한국어는 물론 영어로도 안내하고 있으며 내년부터 공식 운영될 역사탐방로 프로그램에도 많은 관심과 참여를 바란다고 했다. 공사관 운영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 월요일은 문을 닫는다.
문의 (202)844-3330
주소 1500 13th ST NW, Washington DC 2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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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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