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여행 - 일본 모토부 반도 ‘정글리아 오키나와’
일본 오키나와 본섬 북부는 ‘얀바루’라는 이름의 아열대 상록 다우림이 짙게 뒤덮고 있다. 일본에서 가장 넓고 울창한 아열대림 중 하나다. 풍부한 강우량과 안개 덕분에 숲 내부는 1년 내내 습하다. 높이 자란 상록수가 지붕 같은 역할을 해 습기를 가두고 햇빛을 차단한다. 숲의 지붕 아래는 양치식물과 이끼, 덩굴이 빽빽하다.
유네스코 자연유산이자 일본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오키나와섬 최북단은 관광 인프라가 미비해 해외 여행객이 찾기 쉽지 않다. 반면 모토부 반도는 얀바루 삼림지대에 속하면서도 리조트, 수족관, 테마파크가 촘촘히 들어서 있어 가족 단위 여행자가 다니기 좋다. 구로시오 해류가 흐르는 인근 바다는 깨끗하고 온난해 산호 등 해양생물이 풍부하다. 북상하는 난류가 모토부 반도 연안에 영양염류와 온기를 공급하며 본섬 남부와는 비교할 수 없이 아름다운 풍광이 가꿔져 있다.
울창한 숲 한가운데 테마파크 조성
추라우미 수족관, 고우에이 해변 등 이름난 관광지가 모인 모토부 반도에 지난해 7월 새 테마파크가 들어섰다. 지역 특유의 열대우림을 주제로 조성돼 이름도 ‘정글리아 오키나와’다. 부지는 폐골프장. 훼손된 자연경관을 되살리기 위해 아열대 수목 3만7,500그루 이상을 새로 심어 인공림과 원시림의 경계를 허물었다.
정문을 들어서면 상징 구조물 ‘정글리아 트리’가 먼저 시선을 잡는다. 높이 14.5m, 지름 12m. 뱅갈고무나무, 데이고 등 오키나와 토착 수종 10여 종을 엮어 만들었다. 부지 내 거대 고목은 하나도 베지 않고 어트랙션의 동선에 그대로 녹여냈다. 파크 왼쪽은 탑승형 놀이기구, 오른쪽은 체험형 어트랙션 위주다.
이 열대우림의 주인은 공룡이다. 먼발치에서부터 브라키오사우르스의 머리가 숲 위로 솟아 있다. 공룡과 열대우림 주제를 가장 직접 체감할 수 있는 어트랙션은 ‘다이너소어 사파리’. 실제 탐험 트럭에 탑승해 공룡이 가득한 열대우림을 탈출하는 내용이다. 컨테이너 박스 형태의 작전상황실에서 임무 브리핑을 받고 동료 ‘대원’들과 차량에 오른다. 정글리아의 탑승형 어트랙션은 상황에 몰입할수록 재미가 더하다. 영상 설치물 대신 현장 직원이 직접 연기하는 장면이 백미다. 일본어로 진행되지만 한국을 비롯한 외국 방문객에게는 각 언어로 녹음된 오디오 장치를 따로 지급한다. 귀에 꽂기만 하면 되니 어린아이도 걱정 없다.
격렬한 어트랙션이 부담스러운 아이라면 ‘파인딩 다이노소어’가 낫다. 아기 공룡이 숨어 있는 숲을 두 발로 걸으며 찾는 체험으로, 공룡과 가까이 교감할 수 있어 어린이에게 정서적으로 좋다. 유아차로도 이동 가능한 산책형 코스다. 바람이 강하지 않은 날은 ‘호라이즌 벌룬’을 탄다. 거대한 기구에 탑승해 360도 파노라마 시야로 얀바루의 짙은 숲과 에메랄드빛 바다를 동시에 내려다본다. 해 질 무렵이면 수평선 너머로 해넘이를 볼 수 있다.
가장 최근 추가된 어트랙션은 ‘얀바루 토네이도’. 지난달 29일 운영을 개시했다. 개장 초 어트랙션 수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었던 만큼 반가운 개선점이다. 국내 놀이공원 롯데월드의 ‘자이로스윙’, ‘자이로스핀’처럼 원형으로 회전과 진자운동이 결합된 형태로 움직인다. 최대 높이 20m까지 솟구쳐 최고점에서는 몸이 거꾸로 뒤집힌 채 급강하한다. 도시 놀이공원의 낙하 어트랙션과 다른 점은 사방이 건물이 아닌 숲과 하늘이라는 것.
얀바루 토네이도가 위치한 체험 구역에는 짚라인 ‘스카이 피닉스’도 있다. 계곡 위 40m 높이에서 280m를 활공한다. 울창한 얀바루 위를 새처럼 가르는 체험은 정글리아에서만 가능하다. ‘트리탑 트레킹’은 수목 위에 설치된 구름다리와 밧줄을 건너며 숲을 탐험한다. 9개의 도전 포인트가 있다.
스파와 레스토랑도 만족할 만한 수준이다. 스파는 개장 초부터 호평 일색이었다. 얀바루 숲을 바라보게 조성된 인피니티 스파가 핵심이다. 온탕과 열탕 사이, 딱 기분 좋은 수온에 몸을 담그면 울창한 열대림이 시야를 가득 채운다. 인피니티 풀 외에 실내 동굴 온천, 칼슘탕, 사우나도 있다. 종일 열대우림을 뛰어다니느라 지친 몸을 쉬게 하기에 알맞다. 테마파크는 보호자가 즐길 거리가 적다는 것이 늘 아쉬운데, 아이와 부모 모두 만족할 지점이 있는 시설이다.
테마파크 음식은 보통 큰 기대를 하기 힘들지만 정글리아는 다르다. 오키나와 현지 재료와 전통 조리법을 활용해 제대로 만든다. 공원 중앙 메인 타워 2층의 ‘파노라마 다이닝’은 새 둥지 모양 좌석이 인상적이다. 지난달 파인다이닝식 코스 메뉴를 새로 선보였다. 아구(흑돼지) 스테이크를 메인으로 한 코스가 7,000엔(약 6만3,000원)으로 국내 일반 파인다이닝 코스 가격과 비교해도 저렴한 편이다. 스파의 ‘트로피컬 오아시스’는 단품 메뉴 위주로 역시 합리적인 가격에 수준 높은 현지식을 선보인다.
가장 만족도가 높을 방문객은 ‘공룡을 좋아하는 아이를 동반한 가족’이다. 놀이공원이지만 오키나와 북부의 대자연 속에서 체험한다는 차별성이 있다. 그간 미비했던 안내 인원과 냉방 시설을 대폭 보강해 개장 이후 두 번째 여름철 성수기 운영을 앞두고 있다. 대형 미스트팬, 비오레와 협업한 ‘쿨링 스테이션’은 가동을 시작했고, 본격적인 혹서기 전까지 햇빛을 피할 수 있는 휴가 공간과 식사 공간이 추가로 설치될 예정이다.
인근엔 류큐국 신화 품은 ‘사랑의 섬’
정글리아 오키나와 인근에 고우리 섬이 있다. 류큐국 건국 설화의 배경이 되는 섬이다. 하늘에서 내려온 소년과 소녀가 섬 남서쪽 ‘기원의 동굴’에 정착해 사랑을 나눴고 이들의 후손이 류큐인이 됐다는 내용. 섬 북쪽 티누 해변에는 수천 년 파도에 깎여 완벽한 하트 모양이 된 기암 ‘하트 록’이 있다. 여기에 섬의 옛 이름 ‘구이지마’는 ‘고이시마(恋島)’와 발음이 유사하다. 설화, 자연, 이름, 세 박자가 딱 맞아떨어지니 섬의 별명은 자연스럽게 ‘사랑의 섬’이다. 모토부 반도와는 육로로 연결돼 있어 선박을 이용할 필요가 없다. 이 도로도 드라이브 코스로 인기가 많다.
고우리 해변은 하트 록에서 섬 북쪽을 따라 조금 더 들어간 곳에 있다. 섬에서 규모가 가장 큰 해수욕장이다. 바닥이 훤히 보이는 투명한 수면 아래로 산호와 열대어가 가득하다. 수심이 얕고 파도가 잔잔해 어린아이와 물놀이하기 좋다. 스노클링 장비를 챙겨오면 더 알차다. 해변 주변에 음식점과 기념품 상점이 모여 있어 번화한 편이다. 해변에서 언덕을 조금 오르면 고우리 오션 타워가 있다. 에메랄드빛 바다와 고우리 대교를 한눈에 내려다보는 전망대다.
오리온 모토부 호텔 리조트가 자리한 고쿠에이 에메랄드 해변도 들를 만하다. 일본 환경성이 수질 A등급을 부여하고 ‘최고의 해수욕장 100선’에 선정한 곳이다. 이름처럼 에메랄드빛 바다가 아름다운 곳이다. 깨끗한 환경 덕에 매년 바다거북이 산란지로 택하는 장소라고. 바다 건너로는 이에섬의 구스쿠 산이 보인다. 이 산은 산호초 융기로 형성된 드문 원뿔형 지형으로, 고대부터 인근 해역을 오가는 배의 천연 나침반 역할을 했다.
에메랄드 해변은 해양박람회 기념지구(해양박물관공원)에 있다. 일본에서 대형 수족관으로 가장 유명한 추라우미 수족관도 이 지구 부속시설이다. 수족관 마스코트인 수컷 고래상어 ‘진타’는 무려 서른한 살이다. 전 세계 고래상어 사육 최장수 기록을 매일 경신하고 있다. 몸길이는 8.7m, 체중은 5.5톤. 세계 최초로 만타가오리 복수 사육과 번식에 성공한 수족관이기도 하다. 심해를 재현한 ‘심층의 바다’ 구역에서는 평소 보기 어려운 희귀 심해어를 가까이에서 관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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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니가미=이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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