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하순부터 크리스마스 캐럴송이 상가에 울러 퍼지고 집집이 형형색색 여러 가지 아름다운 모양으로 성탄을 기념하는 조형물로 장식을 하며, 가로수 가지마다 작은 꽃 전등으로 칭칭 키 높이로 감아올려 밤거리에 꽃수를 놓는다. 12월이 오면 성탄절과 한 해를 보내는 송년회(망년회)모임으로 동창회, 향우회, 전우회 등, 12월 달력에는 동그라미로 꽉 채워져 있다.
크리스천에게는 연중 제일 큰 축제가 성탄절이다. 그런데 내게는 올해의 성탄절은 서글픈 성탄절이 됐다. 몇 년 전부터 아내의 건강이 좋지 않다. 그러나 성탄예배에 빠진 일이 없다. 늘 함께 교회에 나가서 축하예배를 드리곤 했다.
그랬던 아내의 건강상태가 더 나빠졌다. 예년 같으면 성탄절 카드를 보내며 인사할 곳을 찾아다니며 부산할 아내는 코에 플라스틱의 가는 호스를 끼고 산소통에서 토해내는 산소로 호흡할 정도로 가련하다. 우리 교회서는 12월 22일 성탄주일로 지켰다. 나는 혼자 교회에 가서 성대한 성탄 축제에 참례했다. 그러면서도 마음 한 구석에는 서글픈 생각이 꽁꽁 언 12월 바람처럼 가슴을 파고들었다.
우리 부부는 62년을 함께 살아오면서 성탄절 예배에 빠진 일이 없다. 작년에도 아내는 불편한 몸을 이끌고 교회 성탄예배에 참례했다. 그러나 올해는 그렇지 못했다. 24일 밤 우리는 ‘고요한 밤 거룩한 밤’ ‘천사들이 노래가’를, 아내의 가쁜 숨소리로 조용히 부부만의 최미니 성탄절 이브를 보내며 감사했다.
우리 부부는 25일 아침에 성탄축하 예배를 드리기로 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25일 탄일 아침에 먼저 일어나 거실 테이블에 성경, 찬송가를 나란히 놓고 아내가 일어나기를 기다려도 기척이 없기에 나는 두세 번 침실로 가서 깨웠으나 아내는 꼼짝을 않는다. 몇 번 내가 여보! 여보! 흔들어 깨워 봐도 잠에 곯아 떨어진 채 요지부동이다. 지난밤에 좀 힘들고 지쳤는가보다. 어쩔 수 없이 혼자 Sad Christmas. 정말 슬픈 성탄절을 보냈다.
또 내 마음을 섭섭하게 하는 것이 성탄절카드다. 얼마 전까지도 성탄시즌이 되면 카드를 서로 주고받으며 1년 인사를 가늠했는데 요즘은 디지털 시대라선지 e메일이나 카카오 톡으로 카드를 대신 해온다. 나도 11월 하순이면 성탄 카드를 사서 카드 안쪽에 간단한 인사말을 쓰고, 봉투에 받을 인사의 이름, 주소를 또박또박 볼펜으로 박아 써서 우체국에 가서 부친다. 이는 내 연례행사다. 올해도 변함이 없다. 내게도 여러 곳에서 카드가 보내온다. 나는 보내온 귀한 카드를 읽으면서 보내 준 인사의 면모를 떠 올리며 감사의 정을 담는다.
내가 에버그린 노인아파트에 둥지를 튼 후부터는 보내온 카드 한 장 한 장 좁은 아파트 복도의 출입문에 위에서부터 보내온 순서대로 붙여 전시를 한다. 아파트 동거인들이 오가며 많은 카드를 보며 함께 성탄절을 생각하며 즐긴다.
해마다 보내온 아름다운 그림 카트를 출입문에 붙이고도 남는 카드가 있어서 복도의 하얀 벽에 붙여놓고 흐뭇한 마음으로 한해를 마무리하곤 했는데 올해는 성탄절 카드도 적게 왔다. 아내로 인해 우울한 성탄절을 맞았는데 카드마저 적게 와서 정말 금년 성탄절은 서글픈 성탄절을 보낸 것 같다. 내 나이도 9순을 넘었는데 앞으로 또 몇 번의 성탄절을 맞으며 또 몇 장의 카드를 받아 볼 수 있을까?
<이경주 / 일맥서숙 애난데일,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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