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인 1세 부모들, 역사관·사회관의 차이로 2세 자녀들과 갈등
#1 메릴랜드 실버스프링에 거주 중인 이 모씨는 지난 주말 대학생 아들과 저녁밥을 먹으면서 링컨과 콜럼버스 동상 철거 등에 얘기하다가 언쟁을 벌였다. 이 씨가 “역사를 뒤집을 수 없는데, 몇 백 년 전의 일까지 끄집어내며 과거 역사를 부정하는 것은 옳지 않다. 신이 아닌 이상 흠 없는 사람이 어디 있나. 흑인들도 너무 한다”고 하자 아들은 “아버지가 너무 올드 제너레이션이라 그렇다. 아버지는 한국인이 백인인 줄 착각하는 것 같은데, 백인들은 절대 그렇게 봐주지 않는다. 아버지 같은 사람들 때문에 차별이 근절되지 않는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순간 저녁 식탁의 분위기가 싸하게 얼어붙었고, 이 씨는 숟가락을 팽개치고 자리를 떴다.
#2 버지니아 페어팩스에 거주하는 김 모 씨는 고등학생 딸과 대판 싸우고 냉전 중이다. 지난달 ‘흑인 생명은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를 이슈로 한 시위에 참여하겠다는 딸과 얘기를 나누다가 언쟁을 벌였기 때문이다. “쓸데없는 일에 참여하지 말고 공부나 열심히 해서 좋은 대학 갈 준비나 해라. 과잉 진압한 경찰도 문제지만 흑인들도 문제가 많다”는 김 씨의 말에 발끈한 딸은 “엄마는 아무 것도 모른다. 흑인들이 얼마나 핍박받으며 살아왔는지를. 엄마는 인종차별이 나쁘다고 말은 잘 해도, 은연중에 흑인과 라티노를 무시하는 인종차별주의자”라고 반박했다.
이처럼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 이후 인종차별 문제와 동상 철거 등 예민한 정치 사회 이슈로 한인 이민 1세대와 한인 2세들이 갈등을 빚는 가정들이 많아지고 있다.
워싱턴 가정상담소의 신신자 이사장은 6일 “코로나19 이후 세상이 어수선해진 탓에 모든 사람들이 ‘불안의 시대’에 살고 있는 것 같다. 한인1세와 2세간의 의견 차이는 어찌 보면 당연하다”면서 “모든 사람의 의견과 생각이 다르다는 것을 전제로, 자녀와 의견이 다르더라도 끝까지 경청, 존중하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조지 메이슨 대학의 노영찬 교수(종교철학과, 한국학 센터 소장)는 “부모 자식이라도 생각이 같지 않으므로 상호 존중하는 태도가 필요하다”면서 “최근의 사태들을 보며 역사라는 것은 죽은 고정된 객관적 존재가 아니라, 시대정신에 의해서 새롭게 이해되어야 하는 역동성이 있다는 것과 동시에 역사의 전통을 유지하고 전승해 가야 한다는 점도 인식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한미교육재단의 이광자 이사장도 “자녀와 허심탄회하게 대화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자녀의 눈높이에 맞춰 미국 역사의 배경과 사실에 대해 정확히 전달한 후 이를 반면교사로 삼아 미래지향적인 발전의 토대로 삼아야 한다는 것을 주지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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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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