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력·시간 부족에 미국인 우선대피가 원인… 미국 정착지원 제도적 장치도 미비
미국이 아프가니스탄 철수 작전 때 현지 조력 아프간인의 상당수를 대피시키지 못했다는 미 언론 보도가 잇따른다.
국외로 대피시킨 아프간인 중 미국이 현지 조력자에게 발급하는 특별이민비자(SIV) 해당자가 많지 않다는 것이다. 아프간을 장악한 탈레반의 보복 위험에서 구출하기 위해 마련한 SIV 대상자 중 다수가 아프간에 발이 묶였다는 말이 될 수 있다.
2일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미 행정부는 지금까지 12만 명 이상을 아프간에서 대피시켰고, 이 중 절반가량인 6만3천 명은 미국과 동맹국으로 실어나른 아프간 현지인이다.
그러나 WP는 이 중 SIV 심사를 통과한 아프간인이 7천 명에 불과하다고 국방부를 인용해 전했다.
현지 조력자와 그 가족을 포함해 SIV 대상 인원은 모두 8만8천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국외 대피에 성공한 아프간인 중 미국이 아직 파악하지 못한 SIV 대상자가 있겠지만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으로 볼 때 SIV 대상자 전체 규모와 실제 대피 인원 사이에 큰 괴리가 있다는 뜻이 된다.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은 지난달 17∼31일 아프간에서 대피해 미국 본토에 도착한 인원이 3만1천 명이고, 이 중 2만4천 명이 '위험에 처한 아프간인'이라고 밝혔다.
'위험에 처한 아프간인'은 SIV는 물론 난민 인정을 받을 수 있는 다른 비자 대상자, 그 외 사유로 아프간을 탈출한 이들을 통칭하는 말이다.
CNN방송에 따르면 미 국무부 고위 당국자는 전날 기자들과 만나 미국에 협력한 아프간인 다수가 혼란스러운 대피 때 아프간에 남은 것 같다고 시인했다.
이 당국자는 대피 업무를 담당한 현장의 관리들이 고통스러운 선택을 해야 했고 도움을 주지 못한 사람들 때문에 걱정이 가득했다며 많은 도전에 직면했었다고 전했다.
또 초기 단계 때 SIV 신청자 등에 우선순위를 두려 했지만 여러 사정상 이들에 초점을 맞출 인력과 시간이 부족했고, 나중에는 미국인 대피를 최우선으로 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이는 미국인 대피 수준과 큰 대조를 보인다.
미국은 아프간 잔류 선택이 아닌 대피를 희망하는 시민권자 중 6천 명을 국외로 이동시켰다고 밝혔다. 이는 희망자의 98%라는 게 백악관의 설명이다.
상당수 아프간인이 현지에 발이 묶인 반면 미국이 자국민의 경우 대부분 대피시키는 데 성공했다는 말이 된다.
대피에 실패한 현지인이 불안과 불확실성 속에 미국에 대한 배신감까지 토로한다는 보도가 나오는 와중에 미국이 자국민을 우선하며 아프간인 대피를 소홀히 했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는 대목이다.
WP는 미래의 동맹이 되길 원하는 나라에 미국은 최종적으로 그들을 보호하지 못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고 우려했다.
WP는 미국으로 오는 아프간인 다수가 SIV 등 정식 비자 없이 '인도적 가입국자' 신분이어서 전통적 의미의 난민에 적용되는 혜택을 주지 못하는 제도적 맹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가입국자의 경우 1천250달러 일시불 등 90일간 제한된 조력을 받지만 난민 프로그램을 통해 들어오는 이들에게 제공되는 의료, 상담, 정착 서비스는 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는 의회가 아프간 철수 완료 만 하루도 채 지나지 않아 아프간을 탈출한 미국민을 지원하기 위한 법안을 통과시킨 것과도 비교가 된다.
난민단체들은 의회가 대피 아프간인을 지원하기 위해 수십억 달러의 긴급 자금 지원 법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한다고 WP는 전했다.
<연합뉴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