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망 13명 중 11명 반지하방 거주…아기 등 가족 3명 숨지기도
▶ 저소득층·이민자 직격탄…안전 및 대피시설 미비

[로이터=사진제공]
뉴욕에서 서민들이 살던 반지하 방이 최악의 폭우에 순식간에 죽음의 공간으로 변했다.
뉴욕타임스(NYT)는 2일 "폭풍우가 어떻게 반지하 방들을 죽음의 덫으로 바꿨나"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전날 저녁 허리케인 아이다에 따른 폭우로 희생된 반지하 방 주거자들의 비극을 전했다.
뉴욕시 브루클린의 한 반지하 방에서 외롭게 숨진 로베르토 브라보(66)도 그 중 한 명이다.
브라보는 형 소유 반지하 방에서 1년 정도 살아왔는데 이 방은 창문이 한 개도 없을 정도로 어둡고 열악했다.
폭우에 반지하 방으로 쏟아진 물이 천장까지 차올랐을 때 그는 "제발 도와달라"고 비명을 질렀지만 끝내 방을 빠져나오지 못했다.
그는 1980년대 미국으로 오기 전에 에콰도르 군대에서 복무한 이민자다. 과거 건설업 등에서 일했지만 최근 수년 동안 이혼과 건강 악화 등 힘든 일을 겪었다.
좁은 반지하 방에는 조국 에콰도르 국기가 벽에 걸려 있었고, 그가 친구들에 둘러싸여 턱시도를 입고 찍은 사진도 발견됐다.
지인에 따르면 그는 매일 노인센터에 걸어가 식사를 하고 사람들과 어울리는 등 낙천적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그러나 물이 차는 반지하 방에서 피신하지 못하고 누구의 도움도 받지 못한 채 고통스럽게 목숨을 잃었다.
NYT에 따르면 1일 폭우로 뉴욕시에서 숨진 13명 중 최소 11명이 그처럼 반지하 방 거주자다.
퀸스 지역의 건물 1층에 사는 한 주민은 반지하 방에서 생사기로에 선 일가족의 절규를 들었다.
그러나 아기를 포함한 가족 3명은 물로 가득 찬 반지하 방에서 구조되지 못하고 숨졌다.
퀸스의 다른 반지하 방에서는 86세 할머니가 역시 갑자기 들이닥친 많은 물로 목숨을 잃었다.
이런 비극은 화려한 도시 뉴욕의 어두운 민낯을 보여준다.
뉴욕의 반지하 방들은 대부분 건물을 불법으로 개조한 것인데 식당과 호텔 등에서 일하는 저소득층과 이민자들이 많이 살고 있다.
이들은 보통 안전 장치나 대피 통로 등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화재나 일산화탄소 중독 등 사고에 취약하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그런데 이제 기후변화에 따른 난데없는 폭우까지 반지하 방에 거주하는 서민의 생명을 위협하게 됐다.
NYT는 익명의 관리를 인용해 뉴욕시 당국이 반지하 방 사고와 관련한 조치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뉴욕에서는 반지하 방뿐 아니라 지하철역도 침수로 큰 혼란을 빚었다.
CNN 방송은 많은 뉴욕 시민이 폭우로 지하철역에 발이 묶이고 그곳에서 밤을 보냈다며 지하철과 역에서 구조된 사람이 835명이라고 경찰을 인용해 보도했다.
맨해튼 지하철역에서 밤을 보낸 여성 베벌리 프라이스는 이번 폭우 사태에 대해 "이렇게 심각할 줄 몰랐다. 집에서 나오지 말 걸 그랬다"며 후회했다.
또 뉴욕시 구급대원들이 도로에서 폭우로 갇힌 차에 타고 있던 수백 명을 구조하는 등 곳곳에서 소동이 벌어졌다.
뉴욕 경찰은 거의 500대의 차가 폭우로 버려졌다고 밝혔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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