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개월 만의 심리재개 두시간 반만에 휴정… 9년째 공판전 심리만 반복
7일 쿠바 관타나모 미국 해군기지 언덕 꼭대기에 있는 '캠프 저스티스' 법정.
회색빛이 감도는 붉은 턱수염을 한 알카에다의 전 작전사령관 칼리드 셰이크 모하메드가 성큼성큼 입장했다. 모하메드는 9·11 테러 주동자로 알려져 있다.
그와 공모자로 지목된 왈리드 빈 아타시, 람지 빈 알시브, 무스타파 알 아우사위, 아마르 알 발루치 등 4명도 잇따라 법정에 섰다.
공군 대령 매슈 맥콜 재판장을 앞에 두고 검찰과 변호인단, 통역도 자리를 함께했다. 두꺼운 유리막 뒤 참관석에는 9·11 테러 희생자 가족들이 앉았다.
작년 2월 대유행으로 중단된 9·11 사건에 대한 공판 전 심리가 테러 20주년을 나흘 앞두고 18개월 만에 재개된 것이다. 미국이 9·11 테러로 시작한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끝낸 직후 처음 열린 것이기도 하다.
재판은 정식 공판이 시작되지도 못한 채 심리만 무려 9년째 이어가고 있다.
피고인 5명은 2002∼2003년 체포된 뒤 재판을 둘러싼 논란 속에 2012년 관타나모 특별군사법정에서 재판하기로 했지만, 지금껏 40차례가 넘는 공판 전 심리만 이뤄졌다.
중앙정보국(CIA)이 심문 과정에서 확보한 증거를 재판에 활용할 것인지가 최대 쟁점이었다. 피고인들은 고문에 의한 증거 사용 불허를 주장하고 있다.
이날 역시 변호인단은 2002∼2006년 CIA 고문으로 인한 증거의 신빙성을 떨어뜨리려고 직전 마지막 재판 시점에서의 심리 재개를 요청했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AFP는 "CIA의 고문이라는 핵심 이슈에 발목이 잡힌 상태"라며 "정치적 개입이 없다면 평결은 커녕 정식 재판 시작까지 1년 이상 걸릴 수 있다"고 전했다.
피고인들은 유죄 인정 시 사형에 처해질 수 있다.
이날 재판은 고도의 보안 속에 진행됐다.
피고인들은 한 명씩 미군 호송 속에 법정에 들어섰고, 변호인단과 함께 테이블 앞에 앉았다. 주동자로 알려진 모하메드는 푸른 터번을 두르고 마스크를 착용했다.
그는 서류를 훑어보면서 다른 피고인 아타시와 얘기를 나누기도 했다.
아타시는 분홍빛 카피예(아랍 남성들의 두건)를 두르고 군용 사막 위장 재킷을 입었다. 그는 아프간에서의 총격전으로 한 다리를 잃고 의족을 하고 있다.
알시브 역시 알카에다 지하디스트(이슬람 성전주의자) 시절을 반영하듯 흰색 면바지에 사막 위장 재킷을 걸쳤다. 아우사위는 CIA 고문으로 인한 직장 손상 탓에 병원 의자에서 사용하던 베개를 가지고 나오기도 했다.
심리가 시작되자 맥콜 재판장은 피고인들에게 심리 절차 지침을 이해했는지 물어봤고, 피고인들은 영어 또는 자국어로 "그렇다"고 답했다.
맥콜은 이 사건을 맡은 8번째 재판장이다.
그는 법정 내 진술 순간을 제외한 마스크 착용 등 대유행 지침도 알렸다.
이미 최근 몇 주 동안 관타나모에서의 다른 재판에 참석했던 재소자 일부가 백신 접종과 마스크 착용에도 양성 판정을 받은 바 있다.
이날 재판은 재판장의 편견 가능성과 관련한 판사의 배경에 대한 예비심문 평가인 군사위원회 절차에 초점이 맞춰져 두 시간 반 만에 휴정했다.
이 절차는 판사와 검찰, 변호인단 모두 국방부 법무팀 소속인 데 따른 것이다.
AFP는 "실질적인 증거 문제에 대한 논쟁은 다음 주까지도 재개되지 않을 수 있지만, 일단 8일 재개가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심리는 17일까지 예정돼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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