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가사도우미 위장 가정교사 채용 성행
▶ 해외유학 경험, 명문대·교사 출신 상한가

사교육을 사실상 금지하는 중국 정부의 철퇴령에 문이 닫혀 있는 교육 업체 가오스의 베이징 지사. [로이터]
“아이 공부만 도와주면 돼요. 집안일을 하는 아주머니는 따로 있어요. 오후 3시 반에 유치원에서 데려와 영어, 과학, 논리를 가르쳐요. 때론 밖에서 함께 운동도 해요.”
텅쉰왕 등 중국 매체들이 최근 앞다퉈 전한 ‘고급’ 가사도우미의 일상이다. 당국이 사교육에 철퇴령을 내리자 규제를 피하려는 풍선효과로 수요가 늘면서 관련 업계가 달아오르고 있다. 학원 대신 가사 서비스 명목으로 아예 과외선생을 집안에 들이는 ‘무늬만‘ 가사도우미인 셈이다. 짭짤한 돈벌이에 학벌과 어학실력이 출중한 젊은이들이 몰리면서 허드렛일이라는 가사도우미의 고정관념을 지우고 있다.
‘2021 중국 가사 서비스 시장규모 분석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가사도우미를 업무에 따라 △요리, 빨래, 청소 위주의 ‘단순 노무형’ △간호, 육아, 자녀교육에 특화된 ‘지식 기반형’ △사교, 재테크, 집사 역할을 맡는 ‘전문 관리형’의 3가지로 구분하고 있다. 지난해 수요를 비교하면, 단순 노무형이 5,150억 위안(약 92조8,000억 원)으로 지식 기반형(약 2,776억 위안)보다 두 배가량 많았다. 반면 전년 대비 증가율로 따지면 지식 기반 가사 서비스는 25.8%로 단순 노무형(17.2%)보다 성장세가 훨씬 가파르다. 중국은 올해 전체 가사도우미 시장규모가 1조 위안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사교육을 사실상 금지하는 정부의 억제 정책이 상당수 부모들의 불안감을 가중시키면서 고급 가사도우미 열풍에 불을 지폈다. 중국 공산당과 국무원은 지난 7월 21일 청소년들의 학업 부담과 사교육 부담 두 가지를 줄이는 ‘솽젠’ 조치를 발표했다. 아이를 낳아 대학에 입학할 때까지 평균 52만 위안(약 9,370만 원)의 사교육비를 지출하는 중국 가정마다 당연히 쾌재를 부르는가 싶었다.
하지만 실상은 달랐다. 출세를 위해 목매는 명문대 입학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터라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중국 난팡도우스바오는 “사교육 기관들이 줄줄이 문을 닫자 부모들은 돈을 더 내더라도 고급 가사도우미로 시선을 돌렸다”고 전했다. 같은 지식 기반형 가사 서비스라도 가정교사를 겸한 가사도우미 수요 증가율은 48%에 달해 간호(5.0%), 육아(1.2%)에 비해 압도적이다.
이처럼 ‘고급화’, ‘프리미엄’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만큼 일반 가사도우미와 비용 차이가 크다. 물가가 비싼 중국 주요도시 가사도우미 월평균 임금은 베이징 8,100위안, 상하이 7,100위안, 선전 6,700위안 선이다. 중국 대학졸업자 초봉이 기껏해야 월 6,000위안(약 108만 원)에 그치는 현실에 비춰 이것만으로도 매력적이다. 상하이 카이팡대가 지난 3월 중국 대학 정규 본과로는 최초로 3년 과정의 가사도우미학과를 개설한 것도 그 때문이다.
취업난에 시달리면서도 험한 업종은 기피하는 고학력자들은 고임금의 새로운 일자리에 열광하고 있다. 가사도우미임에도 화이트칼라 직종이나 마찬가지여서 거부감이 덜하다. 올해 중국 대학졸업자는 사상 최대인 900만 명을 넘어섰다.
<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