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시정부 내각 명단 발표, 여성 없고 국제범죄자 수두룩…“과거 집권 때보다 더 강경”
▶ 권력다툼, 2인자 부총리 강등…내부갈등에 정국 불안 우려도
아프가니스탄에서 20년 만에 정권을 되찾은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새 정부 핵심 요직에 강경파들을 대거 포진시켰다. 여성과 비(非)탈레반은 이번 내각 구성에서 모두 제외됐다. 정국 안정을 위한 임시정부 형태라고 강조했지만, 내부 갈등이 불거진 데다 반탈레반 시위 등으로 향후 불안한 정국이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7일 발표된 탈레반 내각안에는 탈레반 내 고위급 인사들이 대거 기용됐다. 정부 수반을 맡은 모하마드 하산 아쿤드는 탈레반 창립 멤버는 아니지만 창립자 고 무하마드 오마르의 친밀한 동료이자 정치 고문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쿤드는 20년간 탈레반 내 최고위원회인 ‘레흐바리 슈라’의 수장을 맡아왔다. 미국과의 협상 등 전면에 나서지 않아 대외적 인지도는 낮지만 탈레반 내에서는 실세로 활동해왔다. 2001년 이후 아쿤드는 국제 테러리스트로 분류돼 유엔 제재 대상에 올랐다.
미국과의 협상을 진두 지휘해온 ‘탈레반의 2인자’ 압둘 가니 바라다르는 탈레반 첫 집권 시절 교육차관을 지낸 압둘 살람 하나피와 함께 부총리 대행으로 임명됐다. 2001년 이후 아프간 북부지역을 관할해온 하나피도 마약 밀매 혐의 등으로 유엔 제재 대상에 올랐다.
정부 요직도 모두 탈레반 간부들이 차지했다. 국방장관으로 임명된 무하마드 야쿠브는 탈레반 창립자 오마르의 아들로 탈레반 군사 작전을 총괄해왔다. 외무장관인 아미르 칸 무타키도 과거 탈레반 집권 때 문화장관과 교육장관 등을 맡았던 인물이다.
탈레반과 연계한 무장조직 ‘하카니 네트워크’도 이번 인사에서 요직에 진출했다. 내무장관과 이민장관에 각각 내정된 시라주딘 하카니와 칼릴 하카니는 다수의 자살테러 공격을 주도해왔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이들에 각각 1,000만 달러와 500만 달러의 현상금을 내걸고 수배 명단에 올렸다.
바네트 루빈 전 미 국무부 관리는 “이번 탈레반 인사에서 ‘포용적 정부’라고 부를 수 있는 인사는 한 명도 없다”며 “정치 체제에 있어 과거 집권 때보다 오히려 더 강경해졌다”고 평가했다. 아스판디아르 미르 스탠퍼드대 이슬람 전문가는 “특히 하카니의 임명은 탈레반이 국제사회 우려에 전혀 반응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탈레반이 이번 인사로 국제사회에 자신들의 (강경한) 입장을 드러냈다”고 말했다.
탈레반 내부에서도 강경파 집권에 따른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정부 구성 발표에 앞서 ANI통신 등 인도 언론들은 반(反)탈레반 저항군 대응 관련 바라다르와 하카니 네트워크가 대립해 총격전이 발생했다고 전했다. 바라다르는 저항군에 대한 공격을 자제해야 한다는 온건한 입장이었지만, 하카니 측은 강경한 태도를 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탈레반 내 권력다툼을 막기 위해 파키스탄 정보국(ISI)이 개입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인도 일간 타임스오브인디아는 “바라다르와 하카니 간의 권력다툼 중재에 나선 ISI가 양 파벌 간 싸움에서 바라다르를 총리로 추대하는 대신 위협이 되지 않는 아칸드를 추천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총리 임명이 유력했던 바라다르가 부총리로 강등됐다는 얘기다. 다만 ISI는 아프간 내각 구성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미국과 주로 소통해온 바라다르가 국제사회의 지지를 이끌어내기 위해 온건적 입장을 취해온 데 대해 내부 강경파들이 불만을 제기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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