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中 견제하는 美, 한국 통해 美포위 뚫으려는 中과 연쇄 외교회동

북핵문제를 담당하는 한국의 노규덕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미국의 성 김 대북특별대표, 일본의 후나코시 다케히로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이 참석한 가운데 2021년 6월21일(한국시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한미일 북핵수석대표 협의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한미일 및 한미 북핵 협상 수석대표 협의와 한중 외교장관회담이 잇달아 열리는 다음 주(한국시간 13∼19일)는 한국 외교에 중요한 한 주가 될 전망이다.
미국과 중국이 지난 10일(미국시간 9일) 7개월 만에 정상간 전화통화를 갖고 '충돌 방지'를 논의하긴 했지만, 양국의 한 치 양보 없는 전략경쟁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게 외교가의 대체적인 예상이다.
그런 터에 공교롭게도 한미일, 한미 북핵 협상 수석대표 협의가 도쿄에서 열리는 14일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1박2일 일정으로 한국을 찾는다.
한일관계가 최악의 상황임에도 미국은 북핵 협상을 고리 삼아 한미일 3국 공조를 강화하려 애써왔다.
이번 협의의 의제는 북한 문제에 국한되지만 미국으로선 자국의 두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 특히 일본에 비해 중국을 더 의식하는 한국을 자신들의 인도·태평양 전략 영향권 안에 붙잡아 두려는 구상 하에 협의에 임할 공산이 커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왕이 부장은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의 회담 등 방한 협의 계기에 미국의 대중국 압박 구도에 한국이 가담하지 말 것을 강하게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왕 부장 방한 메시지의 초점이 '미국 견제'에 맞춰질 것임은 동아시아 4국 방문의 첫 기착지인 베트남에서 한 그의 발언을 통해 어느 정도 예상이 되고 있다.
왕 부장은 "중국은 베트남과 더불어 아시아태평양 및 동아시아에 집중하고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중심의 지역 협력 구조를 확고히 추진해 역외 세력이 아세안의 중심 지위를 무력화하지 못하게 하길 원한다"고 말했다.
또 남중국해 문제에서 중국과 동남아 국가 간의 '당사자주의'를 강조하고, 외세의 개입을 함께 막자고 했다.
미국의 동맹국인 한국에 대한 접근은 베트남에 대한 접근과는 다소 결이 다를 수밖에 없지만 왕 부장으로선 지난 5월 한미정상회담을 계기로 미국 쪽으로 한 발 다가갔다는 평가를 받는 한국을 다시 '중립 지대'로 옮겨 놓는데 방한 활동의 무게중심을 둘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기밀정보 공유 대상 국가를 기존 '파이브 아이즈'(Five Eyes, 미국·캐나다·뉴질랜드·호주·영국)에서 한국, 일본 등으로 확대하는 문제, 중국 견제 협의체인 '쿼드'(Quad, 미국·일본·호주·인도)에 한국이 참여할지 여부 등이 '물음표'로 남아있는 상황에서 왕 부장은 미중 사이에 선 한국을 조금이라도 자국 쪽으로 견인하려 할 것으로 보인다.
내년 한중수교 30주년을 앞둔 양국의 협력 강화 필요성, 시진핑(習近平) 국가 주석의 답방 문제와 함께, 깊이 엮인 양국의 경제 관계 등을 거론하며 미국의 중국 포위 구도에 한국이 동참하지 말 것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되는 것이다.
그와 더불어 인권 문제와 신장(新疆), 티베트, 홍콩, 대만 문제, 아프가니스탄 대응 등 미국과 중국의 입장이 엇갈리는 사안에서 한국이 중국의 입장을 지지해줄 것을 기대할 것으로 보인다.
또 북핵 문제와 관련해서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결의의 가역(可逆) 조항(북핵의 핵실험 등 중단 상황을 감안해 일단 제재를 완화한 뒤 다시 북한이 도발할 경우 제재를 원상복구하는 것)을 활용해 대북 제재를 완화하는 방안을 역설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한국 외교는 이번 주 '시험지'를 받아들게 된 양상이다. 한반도가 미중 갈등의 충돌 지점이 되는 상황은 피하고, 북핵 대응 공조 등을 소재로 미중 협력의 명분과 실마리를 만들어 가는 외교력을 보일지 주목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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