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참사 몇초전 긴급경보…엉성한 단서로 오폭”…’미군없는’ 아프간내 공습방식 고민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 [로이터=사진제공]
미군이 아프가니스탄 철군 과정에서 오폭으로 무고한 민간인을 희생시켜 비난에 휩싸인 가운데 미 정보당국이 공습과 거의 동시에 현장에 민간인이 있을 가능성을 긴급 경고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CNN은 18일미군이 아프간 카불에서 테러세력 이슬람국가 호라산(IS-K) 차량으로 믿고 헬파이어 미사일을 발사한 직후 미 중앙정보국(CIA)이 차량에 어린이를 포함한 민간인이 있을 가능성에 대한 긴급 경보를 발령했다고 보도했다.
미사일은 차량을 타격해 7명의 어린이 등 10명의 민간인을 희생시켰다.
CNN은 "이미 늦었다. 민간인 희생 몇 초 전 경고가 나왔다"고 전했다.
이는 미군이 해당 목표물을 테러 세력으로 오인한 가운데 CIA가 뒤늦게 제동을 걸려고 했지만 이미 때가 늦었다는 것을 뜻한다. 동시에 타격 직후부터 미 당국이 오폭 가능성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하지만 미군은 일부 민간인이 숨졌을 수도 있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확인된 테러 세력 목표물에 대한 정당한 공격이었다는 주장해왔다.
마크 밀리 합참의장은 타격 직후 공습은 옳은 것이라고 했고, 국방부도 민간인 사상자 발생은 타격 직후 2차 폭발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사실은 달랐다.
정보 당국은 오폭 당일인 지난달 29일 8시간 동안 미 구호단체 '영양·교육인터내셔널'(NEI)의 협력자 제마리 아흐마디의 동선을 추적했다. 미군이 IS-K 은신처로 믿었던 곳에서 짧은 접촉을 했다는 극도로 희박한 연관성에 근거한 것이었다.
CNN은 "엉성한 단서는 평범한 하루를 보내던 아흐마디의 움직임을 잘못 해석하게 했다. 그가 집으로 가져갈 물병을 차에 싣자 폭발물로 생각했다"고 전했다.
미군은 타격 직후 2차 폭발이 나자 트렁크에 있던 폭발물이 터진 것이라고 했지만, 실제론 차량 뒤에 있던 프로판 가스 탱크일 가능성이 크다고 CNN은 밝혔다.
그러면서 "모든 게 거짓으로 드러났다"고 했다.
게다가 군 지휘부는 아흐마디를 추적할 때 그의 신원조차 몰랐다고 한다.
결국 케네스 매켄지 미 중부사령관은 오폭 19일 만인 전날 "참담한 실수였다"면서 고개를 숙였고,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도 사과하면서 오폭 책임 여부를 포함한 조사를 지시했다.
이번 사안은 철군 이후 아프간에서 대테러 작전을 고심 중인 조 바이든 정부에 또 다른 고민을 안겼다. 군 및 대테러, 정보 당국은 지상군이 없는 상황에서 테러세력에 대한 성공적인 공습은 더욱 어렵다는 데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고민 중 핵심은 군과 정보 당국 간 협업이다. 지금은 두 기관 간 정보가 실시간으로 공유되지만 궁극적으로 공습은 지상군 사령관의 권한이다.
이번 공습과 관련해 군이 정보 당국에 버튼을 누르기로 했다는 것을 알렸는지는 불분명하지만, 두 기관 간 임무를 나누는 것은 이번 같은 비극이 더 자주 일어날 위험이 있다고 전·현직 당국자들은 우려했다.
아프간에서 일했던 전 CIA 요원 믹 멀로이는 "목표물을 '쏴도 된다, 안된다'에 대한 임무를 정보 당국에 맡겼다면 그 정보를 획득하고 공습에 영향을 줄 능력도 가져야 한다. 발사될 것이라는 사실을 알 방도가 없다면 문제"라고 말했다.
CNN은 "군과 CIA 사이에 정보와 의사결정 흐름이 때로 충돌하고, 어떤 경우엔 이런 성격의 공습 수행에서 다른 기준으로 운영된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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