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민당, 25.7% 득표율로 승리…기민·기사와 격차는 1.6%p
▶ 1위 아니라도 연정구성 가능, 기민·기사 ‘총리배출’ 가능성도…“누가 되든, 독일 리더십 약화”
‘유럽의 리더’로 불려 온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후임자를 정하는 독일 연방의원 선거가 ‘중도좌파 사회민주당의 승리’로 마무리됐다. 그러나 차기 총리가 누가 될지는 그야말로 안갯속이다.
사민당이 집권당인 기독민주·기독사회 연합(중도우파)에 근소하게 앞서며 16년 만의 정권 교체를 위한 디딤돌을 놓긴 했는데, 양당 간 득표율 격차(1.6%포인트)가 워낙 작아 향후 연립정부의 주도권을 누가 쥘지 전혀 가늠할 수 없기 때문이다.
기민·기사 연합 주도 연정이 꾸려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연정 구성의 캐스팅보트로 떠오른 녹색당·자민당과의 정책 이견을 해소하는 게 최대 관건이 될 전망이다.
27일 오전(현지시간) 독일연방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전날 치러진 독일 연방의회 선거 개표 결과 사민당이 25.7%를 득표하며 2002년 이후 처음으로 총선에서 원내 1당 자리를 차지했다. 메르켈 총리가 몸담고 있는 기민·기사 연합은 득표율 24.1%를 기록, 2위에 그쳤다. 녹색당(14.8%)과 자민당(11.5%), 극우세력인 독일을위한대안(AfD·10.3%)이 각각 뒤를 이었다. 좌파당은 4.9%에 머물렀다. 올라프 숄츠 사민당 대표는 전날 밤 총선 결과의 윤곽이 드러나자 “시민들이 다음 총리로 나를 원해서 사민당을 선택한 것”이라며 승리를 선언했다.
하지만 사민당의 정권 탈환은 확실치 않다. 과반 득표 정당이 없고 연정을 구성해야 하는데, 기민·기사 연합이 이끄는 연정이 출범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총선에서 최대 득표를 한 정당에 ‘연정 구성 우선권’을 주는 다른 의원내각제 국가들과 달리, 독일은 득표율과 관계없이 모든 정당이 동등하게 연정 구성을 시도할 수 있다. 기민·기사 연합이 다른 정당들을 설득하면 된다는 얘기다. 아르민 라셰트 기민·기사 연합 총리 후보도 이날 “총선 1위를 한 정당이 항상 총리를 배출하는 건 아니다. 기민당 주도하에 연정을 꾸리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공은 이제 녹색당과 자민당에 넘어갔다. 사민당과 기민·기사 연합 모두 극우 정당인 AfD와의 연합은 배제하고 있는 만큼, 연정 구성 기준(의석 수 368석)을 넘기려면 녹색당 및 자민당과 손을 잡아야 한다. 사민당·녹색당·자민당이 힘을 합치면 416석의 ‘신호등 연정’이 탄생하고, 기민·기사 연합·녹색당·자민당이 합의하면 406석의 ‘자메이카 연정’이 출범하게 된다. 어느 경우든 독일에서 ‘3개 당 연정’이 꾸려지는 건 처음이다. 물론 2005년, 2013년, 2017년 총선 이후처럼 사민당과 기민·기사 연합의 ‘대연정’이 재현될 수도 있지만, 총리 자리를 두고 두 당이 경쟁하는 상황이라 실현 가능성은 낮다.
어떤 경우든 연정 출범까지는 상당한 진통을 겪고, 오랜 시간이 걸릴 공산이 크다. 정당 간 견해 차이가 만만치 않다. 우선 자유주의 친기업 성향인 자민당은 세금 인하, 복지정책 축소를 원하고 있어, 사민당보다 기민·기사 연합을 선호한다. 크리스티안 린드너 자민당 대표는 “기민·기사 연합과 정책적 공통점이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반면 녹색당은 사민당과의 접점이 더 많다. 뉴욕타임스(NYT)는 “사민당과 녹색당은 1997~2005년 적녹연정으로 독일을 함께 이끌었다”며 “이번에도 함께 정부를 구성하길 원한다는 신호를 보여 왔다”고 진단했다. 다만 안나레나 베어복 녹색당 대표는 “새로운 시작을 할 때”라고만 말했다.
정당 간 의견차를 좁히지 못하면, 연정 출범에만 5개월이 소요된 2017년 상황이 되풀이될 수도 있다. 가디언은 “연정 참여 여부 결정은 물론, 합의 조건이나 장관 배분 등 세부적 사항을 논의하는 데에도 시간 제약이 없다”며 “메르켈 총리는 2017년 9월 총선에서 승리하고도 이듬해 3월에야 연임이 공식 결정됐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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