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근현대사 거치며 러·서방 사이 끝없는 수난
▶ 자원보고·요충지로 열강들의 단골 격전장
러시아·나토 대치로 또 ‘백척간두’ 위기
지난해 11월 우크라이나 지토미르 지역에서 실시된 군사 훈련에 참가한 우크라이나 공군 돌격군 병사들이 도열해 있다. [로이터]
우크라 긴장고조 역사와 원인·배경은러시아의 침공 우려 고조로 우크라이나가 ‘백척간두’의 위기에 처했다. 러시아의 영향권에서 벗어나고자 서방에 기댔지만 자칫 자국 영토를 러시아와 서방 간 대결의 전쟁터로 내줘야 할 처지가 됐다. 우크라이나 사태를 둘러싸고 날카롭게 대치하고 있는 러시아와 미국·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는 한 치의 양보도 없이 막다른 골목으로 내달리고 있다. 서방에 맞서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태도는 그 어느 때보다 단호해 보인다.
■수난의 역사
우크라이나 민족은 역사적으로 러시아와 서방 강대국 간 분쟁에서 끊임없이 피를 흘려왔다. 우크라이나가 단일 국가로 존재한 역사는 고작 30여 년에 불과하다. 1917년 러시아의 사회주의 혁명 이후 소련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소비에트연방(소련)을 구성하는 공화국으로서 단일 민족국가의 기틀을 잡고, 1991년 소련 붕괴와 함께 완전한 독립국이 됐다.
그 이전까진 크게 보면 동남부 지역과 중서부의 2개 지역이 각각 러시아와 유럽국가들의 지배를 받으며 민족국가를 이루지 못하고 분열돼 있었다. 그 와중에 기름진 땅과 풍부한 자원, 지정학적 위치 등으로 끊임없는 침략과 분쟁에 휘말려야 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를 포함하는 유럽 대륙에서 러시아 다음으로 면적이 큰 나라다. 세계 흑토지대의 30%를 차지하는 옥토에서 곡물을 생산해 ‘유럽의 빵 바구니’로 불린다. 세계적 매장량을 자랑하는 철광석·석탄·망간·니켈·흑연 등을 포함해 멘델레예프의 원소 주기율표에 나오는 대부분의 자원을 가진 자원 부국이기도 하다.
여기에 서유럽과 러시아·아시아를 잇는 통로에 자리한 탓에 주변 강대국들의 끝없는 침략과 대결의 장이 됐다. 17~18세기엔 폴란드와 러시아의 대결 와중에 이쪽과 저쪽으로 휩쓸리며 피해를 봤고, 러시아가 스웨덴과 격돌한 대북방전쟁(1720~1721) 시기에는 스웨덴과 동맹을 맺었다가 패해 코사크 전사들과 농민들이 전장과 노역에 끌려 나가는 수난을 당했다.
18세기 중후반 ‘폴란드 분할’ 때는 러시아와 오스트리아에 의해 영토가 동서로 쪼개져 현재 우크라이나가 겪고 있는 정치·사회 분열의 뿌리가 됐다. 18세기 말부터 1차대전까지 120년 동안 우크라이나 영토의 80%가 러시아 제국, 20%가 오스트리아 제국에 지배당했다.
제1차 세계대전 기간에는 각각 러시아와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관할하에 있던 우크라이나 동서 두 지역이 동족에게 서로 총부리를 겨누며 피를 흘리기도 했다. 나치 독일과 소련이 맞붙은 제2차 세계대전에서 우크라이나는 인구의 6분의 1인 530만 명을 잃었고, 소련 전체 물적 피해 가운데 40%가 우크라이나에서 발생하는 재앙을 겪었다. 독립을 쟁취하려 나치 독일에 협력했다 러시아로부터 피의 보복을 당하기도 했다.
주변 강국에 의지해 자치와 독립을 꾀하고, 그러한 정책이 다른 강국의 적대와 보복을 불러 수난을 당하는 우크라이나의 비극적 역사는 21세기에도 재현되고 있다. 약 70년의 소련 지배에서 벗어나 명실상부한 독립국을 세우고 긴 혼란 끝에 나토와 유럽연합(EU) 가입을 목표로 한 친서방 노선을 선택했지만, 또다시 저항하기 어려운 러시아의 압박에 직면했다.
러시아는 이웃한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이 자국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 된다며 이를 절대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군사력을 동원해서라도 나토의 확장을 저지하겠다는 태세로 우크라이나 남·동·북부에 대규모 군대를 배치한 뒤 연일 무력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에 맞서 미국과 나토도 동유럽과 발트3국(에스토니아·라트비아·리투아니아)으로 군대를 증파하면서 우크라이나군에 살상 무기를 지원하고 있다. 우크라이나가 다시금 러시아와 서방의 격전장이 되고 무고한 우크라이나인들이 피를 흘리는 비극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군사력 동서남북 집결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서방과 러시아의 대치가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치닫는 가운데 양측 모두 우크라이나 접경에 군사력을 집결하고 있다. 서방 정보기관에 따르면 러시아는 크게 세 방향으로 우크라이나의 삼면을 포위하듯 약 13만 명에 달하는 병력을 배치한 상태다.
먼저 우크라이나 동부의 도네츠크와 루간스크 주(州)를 일컫는 돈바스 지역에는 러시아의 주력이 밀집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돈바스는 2014년 친러시아 분리주의 반군과 우크라이나 정부군이 충돌한 ‘돈바스 전쟁’의 무대로, 현재도 정부군과 반군의 교전이 일어나는 지역이다.
지난 2014년 러시아가 무력으로 병합한 크림반도와 인근 해역에는 해군 전력이 집결하고 있다. 크림반도의 세바스토폴은 러시아 흑해함대의 모항으로 러시아 해군은 지난 10일 북해함대와 발트함대에 속한 상륙한 6척을 세바스토폴에 입항시켰다.
우크라이나 북쪽 벨라루스에도 대규모 러시아군이 모여있다. 옛 소련에 함께 속했던 러시아와 벨라루스는 1990년대 말부터 ‘연합국가’ 창설을 추진하며 동맹 이상의 밀접한 관계를 맺어오고 있다. 약 3만 명의 러시아군은 지난 10일부터 우크라이나와 접한 벨라루스 남서부 브레스트와 도마노보, 폴란드·리투아니아 국경에 가까운 고슈스키 훈련장 연합 훈련을 하고 있다.
특히, 벨라루스-우크라이나 국경에서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까지는 최단 거리가 90km에 불과해 러시아가 벨라루스를 통해 침공할 경우 키예프 점령은 시간 문제라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키예프와 벨라루스 사이 우크라이나 북부 지역은 습지대가 많고 겨울에 언 땅이 녹아 진흙탕이 되는 ‘라스푸티차’ 현상이 발생해 기갑부대가 전진하기 어려운 지형이다.
실제로 러시아 원정에 나선 나폴레옹과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소련을 침공한 독일군도 이 지역을 돌파하느라 고전을 면치 못했고, 결국 패전의 한 원인이 됐다.
우크라이나의 병력은 26만 명 정도로 서방의 지원을 받고 있지만, 러시아가 여러 방면에서 공격해올 경우 역부족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특히 우크라이나 정예군은 돈바스 접경 지역에 밀집해 있는데 러시아가 북부와 남부에서 협공해올 경우 포위 섬멸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서방도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적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미국은 최정예부대인 82공수사단의 병력 4,700명을 우크라이나와 접한 폴란드에 배치했다. 미국은 또 독일에 주둔 중이던 2기병연대 소속 1,000여 명의 병력을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마주한 루마니아로 전환 배치했다.
이들과는 별개로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부 장관은 미군 8,500명에게 유럽 파병 비상대기 명령을 내렸다. 아울러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2억 달러 규모의 군사 원조를 승인했다. 이미 미국제 대전차 미사일인 재블린을 비롯해 탄약과 의료물품, 개량형 포탄, 무선통신 교란 장치 등이 우크라이나에 반입됐다.
워싱턴포스트(WP)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을 강행할 경우 미국이 동유럽에 순환 배치 병력을 추가 파병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미국의 동맹인 서방 국가들의 지원도 이어지고 있다. 영국은 지난 7일 폴란드에 해병 350명을 파병한다고 발표한 데 이어 루마니아와 불가리아에 전투기를, 흑해에 전함을 보내는 계획도 검토하고 있다. 라트비아·에스토니아·리투아니아 등 발트 3국은 우크라이나에 대전차·대공 미사일을 지원하기로 했으며, 체코도 우크라이나에 152mm 포탄을 제공하기로 했다.
이처럼 서방 국가들이 잇따라 도움의 손길을 내밀고 있지만, 병력 지원은 우크라이나 영토가 아닌 주변국에 집중되고 있다. 아직 나토에 가입하지 않은 우크라이나에 나토군을 배치할 경우 자칫 러시아를 자극해 사태를 더 악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미국은 지난 12일 러시아의 침공이 임박했다는 판단하에 우크라이나에 머물던 미군 자문단 160명을 철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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