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중경쟁속 전략적 가치 높아져…정상급 격상 앞두고 1년만에 재개최
▶ ‘中영향력 대응’ 최근 출범 PBP 참여 가능성에 외교부 “검토 중”
최근 미중 경쟁의 격전장으로 떠오르며 전략적 가치가 높아진 태평양도서국을 상대로 한국도 전방위적 외교 강화를 위한 '잰걸음'에 나섰다.
고위 외교당국자가 최근 이 지역을 찾아 관계강화 의지를 전했고, 태평양도서국들과의 외교장관 회의 조기 개최와 특별대표 임명 등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26일 외교부 당국자는 "올해 10월에 제5차 한-태평양도서국 외교장관회의 개최를 추진 예정"이라고 말했다.
태평양도서국포럼(PIF·태평양도서국들의 협의체) 홈페이지에 따르면 최근 피지를 방문한 여승배 외교부 차관보도 PIF 주최 세미나 연설에서 "오는 10월 제5차 한-태평양도서국 외교장관회의 개최를 준비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한-태평양도서국 외교장관회의는 한국이 14개 태평양도서국 외교장관들과 함께 여는 회의로 이제까지 총 네 차례(2011·2014·2017·2021년) 개최됐다.
마지막 4차 외교장관회의는 전임 문재인 정부 시절인 지난해 11월 화상으로 열렸다.
지난해 4차 회의에서는 기존에 3년마다 열리던 회의 개최 주기를 2년으로 단축하는 데 합의했다. 2년 주기로 치면 원래 올해는 개최할 차례가 아니지만, 이례적으로 1년 만에 다시 회의를 열기로 한 것이다.
여기에는 지난해 외교장관회의에서 협의체를 정상급으로 격상하기로 합의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정상급 회의를 출범하려면 사전 조율을 위해 조기에 외교장관회의가 다시 개최될 필요성이 있다는 점에서다.
정부는 올해는 화상이 아닌 가급적 대면 방식 재개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4차 회의를 제외하고 1∼3차 외교장관회의는 모두 태평양도서국 장관들을 방한 초청하는 형식으로 서울에서 열렸다.
고위급 대면 외교 강화에는 이미 시동이 걸린 모양새다.
여승배 외교부 차관보는 이달 23∼24일 PIF 사무국이 있는 피지를 방문했다. 우리 외교당국 고위 관계자가 피지를 찾은 것은 2015년 9월 윤병세 당시 외교부 장관의 방문 이후 약 7년 만이다.
여 차관보는 PIF 세미나 연설문에서 "한국 정부는 태평양도서국에 대한 특별대표 임명도 계획하고 있다"며 "이에 더해 가까운 미래에 한국 정부 특사가 국제무대에서의 협력 심화를 위해 피지를 방문할 것"이라고도 언급했다.
한국은 태평양도서국과 개발협력, 기후·환경, 해양·수산 등의 분야에서 협력해 왔고 2008년 출범한 한-PIF 협력기금을 통해 이 지역에 연간 150만 달러 규모의 지원을 해 왔다.
여기에 최근 들어서는 미국과 중국의 구애 경쟁이 고조되면서 태평양도서국들의 외교적 가치가 한층 주목받는 분위기다.
전통적으로 이 지역에선 미국과 호주의 영향력이 높았지만 최근 중국이 급속히 세력을 확장하며 세계적으로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특히 솔로몬제도가 지난 4월 중국과 안보협정을 체결한 것이 도화선이 됐다.
미국은 커트 캠벨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인도·태평양 조정관을 솔로몬제도에 급파해 견제에 나섰고, 이후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태평양도서국을 순방하는 등 미중 고위당국자가 앞다퉈 이 지역을 찾았다.
미국은 24일 동맹국인 일본, 호주, 뉴질랜드, 영국과 함께 태평양도서국 지원을 위한 '파트너스 인 더 블루 퍼시픽(PBP)' 이니셔티브를 출범시켰는데, 중국의 영향력에 대응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되고 있다.
이런 외교환경 변화 속에서 한국이 태평양도서국과 관계를 강화하는 것은 한국의 외교적 레버리지 확보에도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중추 국가'(GPS)를 표방한 한국은 경제적 발전 경험 공유나 태평양도서국들이 실존적 위협으로 인식하는 기후변화 문제 협력에 실질적 파트너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정부의 인식이다.
새로 출범한 PBP에 한국이 참여할 가능성에 대해 외교부 당국자는 "사실관계 파악 및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 정부는 태평양 도서국과의 관계 강화에 큰 중요성을 부여하고 있으며 어떤 국가 및 협의체든 인도-태평양 및 전세계에서 이러한 구상의 실현에 함께 기여할 수 있다면 협력에 열려 있다는 입장"이라고 부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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