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타트업 ‘튜닙’ 박규병 대표 국문학 전공·출판일 하다 AI로… 기술·정서적으로 도전적인 분야 “대기업과 다른 방향성으로 승부”
“사람을 사람답게 만드는 것은 결국 언어죠. 인간은 언어로 사유하고, 소통하잖아요. 그래서 인간의 말을 이해하고, 인간과 자유롭게 소통하는 채팅로봇(챗봇)을 만드는 건 인공지능(AI) 개발자들의 원초적인 꿈일 수밖에 없죠.”
27일 서울 서초구의 사무실에서 만난 AI 기술 스타트업 튜닙(TUNiB)의 박규병 대표는 챗봇 개발에 뛰어든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튜닙은 자체 개발한 자연어처리(NLP) 기술을 바탕으로 AI를 만드는 스타트업이다. NLP 기술은 컴퓨터가 인간의 언어를 머신러닝을 통해 이해하고 해석, 처리할 수 있도록 하는 AI의 핵심 분야다.
구글,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빅테크를 비롯해 네이버, 카카오, SK텔레콤 등 국내 대기업들이 막대한 돈과 인력을 투자하는 미래 격전지가 바로 AI 시장이다. 그런데 튜닙은 직원 50여 명인 작은 스타트업으로 감히 도전장을 내밀었다. 박 대표는 “인터넷이 처음 나왔을 때도 무슨 쓸모가 있냐는 의문이 참 많았다”며“우리가 챗봇의 방향성을 미리 결정하는 건 챗봇의 상상력을 좁히는 말”이라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대학에서 국문학을 전공하고 출판사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한 전형적인 ‘문과형 인간’이었다. 그런 그가 갑자기 AI에 관심을 갖게된건회사에서 온라인 검색 사이트를 구축하는 프로젝트를 맡게 되면서였다. AI에 흥미가 생기니, 컴퓨터 언어를 더 깊게 알아보고 싶어 대학원에서 자연어처리 방식을 다루는 전산언어학을 전공했다.
문학에서 시작한 그의 이력은 챗봇개발에도 중요한 자산이 되고 있다. 대화형 AI를 만드는 것은 하나의 인격을 빚는 일인 만큼 공학의 영역을 넘어선다. 인간의 성격이나 기억은 시간이 지나면서 변한다. 강렬했던 순간은 오래 기억에 남는 반면, 스쳐 지나간 사소한 지식은 쉽게잊혀진다. AI의 페르소나 또한 시간이 지남에 따라 사람의 성격처럼 변화 과정을 거쳐야 하고, 무엇을 기억할지 어떤 일을 망각할지를 정해야 한다. 인문학의 역할이 필요한 분야다.
이 때문에 튜닙에는 컴퓨터공학, 언어학 전공자뿐 아니라 전문 작가와 성우까지 합류해 협업하고 있다. 박 대표는 “챗봇은 기술적으로도, 정서적으로도 도전적인 분야”라면서도 “저부터가인문학 베이스이기 때문에, 다양한 전공의 기획자와 개발자를 모아 서로 융합하는 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선두주자는 있지만, 대세는 없는 대화형 AI 시장의 주도권 경쟁에서 작은 스타트업이 살아남을 수 있을까. 그는 “대기업이 각사의 다양한 서비스에 활용하기 위해 초거대 범용 AI 모델을 개발한다면, 튜닙은 대화 비즈니스 하나에만 초점을 맞추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어 “카카오톡의 성공을 돌이켜보면 반드시 기술력이 뛰어난 회사가 성공을 하는 것도, 기술을 아예배제한 회사가 성공하는 것도 아니다”라며“스타트업만이 할 수 있는 영역은 분명히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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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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