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치인^언론인^인권운동가 등 갇힌 에빈교도소에서 반정부 시위 정황
당국 “수감자들 간 다툼” 설명 불구 보안군·특수부대 투입 증언도 나와
▶ 석유 노동자·젊은 남성들 시위 가세…여성 인권 넘어 ‘신정 체제’에 반기
이란 소녀들이 히잡을 벗어던졌다. 히잡 안에 늘 꽁꽁 감춰야 했던 머리카락 도 숭덩 잘라내 버렸다. 도시마다, 마을 마다, 거리마다 “여성, 생명, 자유”를 갈 망하는 외침이 울려 퍼졌다.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찰에 끌려갔다가 의문사한 22세 여성 ‘마흐사 아미니 사건’으로 촉발된 이란 반정부 시위가 17일(현지시간)로 한달을 맞는다. 히잡은 작은 불씨였을 뿐, 억눌렸던 분노가 삽시간에 거센 불꽃으로 타올랐 다. 10~20대 남성들도 거리로 쏟아져 나 왔고, 국가 경제를 떠받치는 석유부문 노동자들은 파업으로 동조했다. 어느새 구호는 “독재자에게 죽음을”으로 바뀌 어 있었다.
사회 통제가 엄격한 이란에서 시위가 한달간 계속된 것은 전례 없는 일이다. 시위 주축이 10~20대 젊은 여성이고, 성별과 나이를 불문하고 광범위한 지지를 받는다는 점에서 혁명적이다.
15일 고문과 인권 유린으로 악명 높은 수도 테헤란 에빈교도소에서 의문의 화재가 발생했다. 야당 정치인, 언론인, 인권운동가, 보안 관련 혐의를 받는 외국인 등 정치범들이 수감된 곳이다. 미국 뉴욕타임스(NYT)와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란 국영통신에서 교도소 화재가 진압됐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에도 대규 모 폭발음이 수차례 들렸고, 기관총을 쏘는 듯한 총성까지 빗발쳤다.
이란 사법당국은 “죄수들의 다툼으로 교도소 작업장에서 불이 났다”며 반정부 시위 연관성을 부인했으나, 목격담은 전혀 다르다. 인근 주민들은 “교도소 창문 밖으로 수감자들이 ‘독재자에게 죽음을’을 외치고 있다”고 전했고, 사회 관계망서비스(SNS)에는 보안군과 특수부대가 투입됐다는 증언이 잇따랐다. 에빈교도소에는 이번 시위로 체포된 사람도 수백 명 구금돼 있다. 교도소 밖에도 시위대가 몰려들었고, SNS에는 현장 영상과 함께 ‘폭발물’ ‘탈출 시도’ ‘외부 침투’ 등을 언급하는 게시물이 올라왔다. 지역 주민인 한 대학생은 “주택들이 재와 연기, 최루 가스로 뒤덮였 다”며 “전쟁 영화를 보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이란 정부는 시위대를 무자비하게 탄 압하고 있다. 기자들은 잡혀갔고, 인터 넷과 전화 연결도 잘 되지 않는다. 이란 사법부는 15일 통신사들에 문자메시지 서비스 금지명령까지 내렸다. 첫 사망자인 아미니의 고향이자 쿠르 드족이 밀집한 쿠르디스탄주(州), 발루 치족과 아랍계 소수민족이 다수 거주 하는 시스탄-바-발루치스탄주와 후제 스탄주 등에서는 경찰이 무차별 총격을 가하는 일이 빈발하고 있다. 12일 테헤 란에선 경찰이 시위 참가 여성의 머리채 를 잡아 끌고 가면서 성추행하는 장면 도 영상에 찍혔다.
아미니 이후에도 수많은 사람이 죽고 다쳤다. 이란 인권운동가 통신 (HRANA)에 따르면 한 달간 미성년자 32명을 포함해 240명이 숨졌고, 8,000 명 이상 체포됐다. 시위는 111개 도시, 73개 대학에서 열린 것으로 집계됐다. 시위는 이제 자유와 여성 인권 존중을 넘어 ‘이슬람공화국 정권 종식’ 요구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강력한 신정 체제 와 신권적 리더십에 본격적으로 반기를 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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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세계모든국가의 국민들이 회교권 국가 여성의 지위와 권리와 자유를 위해서 도와야한다. 회교권국가의 여성들을 남성위주의 압제와 종교를 압세운 여성의 속박에서 해방시켜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