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유증권 대량 매도 선언한 실리콘밸리 은행 주가 60% 폭락 여파
월스트리트의 대형 은행들이 9일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초기 이후 최악의 하루를 보냈다.
실리콘밸리의 한 금융회사가 보유 증권의 대량 매도를 발표한 것이 직접적 도화선이 됐지만, 그 배경에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급격한 금리인상이 자리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자산 규모 기준으로 미국의 4대 은행에서 이날 총 520억달러(약 68조6천억원) 규모의 시가총액이 증발됐다.
JP모건체이스가 220억달러, 뱅크오브아메리카가 160억달러, 웰스파고가 100억달러, 씨티그룹이 40억달러를 각각 허공에 날린 것으로 집계됐다.
종가 기준으로 JP모건은 5.4%, 뱅크오브아메리카와 웰스파고는 6.2%, 씨티그룹은 4.1% 각각 주가가 급락했다.
그 여파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금융섹터는 이날 4.1% 떨어져 2020년 6월 이후 최대폭 하락을 기록했다.
실리콘밸리은행의 지주회사인 SVB파이낸셜이 거의 18억달러의 손해를 보고서라도 매도가능증권(AFS·만기 전 매도할 의도로 매수한 채권과 주식) 대부분을 팔겠다고 선언한 것이 은행주 투매 현상에 불을 댕겼다. SVB파이낸셜 주가는 이날 하루에만 60% 이상 폭락했다.
IT(정보기술) 분야에 특화된 이 은행은 초과 현금의 대부분을 미국 국채에 투자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년 간 연준의 공격적인 금리인상 여파로 이 은행 AFS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미 국채 가격은 크게 하락(국채 금리는 상승)한 상태다.
통상 은행들은 손해를 보면서 보유 채권을 매각하려 하지 않지만, 예금 대량 인출 우려가 제기될 때는 매도를 결정할 수 있다고 WSJ은 전했다.
이러한 분위기에서 대형 은행들도 투자자들의 우려를 피해가지 못했다.
미 연방예금보험공사(FDIC)에 따르면 미국의 은행업계는 보유 증권에서 총 6천억달러 이상의 미실현 손실을 낸 것으로 추산된다. JP모건, 캐피털원, 트루이스트, 찰스슈왑 등의 유명 금융기업들도 AFS에서 각각 100억달러 이상의 미실현 손실을 기록 중이라는 보고서도 나왔다.
게다가 파월 의장이 이번 주 의회 청문회에 잇따라 출석해 3월 빅스텝(한 번에 0.5%포인트 금리인상) 가능성을 시사하는 등 종전 예상보다 기준금리를 더 올릴 수 있다고 예고한 것도 은행주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과도한 금리인상으로 경기침체가 촉발될 것이라는 염려가 다시 짙어졌기 때문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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