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웨스트LA ‘배링턴 플라자’
▶ “리모델링 공사, 다 나가”, “세입자 보호법 악용” 지적
“나는 이사 가고 싶지 않다. 34년 동안 살아 온 이곳은 내 집이기 때문이다.”
웨스트 LA 지역 윌셔 블러바드와 배링턴 애비뉴에 위치한 아파트 ‘배링턴 플라자’(11740 Wilshire Bl. LA·사진)의 세입자인 미키 고랄씨의 말에는 결연함이 배어 있다. 이달 초에 퇴거 통보를 받은 그는 소유주의 부당한 퇴거에 맞서 끝까지 투쟁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26일 LA타임스는 이달 초 전체 712세대 중 남아 있는 577세대의 세입자들에게 강제 퇴거를 통보해 논란을 일으킨 ‘배링턴 플라자 사태’를 전하면서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퇴거 유예 조치가 해제되면서 대규모 강제 퇴거 사태가 이어지고 있으며, 이중 배링턴 플라자 사태는 LA에서 벌어진 최대 규모의 세입자와 소유주 사이 분쟁 사례로 부각되고 있다고 집중 보도했다.
문제의 발단은 렌트 컨트롤 아파트인 배링턴 플라자를 소유하고 있는 ‘더글라스 에멧’이 지난 8일 712세대 중 남아 있는 577세대에 강제 퇴거를 통보하고 일반 세입자의 경우 120일 안에, 60세 이상 또는 장애인 세입자들은 1년 이내에 아파트를 비워달라는 공문을 보내면서부터다.
아파트 소유주가 밝힌 강제 퇴거 이유는 화재 진압을 위한 스프링쿨러 설치와 안전 설비 개선을 위한 리모델링 공사를 시행한다는 것이다. 공사 규모는 3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제 퇴거 조치에 따른 이주비 명목으로 577세대에게 작게는 9,000달러에서 많게는 2만3,000달러를 지급하겠다는 게 소유주의 계획이다.
1962년 완공된 배링텅 플라자 아파트는 스프링쿨러가 설치되지 않아 화재에 무방비라는 지적을 받아 왔다. 실제로 1971년 새해 첫날 크리스마스 트리로 화재가 발생한 데 이어 지난 10년 동안 2013년과 2020년에 큰 화재가 발생했다.
하지만 배링턴 플라자 세입자들은 소유주의 강제 퇴거 조치에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무엇보다 강제 퇴거에 따른 이주비로는 주변 아파트의 높은 렌트비로 인해 살 곳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현실적인 이유 때문이다. 일례로 2020년 8월 10층 스튜디오에 입주한 세입자의 렌트비는 1,595달러. 이에 비해 주변 스튜디오의 중간 렌트비는 2,600달러 수준이다. 게다가 대형 아파트 세입자들이 한꺼번에 렌트 시장에 나오게 되면 주변 렌트비의 급등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LAT는 전했다.
일부 세입자들은 영구 퇴거 조치 없이도 안전 설비 개선 공사가 가능하다고 주장하면서 끝까지 강제 퇴거에 맞서 싸우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소유주와 세입자 사이에 분쟁에도 불구하고 LA 시 당국의 개입엔 한계가 있다고 LAT는 지적했다. 바로 엘리스 법 때문이다. 이 법은 부동산 매각이나 콘도 전환 등의 이유로 충분한 기간을 두고 세입자에게 퇴거 명령을 통보하고 이주비를 지급하면 건물 소유주에게 강제 퇴거 조치를 허용하고 있다. 세입자 옹호단체들은 엘리스 법을 근거로 5년 넘게 공사 기간을 들이면 새로운 세입자를 들일 수 있다는 점에서 배링턴 플라자가 이 법을 적용받기 위해 리모델링 공사를 최소 5년 이상 소요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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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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