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방장관회담 불발후 美 오스틴 연설로 견제구 던지자 中 반발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 [로이터=사진제공]
관심을 모았던 미중 국방장관 회담이 무산된 가운데, 싱가포르에서 열리고 있는 아시아 안보회의(샹그릴라대화·2∼4일)를 무대로 미·중이 재차 충돌했다.
샹그릴라대화에 나란히 참석한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과 리상푸 중국 국방부장의 양자 회담이 리 부장에 대한 미국의 제재 해제 여부를 둘러싼 이견 속에 불발된 상황에서 양측은 대만해협 문제 등을 놓고 서로 양보없는 공방을 벌였다.
오스틴 장관은 3일 '미국의 인도·태평양 지역 리더십'이라는 제목으로 진행한 연설에서 "대만해협에서의 충돌은 치명적일 것(devastating)"이라며 "글로벌 경제에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오스틴 장관은 "대만 해협의 안정과 평화 유지에 전세계의 이해가 걸려 있다"며 "상업용 해운 항로와 글로벌 공급망의 안전이 달려 있다"고 부연했다.
그는 "미국은 국제법이 허용하는 곳에서는 모든 국가가 자유롭게 항행, 작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크든 작든 모든 국가는 합법적인 해상 활동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이 영유권을 주장하는 남중국해 해역 등에 군함을 파견하는 '항행의 자유' 작전을 계속할 것이며, 참여국가를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드러낸 것이었다.
그러면서 오스틴 장관은 "중국이 양국 군 사이의 위기관리를 위한 더 나은 방법을 찾기를 꺼리는 데 대해 깊이 우려스럽다"며 사실상 국방장관 회담 무산을 중국 탓으로 돌렸다.
이에 대해 중국은 즉각 반발했다.
중국 관영매체 환구시보에 따르면 샹그릴라 대화에 참석중인 중국 중앙군사위원회 연합참모부 징젠펑 부참모장은 현지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오스틴 장관의 대만 발언에 대해 "대만 문제는 중국의 핵심이익과 관련된 것"이라며 "어떠한 타협이나 양보도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징 부참모장은 "세계에는 하나의 중국만 있으며, 대만은 중국 영토의 신성하고도 나눌 수 없는 일부"라며 "조국통일의 대업을 완성하는 것은 대만동포를 포함한 전체 중국 인민의 공통된 염원이자 신성한 책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대만에 대한 미국의 무기 공급 확대, 미국과 대만 간의 공식 교류 강화 등 최근 동향을 거론한 뒤 "중국 인민해방군은 상시적으로 전쟁에 대비하고 있으며, 언제든 싸울 수 있다"며 "국가 주권과 영토 완전성을 결연히 수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찰풍선(중국은 과학연구용 비행선이라고 주장)' 갈등으로 중단된 미중간 고위급 소통이 지난달 10∼11일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왕이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간의 '오스트리아 회동'으로 재개되면서 샹그릴라 대화 계기 국방장관 회담 가능성이 주목됐었다.
그러나 미국의 제의에 중국은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 때 미국이 리 부장에 대해 걸어 놓은 제재를 풀라고 요구했고, 이에 미국이 난색을 표하면서 결국 회담은 성사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4일 오전 진행될 예정인 리상푸 부장의 샹그릴라 대화 연설을 통해 오스틴 장관 연설에 대한 정식 '반격'에 나설 전망이다.
리 부장은 '중국의 신안보 이니셔티브'를 주제로 연설하면서 대만 문제와 관련한 중국의 엄중한 입장을 밝히고, 미중국방장관 회담 무산의 책임이 미국에 있음을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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