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적대적 ‘AI 증류’ 고도화 우려
▶ 내달 정상회담 앞두고 의제 부각
▶ 앤스로픽 “중에 H200 판매 반대”
▶ 중국 “승인없이 미 투자 거부” 대응
미국과 중국의 정상회담이 다음 달 중순으로 다가온 가운데 양국의 기술 탈취 갈등이 최고조로 치닫으면서 이번 회담의 최대 변수로 등장했다. 안보와 관세 이슈, 공급망 등 그간 거론되던 회담 논제와 함께 기술 탈취 논란의 해법을 논의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25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 국무부는 전날 각국 외교 공관과 영사관에 보낸 공문을 통해 적대 세력이 미국 인공지능(AI)을 증류(distillation)하는 상황을 우려한다면서 체류국 당국과 이 문제를 논의하라고 지시했다.
로이터가 입수한 공문에는 “중국 정부에 문제를 제기해달라는 요청을 베이징(중국 주재 미국대사관)에 별도로 보냈다”며 중국을 겨냥한 조치임을 사실상 인정했다. 이달 열린 미 의회 상원 청문회에서는 중국의 지식재산권 도용이 미국 경제에 연간 4,000억~6,000억달러의 손실을 입힌다는 증언이 나왔다.
미국 정부가 지적한 중국 기업의 적대적 증류는 미국의 AI 기반을 흔들 수 있다. 증류는 AI 모델의 답변을 추출해 AI를 학습시키는 기법으로 막대한 돈을 들이지 않고도 쉽게 모델 고도화가 가능하다.
마이클 크라치오스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장은 23일 성명에서 “주로 중국에 거점을 둔 해외 세력이 미국 최첨단 AI 시스템을 추출하기 위한 고의적이고 산업적 규모의 활동을 벌이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고 밝혔다. 미 연방수사국에 따르면 미 당국은 현재 중국의 기술과 정보 탈취 혐의로 2000건가량의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현장에서 탈취를 주장하는 실리콘밸리 인사들의 반발도 거세다. ‘챗GPT’ 개발사인 오픈AI는 올해 2월 미 하원 중국특별위원회에 딥시크 등 중국 기업이 증류로 미국 AI 모델 결과물을 추출하고 있다며 우려를 전달했다.
앤스로픽 창업자이자 현 최고경영자(CEO)인 다리오 아모데이는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에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에 엔비디아의 H200 AI 칩 판매를 허용한 것을 강하게 비난했다.
그는 “이건 미친 짓”이라며 “북한에 핵무기를 팔면서 탄두 케이스는 보잉이 만들었다고 자랑하는 것과 같다”고 꼬집었다. 이 같은 기류를 고려해 미 하원 외교위원회는 22일 반도체와 반도체 장비 등 첨단기술의 대중 수출통제를 강화하는 법안을 가결하기도 했다.
반면 중국은 미국 정부가 근거 없이 자국 기업을 옥죄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주미 중국대사관은 로이터에 “중국 기업들이 미국의 AI 지식재산권을 훔치고 있다는 주장에는 근거가 없다”며 “이는 중국의 AI 산업 발전과 진보를 의도적으로 깎아내리려는 공격”이라고 반박했다.
중국 일각에서는 미국이 지난해 딥시크의 등장으로 미국 주도의 AI 판도에 균열이 가기 시작한 것을 경계했다고 보는 시각도 나온다. 중국 딥시크는 지난해 1월 미국 빅테크의 개발 비용 대비 10분의 1만 쓰고도 고성능 AI 모델 ‘R1’을 출시해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딥시크 쇼크’ 이후 유럽·아시아는 물론 미국에서조차 이용료 부담이 큰 빅테크 AI 대신 딥시크·알리바바가 개발한 오픈소스(개방형) 무료 모델을 쓰는 기업들이 늘었다. 겉으로는 미국 스타트업이지만 내부 모델은 중국산인 셈이다.
중국도 맞대응에 나섰다. 블룸버그는 이날 소식통을 인용해 국가발전개혁위원회(NDRC)를 포함한 중국 규제 당국이 최근 자국 기술기업들에 정부의 명시적 승인 없이는 자금 조달 시 미국 투자를 거부해야 한다고 통보했다고 보도했다.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AI 기업에 대한 미국 투자자들의 지분 취득을 차단하겠다는 의지다. 대상 기업에는 틱톡의 모회사인 바이트댄스와 문샷AI 등이 포함됐다.
다음 달 14일로 예정된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이 의도적으로 기술 탈취를 부각시키려 한다는 해석도 있다. 지난해 말 양국 합의를 통해 틱톡의 미국 사업을 미국 기업들에 매각시킨 것처럼 또 다른 합의를 만들어내기 위한 미국의 행보라는 것이다. 로이터는 “지난해 10월 이후 완화됐던 양국 간 기술 전쟁에서 다시 긴장감이 고조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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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김창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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