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6년 당시 한국인의 평균 수명은 불과 42.6세(남자 40.6, 여자 44.7)세였다. 그러나 의료기술과 생활수준의 향상으로 인해 평균수명은 계속해서 늘어나 2023년 기준 한국인의 평균 수명은 83.5세(남자 80.6, 여자 86.4)에 도달했다.
2020년 고려대 박유성 교수가 행한 한 연구에 따르면 지금 20세는 셋 중 한 명, 30세는 넷 중 한 명, 40세는 다섯 중 한 명, 50세는 일곱 중 한 명 정도가 100세를 넘겨 살 것으로 예측된다. 이 예측 수명의 목표를 100세에서 조금만 낮추면 장수의 비율은 더욱 급증한다. 지금 20세 남자가 90세까지 살 확률은 72.2%, 80세까지 살 비율은 남자 90.7%, 여자 96.1%가 된다고 하니 이제 우리는 장수가 더 이상 우연이 아닌 운명인 시대에 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통계는 사회적으로 매우 중요한 몇 가지 변화를 시사하는데 이제 우리는 공식적으로 장수의 보편화 시대에 진입했다는 것이다. 이는 수십 년 전 사회적 조건에 맞춰 만들어진 사회시스템과 거기에 맞춰 따라온 개개인의 인생계획에 큰 수정이 필요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평균 수명이 50을 넘기지 못하던 시기를 살아가던 이들에게 60세(환갑)라는 기준은 그들이 해야 할 사회적 소임을 충분히 다하고도 남았을 시기였다. 그러니 60세까지 열심히 살았다면, 이제 삶의 메인 무대에서 물러나 얼마 남지 않은 여생을 누리기만 해도 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될 수 있었다. 그래서 누군가 60세를 넘기면 일가친척, 마을사람들까지 모여 축하해주었고, 그들이 청춘을 바쳐 근무한 직장은 연금이나 퇴직금이라는 제도를 통해 노후를 책임져주었다.
이제는 모든 것이 바뀌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90-100세를 바라보고 살아가는 지금, 환갑잔치는 쑥스러운 일이 되었고, 60세 은퇴는 더 이상 상식이 아니게 되었다. 90세를 넘기는 것이 하나도 특별하지 않은 시대가 된 지금 90세까지는 당연히 소득을 얻기 위한 일을 하는 것이 마땅할 것이다. 단순 계산으로도 60세까지 30년 안팎의 기간 동안 일한 소득만으로, 그 이후에 남은 30년 이상의 세월을 별다른 소득 없이 살아가는 것이 많은 이들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다. 이것이 지금 전 세계적으로 은퇴 없는 노년인구가 늘어나고 있는 이유다.
대부분의 질병은 젊은 시절에 무리를 하여도 노년이 되어서야 우리에게 다가온다. 예전에는 노년에 약간의 육체적인 불편함이 생긴다 해도 은퇴 후 더 이상 일을 하지 않아도 되는 인생의 황혼기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았더라면, 이제는 노년에도 반드시 일을 해야 하는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있어 육체적은 질병은 매우 치명적이게 된다. 젊어서부터 건강관리에 각별한 신경을 써야하는 이유이다. 이미 장수는 운명이 되었지만, 건강은 아직도 선택의 영역으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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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윤 한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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