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발 에너지 전쟁
▶ 신속 인허가 원유·가스 채굴
▶ SMR 등 원전정책도 드라이브
▶ 값싼 전기 만들어 첨단산업 지원
‘드릴 드릴 드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경제정책 중 관세 못지않게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것은 에너지 부문이다.
트럼프는 화석연료 시추와 관련해 화끈한 규제 개혁을 통해 미국 내 석유·천연가스 생산량을 늘리고 소형모듈원전(SMR) 등 원자력발전을 진흥해 미국을 세계에서 가장 에너지가 저렴한 나라로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전기를 많이 잡아먹는 인공지능(AI) 경쟁 시대에서 월등히 앞서나가고 반도체 등 첨단산업 공장을 미국 내에 유치하겠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또 액화천연가스(LNG) 수출 제한 족쇄도 풀어 세계 에너지 지형을 미국 중심으로 재편하고 희토류 개발을 통해 중국과의 광물 전쟁을 본격화한다는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로이터통신은 트럼프가 취임 후 단행할 에너지 관련 첫 움직임 중 하나로 국가 에너지 비상사태 선포를 꼽았다. 새로운 전력 인프라와 에너지 프로젝트에 대한 인허가를 신속하게 가져가기 위한 조치로, 로이터는 주로 천연가스가 초점이 될 가능성이 높지만 원자력 산업 등도 혜택을 볼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트럼프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 최근 미국 인근 6억 2500만 에이커(약 253만 ㎢)에서의 신규 원유·천연가스 시추를 금지한 정책을 뒤집을 것으로 보인다. 또 집권 1기 때처럼 취임 직후 파리 기후협약에서 탈퇴하며 환경보다 경제가 중요하다는 강력한 신호를 줄 예정이다. 이를 통해 기업들의 미국 내 석유·천연가스 시추를 적극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트럼프는 최근 보수 성향 휴 휴잇 라디오 인터뷰에서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석유와 천연가스를 갖고 있다. 가장 큰 경제적 자산”이라면서 “우리는 그것을 이용할 것”이라며 적극적인 시추를 예고했다.
트럼프는 이와 함께 SMR 등 핵에너지 개발에도 박차를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케빈 매카시 전 하원 의장(공화당)은 최근 폭스뉴스 기고에서 “2019년 미국에서 수십 년 만에 처음으로 조지아주 보글 원전 건설이 시작됐고 트럼프 행정부는 120억 달러 규모의 대출 보증을 해줬다”며 트럼프가 미국의 원전 정책을 되살린 전력이 있다고 예찬했다. 트럼프 역시 대선 유세 과정에서 “핵은 훌륭한 에너지”라며 친원전 정책을 발전시키겠다는 뜻을 시사했다.
트럼프의 이 같은 친화석연료·원전 정책 추진은 ‘결국 에너지가 전 세계 미래 패권 경쟁의 핵심’이라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AI·양자컴퓨팅 등 첨단산업 경쟁 시대에 중국은 이미 풍부한 전력 인프라를 깔며 산업 발전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므로 미국도 뒤처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또 값싼 에너지 가격은 반도체 등의 제조 공장을 미국에 유치하는 데도 필수적인 요소다.
트럼프는 이와 함께 신규 LNG 수출도 허가해 세계 에너지 시장에서 미국의 패권을 되찾는다는 복안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해 1월 LNG의 해외 신규 수출 심사를 중단했는데 트럼프는 취임 직후 이를 뒤집을 것으로 보인다. 포브스는 “이러한 정책 전환은 투자자의 신뢰를 높이고 전세계에서 미국산 LNG에 대한 추가 수요를 창출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당장 우리 정부도 대미 무역흑자를 줄이기 위해 미국산 LNG 수입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글로벌 보고서를 인용해 “LNG 수출 확대 정책 등이 5년간 미국의 LNG 수출 용량을 2배로 증가시켜 미 경제에 1조 3000억 달러의 부양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와 함께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를 단행해 중국으로 가는 이란산 값싼 원유 공급을 줄이며 중국을 견제할 카드를 늘릴 예정이다. 세계 최대 원유 수입국인 중국은 이란산 값싼 원유에 전체 수입량의 13%를 의존하고 있다. 만약 트럼프가 이란에 대한 제재를 강화할 경우 결국 중국의 원유 수입 비용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희토류 역시 트럼프가 노리는 분야다. 전 세계 희토류 시장을 중국이 장악하고 있는 가운데 전기차 지원을 폐지해 희토류 수요 감소를 유도하면서 중국산 희토류 영향력을 줄이고 미국이 희토류 패권을 장악할 시간을 번다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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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이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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