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PS, DHL 등 운송업체 추가 요금 부과
▶ ‘관세가 아니라 몸값’, 소비자 불만 급증
▶ 중국 원자재 일부만 포함돼도 관세 대상
▶ 결제 시 추가 비용 투명한 공개 필요

공항 직원들이 지난 4월 파리 샤를 드골 공항에서 해외로 배송되는 물품을 운반하고 있다. 최근 해외 온라인 직구 소비자들이 관세로 인한 추가 수수료 납부 통보를 받는 사례가 늘고 있다. [로이터]
최근 소비자들 사이에서 온라인 쇼핑 후 ‘추가 요금 고지서’를 받았다는 불만이 잇따르고 있다. 제품을 주문한 지 며칠 또는 몇 주가 지난 뒤, UPS와 DHL 등 운송업체로부터 “관세를 내야 물건을 받을 수 있다”는 통보가 날아든다는 것이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산 제품에 대한 고율 관세를 본격 적용하면서 나타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대부분의 중국산 제품에 대해 최대 30%에 이르는 관세를 부과하고 있으며, 거의 모든 국가에도 10% 수준의 관세를 적용하고 있다. 특히 지난 5월 2일부터는 기존에 800달러 이하 소액 물품에 적용되던 소액 면세 규정도 폐지돼, 소액 직구 상품도 예외 없이 관세 부과 대상이 됐다. 이후 제품 주문 후, 배송사로부터 ‘추가 관세’ 통보를 받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는데 대부분의 고지서에는 관세라는 단어가 명시되지 않아 소비자들의 혼란이 커지는 상황이다.
■ 일부 중국산 원자재도 수수료 대상텍사스주 오스틴에서 프로그래머로 일하는 벤 도밍게즈-베너 씨는 지난 5월 2일, UPS로부터 한 통의 이메일을 받았다. 이메일에는 137달러 42센트에 달하는 ‘수수료 및 세금’ 청구서가 포함돼 있었다. 베너 씨는 얼마 전 스웨덴 업체 CRDBAG에서 183달러 상당의 전기선 정리 키트를 주문했는데 수수료를 내야만 물품을 받을 수 있다는 일종의 협박과도 같은 이메일이었다. 베너 씨는 그 이유가 관세 때문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CRDBAG 측은 그의 주문에 포함된 일부 품목에 중국산 원자재가 들어 있었기 때문에 ‘예상치 못한 수입세’가 부과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CRDBAG는 “자사 제품 중 중국산 비율은 5% 미만”이라면서도 “베너 씨의 주문 직후 새로운 관세 규정이 적용되기 시작했다”고 해명했다.
베너 씨는 하는 수 없이 필요한 제품을 받기 위해 추가 요금을 지불했지만 다음부터는 “이런 ‘깜짝 요금’을 피할 계획”이라며 “앞으로는 국내 업체에서만 구매할 것”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또 “추가 요금이 부과되더라도 그 내용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업체를 이용하겠다”라는 아쉬움도 남겼다.
■ ‘해외 가서 구매하는 게 더 저렴’, 소비자 불만 잇따라베너 씨 사례 외에도 최근 소셜미디어에는 고액의 추가 요금을 통보받고 당황한 소비자들의 글이 쏟아지고 있다. 한 여성 소비자는 호주 패션 브랜드 DISSH에서 온라인으로 옷을 주문한 뒤, DHL로부터 약 1,700달러에 달하는 청구서를 받고 제품을 반송했다. 해당 소비자는 틱톡 영상에서 “차라리 비행기표 끊고 호주 오프라인 매장에 다녀오는 게 더 쌌을 것”이라며 불만을 터뜨렸다.
유럽과 다른 지역의 소비자들은 해외에서 주문한 제품을 받을 때 내는 관세가 낯설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미국 소비자들에게 관세 지불은 전에 없던 절차로 불만을 표출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는 것이다. 물류업체 LVK 로지스틱스의 마기 바넷 CEO는 “수입업체들이 관세를 가격에 포함시키거나 별도의 항목으로 분리하여 명시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바넷 CEO의 지적대로 관세를 포함하는 업체가 이미 나타나고 있다. 뉴욕에 거주하는 사만다 브라우트 씨는 약 3주 전 호주 브랜드에서 여러 의류를 주문했다. 지난 주 상품을 받은 후, 맞지 않는 의류의 다른 사이즈를 찾기 위해 다시 같은 웹사이트를 방문했다.
그런데 얼마전까지 134달러짜리 가격표가 붙었던 셔츠 두 장에 ‘세금’ 항목이 추가되어 213달러의 추가 요금이 붙은 것을 보고 놀랐다. 브라우트 씨는 이미 받은 상품의 태그를 확인한 결과, 해당 의류들이 중국에서 제조된 것을 발견했다. 이는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가 30%로 인하되기 전으로, 그녀가 틱톡에 올린 관련 영상의 조회수는 이미 90만건을 넘을 정도로 화제가 되고 있다.
■ 관세 중개인 자처하는 운송업체이처럼 주문 후 뒤늦게 부과되는 ‘추가 요금’은 다소 이례적인 방식으로, 업계 전문가들은 이를 전례 없는 관세 조치에 따른 일시적 과도기 현상으로 보고 있다. 운송업체들이 ‘관세 중개인’(Customs Broker) 역할을 하며, 관세(수입세)를 소비자에게 청구하고 있는 것인데 이 같은 업무를 담담하는 운송 업체는 드문 편이다.
공급망 컨설팅 기업 ‘엔비스타’(enVista)의 브리튼 파블릭 운송 부문 책임자는 “추가 요금 청구는 아마 결제 시점에서 관세 비용이 누락된데 따른 과도기적 현상일 수 있다”며 “일반 소비자들이 앞으로도 이런 청구서를 계속 받는 일은 드물 것”이라고 전망했다.
추가 요금 부과는 관세가 새로 도입되거나 정책이 갑자기 변경되던 시기에 주로 발생했으며, 중소업체들이 새로운 수입 절차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앞으로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체계가 어느 정도 안정되면 소매업체들이 제품 가격 인상과 결제 과정에서 관세 항목 명시, 배송 및 처리비 인상 등을 투명하게 공개할 것으로 전망된다.
DHL과 UPS 등 주요 운송 업체는 추가 요금 부과 현상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다만 UPS의 경우 홈페이지를 통해 “해외 구매자가 세금 및 수수료를 부담해야 하는 경우, 거래 전에 이를 반드시 알릴 것을 권장한다”라고 안내하고 있다.
■ 결제 단계에서 원산지를 미리 공개해경제 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부과한 대중 고율 관세가 결국 소비자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여러 차례 경고해 왔다. 현재까지 공식 통계에서는 뚜렷한 물가 상승이 나타나지 않고 있지만 중국이 미국의 두 번째로 큰 교역국이자 생활용품의 주요 공급처인 만큼 관세 비용 부담이 소비자에게 전가되는 일은 시간문제라는 분석다.
물류 업체 플렉스포트의 버니 하트 관세 담당 부대표는 “소비자들은 오랫동안 제품의 원산지를 따지지 않고 온라인 쇼핑을 즐겨왔다”라며 “이제는 기업들이 모든 비용을 결제 단계에서 원산지를 미리 공개해 소비자가 추가 요금 여부를 판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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