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37년 전인 1988년 뉴욕한국일보 기자로 첫 출발을 시작했고, 현재는 고문으로 있습니다. 고 엄호택 사장님께서 신문사를 떠나실 때까지 10년동안 일한 직원으로서 고인을 향한 최소한의 도리이자 감사의 뜻으로 이 자리에 섰습니다.
엄 사장님께서는 1967년, 형님이신 고 엄호웅 회장님과 함께 뉴욕한국일보를 창간하셔서 한인이민자들의 미국 생활 정착을 돕고 한인사회 구석구석을 밝게 비추는 등불로서의 역할을 다하시느라 수고를 많이 하셨습니다.
사장님께서 세운 뉴욕한국일보는 단순한 신문을 넘어, 한인사회에 필요한 정보 제공 및 희망을 전하는 중요한 창구였으며, 동시에 사회의 부당함에 맞서 한인들의 권익을 지키는 정의의 목소리였습니다.
이를 잘 아는 초창기 한인 이민자들은 사장님의 이름만 들어도, 모든 것이 어두웠던 시절 뉴욕한국일보로부터 크게 도움을 받으면서 이민생활을 했기에 모두가 감사해하고 있습니다.
그처럼 헌신하신 사장님께서 얼마전 호스피스에 계신다는 소식을 사모님으로부터 접했을 때,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습니다. “아, 이제 뉴욕한인사회의 한 시대를 이끌었던 큰 어른이 떠나시는구나” 하는 생각에 이르면서 사장님과 함께했던 지난날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갔습니다.
무엇보다 사장님은 신문사를 통해 많은 한인젊은이들이 일할 수 있도록 취업의 기회를 제공해 주셨습니다. 그럼으로써 직원들이 미국정착에 필요한 각종 정보제공으로 초창기 한인들이 이민생활을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줄 수 있었습니다.
엄 사장님은 독실한 크리스찬으로서 신문사의 하루일과를 매일 아침 예배로 시작할 수 있게 해주셨고, 고인의 깊은 신앙심과 사랑은 종교면을 통해 한인이민자들이 힘든 이민생활을 하는데 큰 힘이 되어 주었고 뉴욕의 한인교계 확장과 발전에 크게 영향을 미쳤습니다.
사장님은 또 문화 예술에 대한 관심이 매우 크셔서 많은 예술인들이 자신의 재능을 펼칠 수 있도록 신문사의 문호를 활짝 열어 주셨습니다. 그로 인해 예술인들이 어렵지 않게 지경을 넓힐 수 있었으며, 문화 예술에 대한 사장님의 관심과 후원은 한인문화 예술계 발전에 크게 이바지하는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특히 한인 2세들의 교육에 관심이 많으셔서 어린이를 위한 프로그램 개설이나 한국학교 활동에도 지원을 아끼지 않으셨습니다. 또 직원들을 위해서도 매년 연회장에서 파티를 열어 주셨습니다.
힘든 시기, 직원들과 함께 고통을 나누고, 화합과 단결을 이끌어낸 사장님의 리더십은 오늘날까지도 많은 직원들의 가슴 속에 그리움으로 남아 있습니다.
은퇴 후에도 사장님은 당시 직원들을 위해 늘 기도하는 마음으로 하루도 빠짐없이 성경구절을 보내주셨습니다. 그것이 어려운 시기를 지나는 저희들에게 큰 위안이 되어 매우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멀리 떨어져 외롭게 지내셨는데, 한 번도 찾아뵙지 못하고 기껏해야 매년 연말카드 한 장 달랑 보내드린 것이 전부, 모든 것이 그저 죄송스럽고, 아쉬움만 남습니다.
이따금 뉴욕에 치과치료를 위해 방문하셨을 때, 옛 직원들의 연락을 받고 몇 차례 뵙기는 했지만, 뵐 때마다 건강이 나빠지셔서 마음이 아팠습니다. 그래도 가족들과 마지막 여정을 잘 마무리하시고 떠나신 것 같아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험난했던 이민 초기, 어둠 속에 한 줄기 빛이 되어주신 사장님의 헌신과 수고에 깊이 감사드리며 존경을 표합니다.
사장님께서 뿌리신 그 많은 공적은 뉴욕한인이민역사 속에 길이 남아, 앞으로도 많은 한인들의 이민의 삶에 좋은 비료가 될 것입니다. 저희에게 베풀어주신 따뜻한 사랑, 잊지 않고 기억하겠습니다.
이제 짐 다 내려놓으시고, 평안히 쉬십시오. 그동안 고맙고 감사했습니다. 안녕히 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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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영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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