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창모 애국지사 유가족
▶ 외손녀의 10여 년 집념
▶ 광복 80주년 맞아 귀환
▶ “평생 아버지 그리워한 딸 봉환 한 달 앞두고 눈 감아”
![[인터뷰] 생전 끝내 밟지 못했던 모국 땅… ‘99년 만의 귀환’ [인터뷰] 생전 끝내 밟지 못했던 모국 땅… ‘99년 만의 귀환’](http://image.koreatimes.com/article/2025/07/29/20250729171916681.jpg)
임창모 지사의 유해 봉환을 위해 LA를 방문한 외손녀 조순미씨와 손자사위 김호성씨가 휴대폰 속에 소중히 간직된 외할아버지의 마지막 생전 사진을 꺼내 보이고 있다. [노세희 기자]
광복 80주년을 맞아 LA 인근 잉글우드 묘지에 58년간 잠들어 있던 임창모 애국지사의 유해가 오는 8월 고국으로 봉환된다.(본보 24일자 A2면 보도) 이 감동적인 귀환은 유족의 오랜 집념과 한국 정부의 예우, 그리고 LA 지역 애국 단체들의 헌신적인 협력이 더해져 가능했다.
“외할아버지께서 돌아가신 지 50년이 넘었지만, 우리는 단 한 순간도 그분을 잊은 적이 없습니다.” 임 지사의 유해 봉환을 위해 LA를 찾은 외손녀 조순미(55)씨는 담담히 말했다.
1891년 황해도 은율에서 태어난 임창모 지사는 1919년 3·1운동에 참여했다가 투옥되었고, 1926년 미국으로 건너가 흥사단과 대한인국민회 등에서 독립운동을 이어갔다. 미국에서 식품 도매업을 하며 독립운동 자금을 꾸준히 보탰고, 그 공로로 2019년 건국훈장 애족장이 추서됐다.
1933년 임 지사가 중국을 거쳐 아내 유영원씨가 머물던 고향 집에 잠시 들렀을 때 딸 임은옥씨가 잉태됐다. 그러나 다시 미국으로 떠난 그는 끝내 조국 땅을 밟지 못한 채 1967년 LA에서 생을 마감했다.
“어머니는 당신의 아버지 얼굴을 단 한 번도 본 적 없으셨어요. 하지만 평생 그분을 그리워하며 살아오셨습니다. 어머니가 간직했던 편지들엔 딸을 향한 아버지의 애틋한 사랑과 절절한 미안함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죠.”
외손녀 조순미씨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로 큰 병을 앓은 뒤 2012년 요양차 찾은 샌디에고에서 외할아버지의 묘지를 찾기 위해 두 달을 헤맸다. 허사였지만, 귀국 후에도 그의 여정은 멈추지 않았다. 광복회와 흥사단, 독립기념관 등을 찾아 자료를 모았고, 마침내 2015년 국가보훈부(당시 보훈처)에 서훈을 신청했다.
“‘임창모’라는 이름으론 아무리 찾아도 묘지를 확인할 수 없었어요. 나중에야 외할아버지의 미국 이름이 ‘Paul Chang Mo Liem’이었다는 걸 알게 됐죠.”
2017년, 보훈부로부터 외할아버지가 잉글우드 묘지에 안장돼 있다는 통보를 받았다. 봉환을 추진했으나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절차는 멈춰 섰다.
2024년 12월, 보훈부 관계자들이 LA를 방문하며 다시 절차가 재개됐다. 대한인국민회(이사장 클라라 원)와 흥사단 LA지부(지부장 정문식)의 지원 속에 봉환을 위한 행정 절차가 마무리됐고, 지난 16일 유족이 참여한 가운데 유해는 화장됐다. 그러나 가장 오랫동안 봉환을 기다려온 임 지사의 딸 임은옥씨는 끝내 이 순간을 함께하지 못했다. 고국 봉환을 불과 한 달 반 앞둔 지난 2일, 91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난 것이다.
“어머니는 외할아버지를 조국에 모신다는 사실에 누구보다 기뻐하셨는데… 결국 함께하지 못하셨어요.” 조순미씨는 말을 잇지 못하고 눈시울을 붉혔다.
임창모 지사의 유해는 오는 8월11일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하며, 13일에는 국무총리 주재 하에 국립대전현충원에서 봉환식과 안장식이 거행된다. 국군 군악대가 참여하는 최고 예우의 의전이 준비되고 있다.
이에 앞서 31일(목) 오후 6시30분 LA 흥사단 단소에서는 추모 행사가, 8월10일(일) 오후 3시 대한인국민회관에서는 유해 봉환을 기리는 고별 추모식이 각각 열린다.
“다행히 아버지와 어머니 묘지가 모두 대전에 있어요. 외할아버지가 외롭지 않게 계실 수 있을 거라 생각하면 조금 위로가 됩니다.”
99년 만에 조국 품에 안기는 임창모 지사의 마지막 여정. 그 발걸음은 역사 속에서 잊혀졌던 이름을 되살린 가족의 사랑과 애국단체의 증언, 그리고 국가의 노력이 빚어낸 늦었지만 값진 귀향으로 남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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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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