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객 선택권·경제성’ 논리 앞세워 설득 나서…미 정부 ‘조정력’ 발휘 요청
▶ ‘2030년 10기 착공’ 급한 트럼프 행정부, 민관 채널로 참여 거듭 요청
2030년까지 신규 대형 원전 10기 착공 목표 달성이 다급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최근 민·관 채널로 한국 원전 업계의 자국 원전 사업 참여를 거듭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불공정' 논란을 낳은 한국전력·한국수력원자력과 웨스팅하우스 간 지식재산권 분쟁 해소 합의로 한국형 원전 노형을 단독으로 미국 시장에 수출할 길이 사실상 막힌 상황이다.
그렇지만 한국전력은 미국 에너지 당국에 고객 선택권과 경제성 차원에서 APR 계열 한국형 원전의 미국 사업이 가능하게 트럼프 행정부가 '조정력'을 발휘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8일(한국시간) 정부와 에너지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말 개최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에너지 장관 회담 참석차 방한한 제임스 댄리 미국 에너지부 차관은 이호현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과 김동철 한전 사장을 잇따라 만나 자국 신규 원전 사업에 한국 기업의 적극적 참여를 희망한다는 뜻을 밝혔다.
댄리 차관 측은 한미 기업 간 지재권 분쟁이 해소됐고, 양국 정부 간에도 원전 협력 공감대가 마련됐다고 평가하면서 자국 기업인 웨스팅하우스의 노형인 AP1000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한국 기업이 시공 등 역할을 맡는 방식을 구체적으로 거론한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뉴스 취재에 따르면 트럼프 2기 행정부는 그간 대규모 신규 원전 사업에 한국이 건설 등 분야에서 핵심 역할을 해주길 희망한다는 입장을 비공식적으로 타진해왔다.
소형모듈원자로(SMR) 기업 오클로 이사를 지낸 크리스 라이트 미국 에너지부 장관은 트럼프 행정부 출점 직후부터 한국 당국자와 만나 자국의 원전 확대 계획을 소개하면서 한국 기업들이 적극적 역할을 해주길 기대한다는 뜻을 전해왔다.
산업부 당국자는 "한국이 자국 원전 건설에 참여하기를 바란다는 현 미국 정부의 입장은 일관된다"며 "미국의 입장에서는 한국이 상당히 필요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댄리 차관은 이번 방한 기간 한전 김동철 사장과도 비공개 면담을 갖고 웨스팅하우스와 협력을 기반으로 자국 원전 사업에 적극적 참여를 추진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트럼프 행정부 고위 당국자들이 그간 정부 채널로 한국의 원전 사업 참여 희망 뜻을 전해왔지만 이번처럼 한국의 해외 원전 사업 관리를 총괄하는 공기업 수장과 만남을 별도로 요청해 이뤄진 것은 처음이다.
대대적인 원전 확충을 추진하는 트럼프 대통령은 2050년까지 현재 약 100GW(기가와트)인 원전 설비용량을 400GW로 확대하겠다는 장기 목표를 내걸었다.
우선 2030년까지 원전 10기 착공을 중간 목표로 제시했다. 미국 에너지부는 건설 비용을 750억달러(약 104조원)로 추산했다.
미국은 원전 설계 등 원천 기술 강국이지만 1979년 스리마일섬 원전 사고 이후 신규 건설 인허가가 장기간 중단되면서 원전 공급망이 사실상 붕괴해 건설 능력을 상실했다.
이에 미국은 설계도 속 원전을 실제로 현실 세계에 구현하는 과정에서 설계·조달·시공(EPC)에 강점을 가진 한국 기업들의 도움이 절실하게 필요한 상황이다.
한전 측은 댄리 차관과 면담에서 국내와 아랍에미리트(UAE) 등 해외 건설·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형 APR 원전을 미국에도 안정적으로 건설할 수 있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렇게 될 경우 사업비가 낮아져 미국 전력 수요자들에게 더욱 경제성 있는 가격의 전기를 공급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전 측은 미국 정부가 자국의 국익 극대화 차원의 정책 조정력을 발휘해주기를 희망한다는 뜻을 전했다.
한전·한수원과 웨스팅하우스 간 기존 합의로 미주 지역에서는 한전·한수원 단독으로 APR 계열 원전 수출을 할 길이 일단 막힌 상황이지만, 미국 정부의 정책 조정을 통해 웨스팅하우스와 공동 사업 형식으로 한국형 원전의 대미 진출 길을 열어달라는 취지의 건의로 해석된다.
우리 정부도 미국 전력 고객의 '선택권' 차원에서 한국형 원전의 미주 진출이 검토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한미 당국 접촉 과정에서 '지원 사격'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부 당국자는 "미국의 고객들도 각자의 (원전 노형에 관한) 선호가 있을 것"이라며 "미국의 유틸리티, 전력 기업들은 한국의 바라카 원전을 봤고 체코 수주도 봤기에 한국 기업들이 들어와 건설에 참여해야만 경제성 측면에서 안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신증권은 지난달 22일 보고서에서 "한수원과 미 웨스팅하우스 간 합의 중 한국형 원전 북미 시장 제한 관련 예외 조항이 있거나 한국 정부가 수정을 요구하는 내용이 있을 수 있다"며 "웨스팅하우스의 전문인력이 부족하고 다수 유럽과 북미 원전 프로젝트를 동시에 진행하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미 정부와 유틸리티, 금융기관 등은 미국 내 APR1400 건설을 필요로 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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