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 신규 시설 투자 공시 66건
▶ 지난해 대비 40% 가까이 적어
▶ 현 추세면 6년래 최저치 전망
▶ 관세·환율 요동 등으로 위축
올해 상장기업들의 투자가 코로나19 때보다도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중 간 무역 갈등이 다시 격화한 가운데 완전히 해소되지 못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정책 불확실성이 상장기업들의 투자를 주저하게 만든 요인으로 풀이된다. 원·달러 환율도 최근 요동치는 데다 국가 간 패권 경쟁으로 구리·희토류 등 원자재 가격마저도 치솟고 있어 과거 공시했던 시설 투자 계획을 정정하는 사례도 속출했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들어 직전 거래일인 17일까지 코스피·코스닥 상장사가 공시한 신규 시설 투자 계획은 총 66건(원공시 기준·자회사 제외)에 불과했다. 이는 지난해 연간 공시 건수(108건) 대비 40% 가까이 적은 수치로 코로나19 유행으로 한국 경제가 침체에 빠졌던 2020년 기록한 96건과 비교해서도 한참 부족했다. 현 추세라면 연간 기준으로 2020년 이후 6년 내 최저 기록을 새로 쓸 공산이 크다.
합산 투자 금액 면에서는 차이가 작았다. 정정 공시 날짜 기준으로 합산한 올 들어 이달 17일까지 코스피·코스닥 상장사의 총 신규 시설 투자 금액은 약 43조4,532억 원으로 지난해 동안 기록한 45조7,029억 원과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그러나 세세히 살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올해 상장기업들의 신규 시설 투자 전체 합산 금액 43조4,532억 원 중 약 70%에 해당하는 30조3,439억 원이 대한항공의 신규 시설 투자 금액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한국 상장기업들이 투자를 망설이는 가장 큰 이유로 대외 불확실성을 꼽았다. 미중 갈등 심화와 미국의 관세 충격, 중동 정세 불안, 원자재 가격 급등락 등 각종 위기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원·달러 환율이 1,400원 안팎에서 등락을 반복하며 수입 원가 부담이 커지고, 희토류·구리 등 핵심 소재의 공급 불안정도 이어지고 있다.
백관열 LS증권 연구원은 “현재 수출 비중이 가장 높은 미국과 중국의 수요 회복 역시도 중단기적으로는 불투명하다는 점에서 여전히 한국 수출의 유의미한 회복을 기대하기에는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한다”고 강조했다
대내외 불확실성 심화에 기존 투자 계획을 수정하는 사례도 빈번하게 발생 중이다. 올 들어 이달 17일까지 신규 시설 투자 정정 공시는 92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67건)에 비해 37% 증가했다. 2020년 기록한 36건 대비해서는 2.5배 넘게 많은 수치다.
정정 사유를 보면 ‘수요 둔화’ ‘환율 변동성 확대’ ‘원자재 조달 비용 증가’ 등이 주를 이뤘다. 코스피 상장사 에코프로머티는 올 6월 공시를 통해 고객사 수요 일부 이연으로 신규 시설 투자 금액을 지난해 발표한 9,573억 원에서 7,553억 원으로 축소했다고 알렸다. 대한유화의 경우 석유화학 산업 부진 장기화 영향으로 2022년 공시한 3,000억 신규 시설 투자 계획을 철회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공장 증설이나 설비 투자 같은 대규모 프로젝트는 향후 3~5년의 시장 흐름을 내다봐야 하는데 지금처럼 예측 불가능한 환경에서는 투자를 미루는 게 오히려 합리적인 판단으로 여겨진다”고 말했다.
업황 개선이 뚜렷한 일부 업종은 올해도 신규 시설 투자를 활발히 진행 중이다. 대표적으로 반도체·조선·전력기기 등 글로벌 수주가 활발한 산업에서 투자 행보가 이어지고 있다. 반도체 기업들은 차세대 공정 대응과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 확대에 대비해 연구개발(R&D)과 설비 교체에 속도를 내고 있으며 조선 업계 역시 친환경 선박과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수주 증가에 맞춰 생산설비 확충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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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이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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