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말리아 국민, 무대응 정부에 불만…미 소말리아계 “우린 쓰레기 아냐”
▶ 트럼프 대거 추방 예고했지만 소말리아계 73%는 이미 미국 시민권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로이터]
백악관 인근에서 발생한 주방위군 피격 사건을 계기로 이민자를 향한 대공세에 나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소말리아 출신 이민자들을 '쓰레기'에 빗대는 모멸적 발언까지 했지만 소말리아 총리는 무대응을 선택했다.
3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함자 압디 바레 소말리아 총리는 수도 모가디슈에서 열린 혁신 서밋 행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쓰레기 발언'에 관한 질문을 받고 "트럼프가 모욕하는 나라는 우리뿐만이 아니다"라며 "가끔은 대응하지 않는 편이 나을 수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일 백악관 각료회의를 주재하면서 소말리아를 거명하면서 "우리가 계속해서 쓰레기를 받아들인다면 잘못된 길로 가게 될 것"이라며 자국 내 소말리아계 이민자를 대거 추방하겠다고 예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소말리아를 놓고 '악취가 난다'는 말까지 했다.
이런 모멸성 발언에도 소말리아 총리가 대응하지 않기로 한 것은 빈국인 소말리아가 여전히 안보·경제 측면에서 미국에 크게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아프리카의 뿔'에 자리 잡은 소말리아는 오랫동안 알카에다와 연계된 이슬람 무장 단체 알샤바브와 전쟁 과정에서 미국 등 국가의 지원에 크게 의지해왔다.
트럼프 행정부는 올해 초 미국 국제개발처(USAID)를 해체해 대외 원조를 대폭 축소했지만, 미국은 여전히 2025회계연도에 소말리아에 약 1억2천800만달러의 원조를 제공했다.
소말리아 현지에서는 정부의 저자세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분출했다.
모가디슈의 트레이더 압불라히 오마르는 "소말리아 지도자들과 정치인들은 국가와 국익을 방어해야 한다"며 "왜 우리를 향한 트럼프의 혐오 발언에 당신은 입을 다물고 있느냐"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모욕성 발언의 직접 당사자인 미국 내 소말리아계 주민들도 큰 충격을 받았다.
소말리아 출신 미국 시민권자로 여러 사업에서 성공을 이뤄온 함세 와르페는 AP통신에 "나는 쓰레기가 아니다"라며 "미국 대통령이 하는 말은 특히나 중요하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소말리아인이 많이 모여 사는 미네소타주의 '트윈 시티'인 미니애폴리스와 세인트폴 일대에서 소말리아 이민자를 표적으로 삼는 집중 단속을 예고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1990년대 소말리아가 내전에 빠지면서 많은 소말리아인이 미국으로 이주했다.
미국 인구조사국의 2024년 조사에 따르면 미국에는 약 26만명의 소말리아계가 거주하는데 이들 중 약 73%는 이미 귀화 절차를 마친 미국 시민이다.
미국 내 소말리아계 중 가장 많은 약 8만4천명이 미니애폴리스와 세인트폴에 거주한다. 미네소타주의 소말리아계 중 약 58%는 미국에서 태어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들 인구 집단 전체를 불법 이민자처럼 몰아붙이고 있지만 이들 중 다수는 시민권을 획득하는 등 합법적인 자격을 갖고 미국에서 살고 있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은 이민자들을 악마화하고 범죄, 질병과 동일시하는 방식으로 이민 문제를 강력한 정치 무기로 삼아 왔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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