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해는 거센 정치풍랑에 나라 전체가 악몽에 시달렸다. 그야말로 되돌아보고 싶지 않은 한해였다. 송구영신 벽두에 서서 간절한 마음으로 새로운 시대 염원을 호소 드리고자 한다. 올해는 전 국민이 잃었던 ‘자존심'을 되찾고 의식수준이 새롭게 정리되는 한해가 되기를 소망한다.
14세기 ‘신곡'을 쓴 단테의 소설이든가. 지옥문 입구에는 희망이 없는 곳이라는 문패가 적혀있다고 했다. 우리나라의 지난 한해는 온갖 부정비리, 정치파행으로 긴장, 불안, 쟁투의 연속이었다. 새해에 들어선 지금까지도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 우리가 희망이 없는 지옥문 앞에서 있는 것이나 아닌지 전율이 느껴진다.
누가 이토록 나라를 절박한 환경으로 만들어 놓았나. 그 책임은 나라의 주인인 일반 국민들에게도 물어야 한다는 주장에 거부감이 있을 수 없다.우리 헌법 제2조에 명시 돼 있다시피 나라의 주인은 국민이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 부터 나온다, 라고 적혀있다. 이 조항은 민주주의 국가가 가장 철저하게 지켜야 할 진리이다. 동시에 이 조항에는 국민이 나라의 민주 질서에 대한 의무를 성실히 이행하라는 도의적 명령이 포함 돼 있다.
그런데도 우리 국민은 헌정 질서를 마구 유린하는 정치에 엄중하게 경고, 저항하지 못 해오고 있다. 갖가지 대소형 부정비리를 묵인, 동조하거나 심지어 지지를 표하는 아찔한 여론이 형성될 때도 있다.
이 같은 현상은 국민의 전반적인 저질의식 또는 이기주의, 정치 허무주의 등에서 비롯된 것으로 결론 내릴 수밖에 없다. 누군가 나서서 불이야 고함을 지르고 큰 도둑이 들어 마구 재산을 탈취해 가면 도둑이야 소리치며 국고를 지켜야 하는 것이 정상적인 국가 분위기가 아니겠는가. 국민 모두가 오늘의 국가 제반 상황을 현명하고 냉철하게 관찰하고 혁신을 다짐해야 할 시점이라고 판단한다.
철인 소크라테스는 “네 자신을 알라" 라며 백성들이 어떤 의식으로 무엇을 하고 있는지 영혼을 돌아보라고 충고했다. 그의 수제자 플라톤도 “나는 배부를 돼지보다 배고픈 지성인의 길을 따르겠다"라고 인간 자존심의 가치를 강조했다.지금 대한민국 국민이 물질주의에 빠져 사치, 향락에 탐닉하여 사회의 정의, 불의를 상관하지 않고 무관심, 무사안일주의로 빠진다면 국민들에게 돌아오는 것은 독재 전횡과 국가 파탄뿐일 것이다. 권력자들은 민중의 약점을 기다리는 속성이 있다.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다는 식의 무의식 태도로 가는 것은 권력이 국민을 얕잡아 무시하고 짓밟으며 함부로 국민을 농락하는 빌미를 제공하는 지름길이다. 올해에는 우리 국민 모두가 한층 새롭게 의식화되어야 한다는 것이 간곡한 염원이다.
이제 우리는 보수에 수긍하고 동조하면 친미수구라고 격렬히 비난하고, 북한의 형편을 조금이라도 이해하려 들면 친북 빨갱이라고 길길이 뛰며 비난하는 따위의 엉터리 사상은 바뀌어야 한다.
지금 전 세계 어디에도 고전적 공산주의나 제국주의를 신봉하는 나라는 없다. 아직도 우리나라에 수시로 발생하고 있는 사상대립은 철지난 이념 중독자들의 발광이고 민족분열이 증폭되는 원인이다.또한 우리는 공권에 대한 맹종, 공포감을 갖는 습성이 있다. 권력이 국민을 두려워해야지 국민이 공권을 두려워하는 것은 역순, 모순이다.
김정은의 무력으로 점령해야 할 적국 규정, 두 국가(분단론)를 옹호하는 자들이 있는 한, 그리고 ‘윤석열 어게인'을 외치는 자들의 공간이 허용되는 한 우리 민족의 미래는 암담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전 국민의 의식수준이 고취, 향상되어야만 정치 토양 풍조가 개혁될 것이고 그 신선한 환경에서 양심세력이 위대한 새 역사를 쓰게 될 것이다.
전 국민의 자존심 확립, 의식 혁명이 절실하다는 것이 나의 주장이다. 김구, 함석헌 등 선구자들은 국민이 깨어 있어야만 나라가 바로 선다고 독려했다. 올해가 병오년 말띠해이다. 말은 올라타고 박차를 가해야 열심히 뛰지만 무작정 뒤를 따라 가기만 하면 뒷발질에 차이게 마련이다. 말은 뒤가 안 보여 뒷발질에 민감한 습성이 있다. 권력의 뒤꽁무니만 따르는 자들에게 유의미한 경구가 아닐는지….새해를 맞이하며 전 국민의 심기일전 분발을 촉구한다.
(571)326-6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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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용 전 한민신보 발행인 페어팩스,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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