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오년 붉은 말의 해가 솟았다. 그러나 2025년이라는 거대한 폭풍을 지나온 우리 앞에는 2026년이라는 새로운 전장이 펼쳐져 있다. '거대한 재편'의 서막을 알렸던 지난 1년이 질서의 파괴를 목도하는 시간이었다면, 2026년은 그 폐허 위에 어떤 집을 지을 것인지를 결정하는 분수령이 될수도 있을 것이다.
약자를 밟고 올라서는 미국 우선주의의 공고화와 AI 권력의 실체화라는 양대 파고 속에서, 미주 한인 사회가 단순한 생존을 넘어 새로운 성장의 문법을 쓰기 위해서는 가져야 할 관점과 실천의 전략이 필요하다.
2025년 트럼프 행정부의 귀환과 함께 몰아친 이민 정책의 냉혹함은 우리에게 중요한 교훈을 남겼다. 우리의 평안과 경제는 누구도 대신 책임져주지 않는다는 '각자도생'의 현실이다. 하지만 여기서 멈추면 소외된 소수계로 남을 뿐이다.
2026년, 미주 한인들은 스스로를 '미국 사회의 변화에 영향을 받는 대상'이 아니라, '변화를 주도하는 주체'로 서기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미국 건국 250주년을 앞둔 지금, 한인 사회는 미국 경제의 공급망 한축을 담당하고 K-컬처라는 강력한 소프트 파워를 쥔 한민족의 핵심 세력이다.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수동적 자세에서 벗어나, 미주 한인들과 커뮤니티의 실익을 위해 우리 스스로 시스템을 만들고 미국의 정치·경제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냉철한 실용주의'가 2026년의 기본 관점이 되어야 할 것이다.
지난해의 혼란은 정치적 목소리가 없는 공동체가 얼마나 취약한지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2026년 한인 사회의 가장 시급한 실천 과제는 정치적 영향력의 조직화다.
단순한 투표 참여를 넘어, 지역구마다 한인의 표심이 당락을 결정하는 ‘스윙 보트(Swing Vote)’가 되도록 결집해야 한다. 1세대의 헌신적인 정치 후원과 2·세대의 세련된 정무 감각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정치 네트워크를 가동해야 할 때다.
우리의 권익을 대변할 후보를 키우고, 그들이 정책 결정 과정에서 한인 사회의 목소리를 반영하게 만드는 ‘실사구시형 정치 참여’가 일상이 되어야 한다.
2026년은 AI가 실험실을 나와 골목상권의 운영 방식까지 바꾸는 해다. 인건비 상승과 구인난, 보호무역주의에 따른 원가 상승은 전통적인 자영업 모델의 한계를 드러냈다.
한인 경제는 이제 '디지털 전환'을 생존 전략으로 삼아야 한다.
AI 고객 관리, 자동화된 물류 시스템, 그리고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홍보와 배달 시스템등으로 시장 확장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한인타운"이라는 물리적 요새에 갇혀서는 미래가 없다. K-푸드와 K-뷰티의 브랜드 파워를 AI 기술과 결합해 미국 주류 시장 전체를 공략하는 공격적인 비즈니스 모델로의 체질 개선을 단행해야 한다.
1세대의 자본과 경험, 그리고 다음 세대의 전문성이 단절되는 순간 한인 사회의 노쇠화는 가속화된다. 2026년은 '협회'로 상징되는 기존의 친목 중심 모델을 실무형 비즈니스와 정치 네트워크, 그리고 복지서비스와 교육프로그램으로 진화시켜야 하는 해다.
또한, 미국 내 소수계 간 갈등이 깊어지는 흐름 속에서 한인 사회는 '조정자'의 역할을 자처해야 한다. 그래서 타 커뮤니티와의 전략적 연대를 강화하여야 한다.
이런 노력은 우리의 목소리를 증폭시키는 확성기가 될 것이다. 고립된 섬이 아니라, 다양한 공동체를 잇는 다리가 될 때 한인의 입지는 더욱 공고해질 것이다.
2026년은 우리에게 장밋빛 미래만을 약속하지 않을 것이다. 스태그플레이션의 위협과 지정학적 불안은 여전하며, 이민 사회를 향한 시선은 더욱 차가워질 수 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혼돈의 시기는 새로운 질서를 세우는 자에게 가장 큰 기회를 제공한다.
과거의 관성을 과감히 버리고, 기술을 학습하며, 한인 커뮤니티 즉 민족 공동체라는 집단적 힘을 실체화 해야 할 것이다.
2026년을 쇠락의 시작이 아닌, 미주 한인이 미국 사회의 진정한 주인으로 거듭나는 '성장의 원년'으로 만들어야 할 것이다. 파도를 두려워하는 자는 침몰하고, 이용하는 자는 항해를 한다.
변화의 파도 위에서 키를 잡는 것은 결국 우리의 준비된 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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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찬/시민참여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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