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식 상차림의 기본과 새우 연근전- 엘렌 이 푸드 스타일리스트 (2)

뷔폐식으로 차리고 접시에 담으면 반상기 없이도 간편하게 한식 상차림이 된다.
밥을 주식으로 삼아온 한국인의 식생활 속에서, 밥과 찬의 질서를 담은 반상 문화는 자연스럽게 자리 잡아 왔다. 이는 식탁 위에서 쓰이는 그릇의 구성으로 구체화되었고, 그렇게 마련된 그릇의 한 벌을 반상기라 불렀다.
밥그릇과 국그릇을 중심으로 반찬 그릇과 수저를 한 벌로 갖춘 반상기는, 한 사람의 식사를 온전히 담기 위한 최소한의 단위였다. 밥과 국을 각자 앞에 두고 먹는 이 방식은 개인의 몫을 존중하는 식문화이자, 동시에 함께 식사하는 문화를 유지하는 장치이기도 했다. 그래서 반상기는 단순한 식기가 아니라, 일상의 리듬과 관계의 예법을 함께 담아낸 살림의 도구로 여겨진다. 이러한 인식 속에서 반상기는 혼례와 같은 삶의 중요한 시기에 한 벌로 마련되며, 새로운 살림의 시작을 상징하는 물건으로 이어져 온다.
반상기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요리칼럼을 연재하며 가장 많이 받게 된 질문을 소개하고, 그 답을 함께 찾아가기 위해서다.

손님맞이 하루 전 상차림 준비
“한식 상차림을 위해 어떤 그릇을 기본으로 갖추면 좋을까요?“
나도 항상 궁금했다. 일상의 리듬과 관계의 예법을 함께 담아내면서 내 요리와 딱 맞는 그릇들을 갖춰가는 방법이. 요리칼럼 사진에 담긴 아름다운 그릇들은 대부분 인터뷰에 참여해 주신 요리사분들의 개인소장용품이다. 요리사의 식탁에 오르는 그 그릇들엔 요리를 만드는 이의 취향과 철학이 담겼었다. 오랜 세월 지내오며 자신이 잘 만들게 되는 요리와 최상의 궁합을 이루는 그릇들만이 곁에 남아있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2021년 팬데믹 기간 동안 집밥의 매력을 알아가면서 ‘요리를 돋보이게 하고, 그 담음새를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려주는 그릇’의 매력에 처음으로 빠져 들었다. 그래서 집밥을 담아 먹을 그릇을 직접 만들어보고자 수소문하여 지역 한인 도자기 공방을 찾았다. 로스 가토스에 위치한 이 공방은 나처럼 자신의 그릇을 만들고 싶은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었다. 흙을 빚으며 자신의 꿈과 바람도 빚어가는 사람들에게서는 도자기의 기본, ‘중심’이 꽉 잡힌 삶이 절로 묻어났다.
1파운드도 안 되는 흙덩어리를 붙들고 물레와 함께 휘청이던 처음의 시간들을 떠올리면 아직도 웃음이 난다. 그러나 3년이 지난 지금, 나는 간단한 식기류를 만들 수 있게 되었다. 너무 신기한 것은 그릇이 만든 이를 닮는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더욱더 신기한 것은 그 그릇을 보면, 그 안에 담길 음식이 저절로 떠오른다는 점이다. 초벌과 재벌 과정을 거쳐 구워진 그릇들을 모아두고 품평회를 할 때면 ‘여기에는 회덮밥을 담으면 딱이겠네, 혹은 어묵탕이 잘 어울리겠어’ 하는 대화가 오가는데 각기 다른 그릇에 자연스럽게 떠올린 음식을 담아 먹어보면 여지없이 완벽에 가까운 만족감을 느낄 수 있다.
푸드 스타일리스트 엘렌 이 대표는 어떻게 그릇을 마련해왔을까? 그녀에게 직접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엘렌 이 대표는 결혼 후, 친정어머니로부터 첫 한식 반상기를 선물로 받았다. 시댁 어르신께서는 2인 양식기를 주셨는데, 매년 결혼기념일마다 한 세트씩 선물을 받게 되어 총 10인 세트를 갖추게 되었다. 선물 받은 것을 제하고 엘렌 이 대표가 직접 처음 구매한 그릇은 양식용 도자기 세트였다. 세트에는 디저트, 샐러드, 메인 접시가 각각 12개씩 들어있었다. 당시 6인용 식탁을 쓰던 엘렌 이 대표는 이 그릇들을 직접 구매하던 날, 이제야 자신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정확히 알게 된 것 같았다고 했다. 그것은 분명 용감한 선택이었고, 자신만의 취향을 찾아가는 선택이었다.
이렇게 갖춰진 그릇들로 손님을 초대해 뷔페식으로 음식을 차리다 보니 엘렌 이 대표는 여러 깨달음을 얻게 되었다. 우선, 국그릇과 밥그릇 없이 접시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여러 가지 그릇을 한 번에 다 사는 것보다 천천히 취향껏 구색을 맞춰가는 것을 추천한다고 덧붙였다. 그릇은 늘어날수록 좋아지는 게 아니라, 무엇을 담을지 분명해질 때 비로소 제 역할을 한다는 철학이 자리 잡게 된 것이다.
엘렌 이 대표는 푸드 스타일리스트로 일하다 보니 첫 반상기를 장만할 때 몇 인용을 사야 하느냐는 질문을 종종 받는다. 그녀는 그때마다 이렇게 답한다. 그럴 땐 사용하는 식탁 크기에 2인을 더한 수로 생각하면 된다고. 2인용 식탁이면 4인용, 4인용 식탁이면 6인용 반상기를 선택하면 된다. 식탁에 의자 두 개를 더 가져와 옹기종기 앉을 수 있는 인원만큼의 반상기가 있으면 충분하다. 모두가 식탁에 앉아 국과 밥을 먹을 수 있을 때 한식 상차림은 가장 편해지기 때문이다. 그보다 많은 손님이 온다면 국그릇과 밥그릇 대신 접시 하나로 해결되는 뷔페식 차림으로 메뉴를 구성하면 된다. 손님이 온다고 없는 그릇을 사기보다는, 내가 가진 그릇에 맞춰 메뉴를 바꾼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훨씬 가벼워진다고 덧붙이는 엘렌 이 대표의 마음에서 삶의 지혜가 묻어 나온다.
엘렌 이 대표는 손님을 치르기 전날 준비할 것들을 언급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우선, 서빙 접시와 개인 접시, 젓가락, 포크, 스푼, 서빙용 집게 등을 미리 점검하고, 물과 음료용 컵도 종류별로 확인한다. 또한 손님을 초대할 때만큼은 천 냅킨을 사용을 권한다. 대접하는 느낌도 살고, 분위기도 한층 살아난다. 추가로 꽃이나 초 같은 테이블 장식도 미리 준비해 두면 좋다. 이렇게 손님들 모두가 불편함 없이 편안하게 식사하며 자연스럽게 즐길 수 있기를 바라며 준비하다 보면 불필요한 것들은 저절로 걷어내게 되어 단정한 식탁이 된다.
마지막으로 엘렌 이 대표는 한식 기본 상차림에 있어 우리 집 만의 시그니처 메뉴가 있으면 좋다는 조언을 덧붙였다. 손님이 올 때마다 반복하다 보면 음식의 맛도 좋아질 뿐만 아니라 왠지 뼈대 있는 가문이라도 된 듯한 기분도 들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 맛을 아는 가족이 먼저 찾는다.

굽기 전 새우 연근전

완성된 새우 연근전
“엄마, 또 새우 연근전 할 거야?”
손님 올 때만 만들게 되어 아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고 고백하며 잔잔한 미소를 짓는 엘렌 이 대표의 시그니처 메뉴, 새우 연근전 레시피를 소개한다. 새우 연근전은 특이한 모양 덕분에 자연스럽게 주목을 끈다. 샐러드, 초절임, 튀김 등으로도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지만, 얇게 썬 연근 사이에 다진 새우살을 넣어 부쳐낸 새우 연근전은 정성이 듬뿍 느껴지는 메뉴다. 아삭한 연근 사이로 탱글하고 쫀득한 새우의 식감이 더해져 묵직한 만족감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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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렌 이 푸드 스타일리스트의 새우 연근전 레시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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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료: 냉동 새우 20~25마리, 연근 20조각, 마늘 2톨, 잔파 2대, 생강 간 것 1작은술, 양파가루 1작은술, 소금 약간, 후추 약간, 달걀 작은 것 1개, 밀가루 3~4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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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드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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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냉동 새우를 연한 소금물에 담가 해동한 뒤 껍질과 물기를 제거한다.
2. 새우를 곱게 다지고, 마늘과 파 흰 부분도 잘게 다진다.
3. 볼에 다진 새우, 마늘, 다진 파, 생강, 양파가루, 소금, 후추를 넣어 섞고, 달걀과 밀가루 1큰술을 넣어 반죽을 만든다.
4. 연근은 옆으로 얇게 저며 반으로 갈라 두 장이 되도록 자른다.
5. 연근 자른 면에 밀가루를 살짝 묻히고, 새우 반죽을 올린 뒤 다시 잘라둔 연근으로 덮어 샌드위치처럼 만든다. 위에 덮는 연근의 안쪽에도 밀가루를 살짝 묻힌다. 밀가루는 연근과 새우반죽이 잘 붙도록 돕는다.
6. 기름 두른 팬을 중 약불로 가열하고, 서로 붙지 않게 놓고 앞뒤로 노릇하게 굽는다.
7. 접시에 담아 기호에 따라 초간장을 곁들인다.
참고: 레시피는 구하기 쉽고 간편한 시판용 손질 연근을 사용했다. 그러나 생연근을 사용해도 무방하다. 생연근은 시판용 손질 연근보다 더 얇게 썰 수 있고, 아삭한 식감을 살리기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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