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년전 바디캠 영상 공개, “단속 요원 고의로 충돌”
▶ 이민 당국 설명과 배치 “투명조사 책임 규명해야”

지난해 3월15일 이민 단속 요원이 텍사스주 사우스 파드레 아일랜드에서 루벤 레이 마르티네스(작은 사진)가 몰던 차에 총격을 가하는 모습. [사우스 파드레 아일랜드 경찰국]
연방 이민 단속 요원의 총격으로 또 다른 미국 시민이 사망한 사건이 1년여 만에 드러난 가운데 이와 관련해 당시 상황이 담긴 영상이 새로 공개되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공식 설명에 대한 신빙성 논란이 일고 있다고 7일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했다.
WP에 따르면 텍사스 공공안전국은 지난해 3월15일 텍사스주 사우스 파드레 아일랜드에서 발생한 총격 사건의 바디캠과 주변 감시카메라 영상, 목격자 진술 등 수사 자료를 지난 7일 공개했다. 이 사건은 국토안보부(DHS) 산하 국토안보수사국(HSI) 요원 잭 스티븐스가 23세 미 시민권자 루벤 레이 마르티네스를 향해 세 발을 발사해 숨지게 한 사건이다.
사건 직후 DHS와 ICE 측은 마르티네스가 차량을 가속해 요원을 “의도적으로 들이받았다”고 주장하며 총격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이번에 공개된 영상에서는 차량이 매우 느린 속도로 움직였으며 요원을 겨냥해 돌진하는 모습은 명확히 확인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건은 지난해 3월15일 새벽, 다수의 부상자가 발생한 교통사고 현장 인근에서 발생했다. 당시 경찰과 여러 기관의 요원들이 현장을 통제하고 있었고, 마르티네스는 파란색 포드 세단을 몰고 현장 근처를 지나가다 경찰과 마주쳤다.
초기 장면에서는 환경·야생동물 단속을 담당하는 특별 사법경찰이 운전석 창문으로 손전등을 비추며 마르티네스에게 인근 주차장으로 차를 이동하라고 지시한다. 그러나 곧 다른 경찰관이 차량을 계속 진행하라고 손짓하며 교통 흐름을 따라가라고 안내하는 장면도 확인된다. 서로 상반된 지시가 이어지면서 상황이 혼란스러워졌다는 분석이다.
마르티네스 차량은 이후 교차로 방향으로 천천히 이동했고 일부 경찰관들이 “멈춰라”라고 외치는 장면이 이어진다. 이 과정에서 차량이 왼쪽으로 천천히 방향을 틀었고 그 직후 HIS의 잭 스티븐스 요원이 세 발을 발사했다.
영상에서는 차량이 급가속하거나 요원을 향해 돌진하는 모습은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는다. 또 다른 요원인 헥터 소사가 차량에 치여 보닛 위로 올라갔다는 주장도 영상만으로는 명확히 확인되지 않는다. 다만 화질이 낮고 일부 장면이 끊겨 있어 정확한 상황 판단에는 한계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사우스 캐롤라이나대 범죄학 교수 제프리 알퍼트는 “현장이 매우 혼란스러웠고 경찰의 대응 과정에서도 여러 ‘위험 신호’가 보인다”며 “서로 다른 지시는 운전자에게 큰 혼란을 줬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영상 속 차량 속도는 매우 느려 위협적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요원이 단순히 옆으로 피할 수도 있었던 상황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부검 결과 마르티네스는 당시 음주 상태였고 체내에서 마리화나 성분도 검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그의 가족 측 변호인들은 “영상은 차량이 거의 움직이지 않는 상태에서 근거리에서 총격이 이뤄졌다는 사실을 보여준다”며 “요원이 실제로 위협을 받았다는 증거는 없다”고 주장했다.
총격 이후 차량은 멈췄고 마르티네스는 차에서 내리려다 쓰러졌다. 요원들은 그를 땅에 눕힌 뒤 수갑을 채웠고, 잠시 후 구급대가 도착해 병원으로 이송했으나 결국 사망 판정을 받았다.
이 사건은 텍사스 카메론 카운티 대배심에 회부됐지만 지난 2월 배심원단은 스티븐스 요원을 기소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ICE의 토드 라이언스 국장 대행은 성명을 통해 “대배심이 범죄 행위가 없다고 만장일치로 판단했다”며 “독립적인 조사 결과 요원의 행동이 정당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최근 국토안보부 요원들의 총격 사건이 잇따르면서 논란은 커지고 있다. 지난 14개월 동안 국토안보부 요원들의 총격으로 최소 12명 이상이 피해를 입었으며 이 가운데 미 시민권자가 사망한 사건도 여러 건 발생했다.
시민단체들은 이번 사건 역시 정부 발표와 실제 상황 사이에 차이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며 보다 투명한 조사와 책임 규명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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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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