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누구시든 신이여, 감사합니다. 들이쉬고 내쉬는 공기를 주심에, 숲 속의 오두막과 땔나무 그리고 빛-램프와 잎들의 배면, 양치류와 날개 같은 자연의 빛, 피아노와 …
[2014-02-11]옛사랑을 묻은 곳에 새 사랑을 묻으러 왔네 동백은 없고 노래방과 여관들이 나를 맞네 나이트클럽과 식당 사이를 소독차가 누비고 안개처럼 번지는 하얀 가스...... 산의 윤곽…
[2014-02-06]진주에 기생이 많았다고 해도 우리 집안에는 그런 여자 없었다 한다 지리산 자락 아래 진주 기생이 이 나라 가장 오랜 기생 역사를 갖고 있다지만 우리 집안에 열녀는 있어도 기…
[2014-02-04]숲길에 검은 고양이, 흰 고양이 가슴 포개어 파르르 껴안고 있다가 살며시 품고 있다가 눈송이 위에서 서로 녹다가 화들짝, 숲속으로 꼬리 숨겨버리는 한 쌍 (아무도 모르…
[2014-01-30]방 하나를 갖고 싶어요 주소도 없고 어떤 후일담도 도착하지 않는 곳 벽에는 못자국이 없고 구석에는 우는 아이가 없고 문 앞에는 딱 한 켤레의 신발만 있는 곳 잘 손질된…
[2014-01-28]붉은 능금 향긋하여 나는 먹을 수 없네 이 단내는 꽃의 냄새나는 꽃향기를 깎을 수 없네 나보다 먼저, 나보다 더 오래, 능금 꽃 앞에서 울던 벌이여 이 한 알의 보석…
[2014-01-23]나, 세한도 속으로 들어갔지 뭡니까 들어가서는 하늘 한복판에다 손 훠이훠이 저어 거기 점 찍혀 있는 갈필(渴筆)의 기러기를 날아가게 하고 그리고는 그리고는 눈 와서 지붕 낮…
[2014-01-21]1 걷지 못하는 민들레가 바람을 만나니 걷잖아 탁 ! 터져서 간음 없는 마음이 흔하랴 그런 거야 욕하지 마 바람둥이들 한번 누운 곳 정 못 들이는 지상에서 영원히…
[2014-01-16]사람을 대출하는 도서관 한번 빌리면 30분간 이야기를 들어준다는, 제 말하기 급급한 시대에 이야기 들어주며 구절양장 마음을 읽게 한다는, 별별 사람 다 있는 세상에서 어…
[2014-01-14]나사가 빠진 안경을 책상 위에 올려놓고 안경점 주인을 떠올리네 왜 그가 돋보기안경은 두 개 이상을 맞춰야 한다고 우겼는지 이제야 알겠네 나사 빠진 안경다리 연결부문 구멍이 보이질…
[2014-01-09]앙코르왓 사원에 와서 당신의 뇌수에 어떤 나무를 심어 놓고 왔는지 알았다 사원 한 채를 다 덮은 판야나무, 9백년의 시간 속에서 그 뿌리는 불상과 사원을 부수는 일하나는 …
[2014-01-07]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날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어 소주를 마신다 소주를 마시며 생각한…
[2014-01-02]수종사 차방에 앉아서 소리 없이 남한강 북한강의 결합을 바라보는 일, 차통(茶桶)에서 마른찻잎 덜어 낼 때 귓밥처럼 쌓여있던 잡음도 지워가는 일, 너무 뜨겁지도 않게 너무…
[2013-12-31]바슐라르를 읽다가 갑자기 부엌으로 가서 김장김치 한 포기를 썰지도 않고 죽죽 찢어 서서 먹는다 입안에 가득 한겨울 시린 배추밭이 들어온다 새파란 무청 줄지어선 무밭도 들어오…
[2013-12-26]그러고 보니 행복이다 만나고 싶어도 만날 수 없는 사람하나 내게 있으니 때로는 가슴 아린 그리움이 따습기 때문 그러고 보니 행복이다 주고 싶은 마음 다 못 주었으…
[2013-12-24]그애를만났다 예전처럼 말이없었다 말없음이마치자기의 미덕인양 다소곳 했다 오월이무르익는 층층나무그늘밑 쬐끄만 풀꽃처럼 -김창재 (시집: 카타콤에서) ‘벙…
[2013-12-19]몇 년 전, 타일러스벅 근처 노천광에서 일했었거든. 하루는 눈이 오기 시작하더니 두 시경엔 세 자가 내린거야. “집엘 가겠습니다”라고 십장에게 말했지. 십장이“ …
[2013-12-17]대왕고래 뱃속 같은 썰렁한 지하도에 아저씨 몇 사람이 새우잠을 자고 있다. 취한 듯 그 옆에 누운 눈물 글썽한 소주병들. -신현배 (아동문학가) ‘노숙자’ …
[2013-12-12]꽃의 안부부터 물었다 굳이 내 안부를 묻지 않아도 섭섭하지 않았다 양봉가 이씨는 꽃을 따라 북상 중인데 시방 안산에서 꿀을 받고 있단다 뒷산을 올려다보니 아카시아가 꽃망…
[2013-12-10]울고불고 치사한 이승의 사랑일랑 그만 끝을 내고 다시 태어난다면 우리 한 몸의 돌쩌귀로 환생하자 그대는 문설주의 암짝이 되고 나는 문짝의 수짝이 되어 문이 열리고 닫힐 때마…
[2013-12-05]경제·낙태·불법이민 등 충돌바이든 고령논란 재점화백악관의 주인 자리를 두고 4년 만에 재대결하는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메릴랜드 차량국(MVA)이 밀린 톨 비를 내지 않으면 차량 등록을 못하게 하는 특단의 조치를 내렸다.메릴랜드 차량국에 따르면 지난 5월31일 …
샌프란시스코 베이 지역 한인회(회장 김한일)는 오는 6월 29일부터 약 한달간 한인회관에서 미주 최초의 한인타운으로 불리는 ‘파차파 캠프’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