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라델피아가 공화당 전당대회로 축제분위기다. 공화당에는 로널드 레이건 전대통령이 만든 제11계명이 있다 -“다른 공화당원을 헐뜯지 말라”당내 결속을 강조하는 말인데 조지 W. 부시를 대통령후보로 내세운 금년 공화당내 분위기는 유난히 화기애애해 보인다. 러닝메이트로 선정된 딕 체니 전 국방장관의 모나지 않는 성품이 일조한다는 평도 있다.
백발의 대머리로 할아버지 티가 역력한 체니가 훨씬 젊어보이는 부시의 뒷전에 서서 부시를 보좌하는 모습은 대단히 미국적이다. 나이나 경력이 아니라 일의 성격을 중심으로 편안하게 자기 역할을 받아들이는 사회가 미국이다.
그런 분위기에 익숙한 미국인들이 한국을 방문하면 “정말 이해하기 힘든 것이 있다”고 한다. 나이에 따라서, 경력에 따라서 위아래 순서를 따져야 직성이 풀리는 수직적 사고방식이다. 한국의 국제교육진흥원이 매년 주관하는 교사연수 프로그램 참가차 한국을 방문한 한 초등학교 교사가 이런 말을 했다.
“한국사람들은 누가 높고 누가 낮은 지에 아주 민감하더군요. 누가 더 위인가를 꼭 알아내서 윗사람에게는 선물도 더 좋은 것으로 하곤 하는데, 나로서는 받아들이기 힘들었어요”
2년전 같은 프로그램에 참가했던 다른 교사도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전했다. 연수를 모두 마친 후 정부 고위관리들과 저명인사들도 참석한 축하파티가 열렸다. 샴페인잔을 들고 건배를 하는 데 주최측의 한 인사가 교사일행중 제일 중요한 사람을 위해 건배를 하고 싶어했다.
“누가 제일 중요한 분이냐고 묻길래 모두 한 여교사를 가리켰지요. 그러니까 질문을 바꿔서 누가 제일 나이드신 분이냐고 묻더군요. 그래서 다시 또 그 여교사를 가리켰지요. 그랬더니 이번에는 누가 제일 중요한 남자분이냐고 묻는 겁니다”
어디를 가든 일행중 ‘가장 나이든 남자’를 일단 ‘가장 중요한 사람’으로 대하는 것이 처음에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고 그 교사는 전했다.
미국 교사들의 한국 연수는 한국의 국제교육진흥원과 뉴욕의 코리아소사이어티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둘 다 10여년간 각각 수백명씩의 미국교사들에게 한국체험의 기회를 제공했다. 체험은 이해로 직결된다. 한국에 한번 다녀오면 교사들이 한인학생들을 대하는 태도가 바뀐다고 동료 한인교사들은 전한다. 대단히 의미있는 프로그램인데 한국의 담당 관리들이 미국교사들에 대한 이해가 너무 없어서 때로 불편한 상황이 생길때도 있다고 한다.
우리 것을 그냥 보여주는 차원에서 그치지 말고 방문한 외국인들의 입장에 서서 보는 시각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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