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픈 심정을 어느 누가 알아주겠소!"
뉴욕 거주 실향민들은 8.15 광복 55주년을 맞아 서울과 평양에서 이뤄진 감격의 이산 가족 상봉 모습을 언론을 통해 접하고는 감격과 동시에 이역만리 타국에서 그저 아픈 가슴을 쓸어 내려야만 했다.
1.4 후퇴 때 월남한 평안도 출신이라고 밝힌 한인 노인 6명은 16일 오후 한 제과점에 모여 이산가족 상봉신청 과정에서 이민자들을 제외시킨 한국과 미국정부에 대해 분한 감정을 억누르며 서로를 위로했다.
"우리 가슴에 맺힌 한을 한·미 정부가 외면하면 누가 해결해 주겠습니까?" "방송 시청하다보니 화나고 분노감만 치밀어 올랐습니다." "왜 우리는 못 만나게 하는 겁니까?" "얼마나 더 기다려야 식구들을 만나고 그리운 고향을 죽기 전에 볼 수 있게될지 ... " 언성을 높이며 분노하던 한인 실향민들은 결국 눈물을 흘리며 말끝을 흘렸다.
황해도 은율군이 고향인 실향민 장세용씨(83)는 "14일 저녁 이북5도민회 회원들과 식당에서 함께 TV 방송을 시청하며 감격해 했다"며 "방문단 중에 고령자가 있는 것을 보고 정치운동을 하러 고향에 갔다 영영 이별하게 된 남동생을 만나야겠다는 생각에 그저 눈물만 흘렸다"고 말했다.
황해도 해주가 고향으로 5남매 중 혼자 월남한 이북5도민회 이용찬(62) 회장은 "이산가족 상봉을 시청하면서 감격하다가 북에 두고 온 어머니와 형제자매 생각에 감정을 이기지 못해 잠시 의식까지 잃었다"며, "부인과 함께 하염없이 울었다"고 말했다.
함경도민회의 동형근 회장도 "적은 수의 이산가족이라도 함께 만나 그 동안의 한을 푸는 장면을 보고 너무 감격했다"며 "앞으로 더욱 많은 이산가족들의 만남이 이뤄지기만을 기도했다"고 밝혔다.
해방 이듬해 남쪽으로 넘어온 황해도 남천 출신의 김상여(67)씨도 "북에 있는 사촌과 외삼촌 생각에 가슴아프면서도 상봉한 가족들 모습을 보고 말도 못하게 감격했다"고 말했다.
뉴욕거주 한인들은 이산가족 상봉의 모습을 대하면서 어느 곳에 있던지 우리의 혼은 같은 핏줄을 나눈 한민족임을 느끼고 감격의 눈물을 함께 흘렸다고 밝혔다.
동형근 회장은 "미군의 시신 한 구를 찾기 위해 필사의 노력을 벌이는 미국 정부가 왜 동등한 시민권을 가진 한인 이민자들의 이산가족방문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는지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국에서는 `38따라지’라는 이름으로 서러웠고, 미국에 와서는 이민자의 설움까지 더해 한 맺힌 이산의 아픔을 달래며 살고 있는 실향민들은 이번 이산가족상봉을 바라보며 분노와 감격이 교차하면서도 "뭐든지 시작이 어려운 것"이라며 "50년 세월에 물꼬를 텄으니 곧 이민자들에게도 좋은 소식이 오겠지..."라는 말로 서로를 위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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