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가 끝난지 3주일이 넘었지만 미국의 대통령선거 결과는 아직도 오리무중이고 양측의 첨예한 대립상황은 하루가 다르게, 아니 때로는 한시간이 다르게 역전을 거듭하고 있어 참으로 현기증이 날 정도다.
그러나 우리처럼 참을성 없이 살아온 사람들이거나 양측의 이해당사자들이 피곤해하고 흥분하는 것을 빼놓고 대부분의 미국인들은 침착하고 여유있게 관전하고 있는 모습에서 감명을 받는다.
그것은 이 사람들의 대륙기질에서도 오는 것이지만 미국을 이끌어가는 언론사와 언론인들이 오늘 벌어지는 현상에 조급해하지않고 그 현상너머에 있는 내일을 보여주며 희망과 확신을 넣어주는 리더십 때문이라고 여겨진다.
누가 뭐래도 미국은 건강하게 살아남을 것이며 미국은 여전히 민주주의의 종주국이 될수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을 줄기차게 불어넣어 주고 있기에 국민들은 미국역사 초유의 정치혼란기를 슬기롭게 넘기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이런 경우를 우리가 떠나온 조국, 한국이 겪고 있다고 가정해본다.
신문과 방송은 연일 부정선거, 부정개표를 대서특필로 파헤칠 것이고 누군가 이 사태를 책임져야 한다며 선거주무장관의 사퇴와 대통령의 하야까지 주장할 것이다. 흥분한 국민들은 매일같이 대규모 시위를 벌일 것이며 그중의 일부는 문제가 된 선거구를 찾아가 투표함을 불살라 버릴런지도 모를 일이다.
신문은 사설에서 한국의 민주주의는 이제 끝장이 났고 한국국민은 민주주의를 할 자격이 없는 사람들이라고 단정지어 버리고 말것이다.
바로 이점이 미국과 한국의 언론의 차이라고 본다.
한국의 언론들은 앞 뒤 없이 매사를 너무 쉽게 흥분해버리고 그때그때 벌어지는 현상들에 대해 언제나 최대의 가치를 부여하려는 경솔함에 깊이 빠져 있다. 국민성과도 연관이 없지 않겠으나 요즘에 이르러 사활을 건 매체간의 상업주의가 이처럼 언론사들을 경박하고 줏대없는 의식집단으로 만들었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그래서 요즘 신문에는 건전하고 일관된 정론이 없어 보인다.
구조조정만 해도 그렇다. 한국에 실업자가 생기면 그 다음날로 타운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우리와도 민감한 문제이기는 하지만 구조조정과 고용의 축소는 누구나 예상하는 당연한 결과다. 당초부터 재벌이나 공기업이 구조조정을 해야만 한국경제가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은 국민적인 합의였었다.
그런데도 측근의 공기업구조조정 과정에서 보면 일부 신문들은 2면 사설에서는 그 불가피성과 당위성을 주장하면서도 사회면에서는 자기네 직장이 줄어들 것에 항의하는 노조원들의 대규모 항의집회에 더 많은 양의 기사의 포커스를 맞추고 있었다.
언론은 그것이 당장은 아픈 것이지만 내일을 위해 참아야 한다며 설득할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오히려 제2의 IMF가 올것이라느니 경제대란이 다가왔다느니 하며 실제이상으로 국민을 불안하게 만든것은 바로 언론이었다.
어려운 것은 사실일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국내요인도 크지만 미국과 동남아시아의 정치불안과도 무관하지 않은 것을 국민에게 알리면서 함께 수습하자는 논의를 펴는게 옳은 일이지 비관과 낙담만을 일삼는 것을 바른 자세로 볼수가 없는 것이다.
남북화해를 전면에 도배질하던 신문들이 어느날 ‘속도조절’로 돌아선 것이나 ‘중단없는 개혁’을 주장하던 사설들이 슬며시 ‘개혁피곤증’으로 표변한것은 아무리 일부 여론층을 의식한 것이라 하더라도 정도를 걷는 리더십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언론은 고통을 전하는 일 못지않게 언제나 그 고통너머 희망이 있다는 사실도 알리려고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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